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협력업체에 각종 명목으로 붙인 금리내역 정산표.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리조트와 호텔, 그리고 FC사업을 한다. FC사업은 급식과 식자재유통업을 전개한다. 식자재유통업은 필요한 식자재를 단순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행업도 포함한다. 대행업은 말 그대로 식자재를 사고팔아 이익을 남기는 일이다. 여기서 식자재는 육류가 대표적인데, 냉동육 유통은 금액 단위와 가격 등락이 크다.
자전거래는 자기 식구끼리 사고팔며 부가가치를 전혀 만들어내지 않고 이득을 챙기는 거래를 의미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자전거래 의혹을 받는 협력업체 A 사는 ‘a’라는 법인을 하나 더 갖고 있다. 한화와 A 사가 거래하는 제품은 A-한화-‘a’를 통해 유통된다. 결국 하나의 물건이 여러 회사를 거쳐 각사의 매출을 부풀리는 역할을 한다.
A 사가 육류를 구입할 자금이 부족하면 한화가 여신(대출)을 줬다. 한화에서 빌린 돈으로 A 사는 육류를 구입해 한화에 납품하고, 다시 한화는 A 사 대표가 실소유한 ‘a’ 사에 마진을 붙여 해당 육류를 판매했다. 냉동육은 창고에 그대로 있고 서류상으로만 거래가 이뤄졌다.
돈육 등의 거래가격이 구제역 발생 등의 사유로 폭등하면 ‘a’ 사가 돈육을 판매해 수익을 얻고, 한화에는 약정한 마진을 붙여 돈을 지급한다. 돈육 가격이 폭락하면 이득을 취하지 못해 ‘a’ 사에 채무가 발생하는 구조다. 어떤 경우에도 한화는 손해 보지 않는 구조다. 이런 거래가 지속되다보니 A 사의 채무가 155억 원에 육박하게 됐다.
중소업체 A 사는 한화와 2018년에만 800억 원 상당을 거래를 했다. A 사는 한화로부터 매달 70억 원 상당의 물건이나 돈을 받아 이를 운용해 이익을 남기고, 월말에 한화에 갚아왔다. 이자 형식으로 월 2.28%의 금리를 챙겼다. 연 금리로 환산하면 28%에 육박하는 고금리다.
한화로부터 파이낸싱을 받아 사업을 해온 협력업체 A 사는 최근 2~3년 사이 나빠진 업황에 사업을 할수록 적자가 났다. 하지만 한화로부터 자금이나 물품 공급은 계속 이뤄졌다. 본격적으로 채권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한화로부터 물품이나 자금을 받아썼지만 그 대금을 다 지급하지 못했다.
A 사 대표는 “축산 유통은 로또다. 그만큼 가격 등락이 크다. 하지만 중소업체는 결국 망하고 대기업에 고금리만 지불하다 끝난다”며 “수년간 한화와 거래하며 나는 연간 매출의 1% 수익을 얻었는데, 한화에는 연간 28%가량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한화 측은 자전거래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축산 유통거래 시 기본이익에 출고시점에 따른 추가 수수료가 붙는다. 창고에서 늦게 출고할수록 이에 따른 마진이 줄어들고 도리어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 기업이 재고처리를 떠안아야할 수도 있어 일종의 리스프리미엄을 가산하는 셈이다.
한화 관계자는 “역마진이나 리스크를 고려해 연 금리 7%에 가산 금리를 더하는 방식일 뿐 대부업은 사실이 아니다”며 “고객사의 출고시점이 늦어지면서 가산금리가 상승해 월 금리가 2.28%까지 책정된 달도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자전거래는 시장질서를 파괴한다. 결국 기업이 파이낸싱으로 돈놀이를 하는 건데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식의 자전거래는 꼭 사고가 터지게 되어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왜 이런 거래를 해왔는지 살펴보겠다”고 설명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