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과거사 위원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위원회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제출한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최종 보고서를 8일 채택했다.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 조사기한은 지난 3월 31일까지다. 진상조사단은 지난 4월 5일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심의가 끝나는 대로 이르면 이번주 중 최종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대검찰청 산하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과 관련 검경이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했다고 결론 내렸다. 사진=고성준 기자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은 1990년 1월 4일 부산 엄궁동 낙동강변 갈대숲에서 30대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알려진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시신 외에 별다른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미제 사건으로 남는 듯 했지만 1년 뒤인 1991년 전환점을 맞았다. 경찰이 ‘낙동강변 인근에서 공무원을 사칭하는 남성 2명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이들을 임의동행으로 연행 하면서부터다. 경찰은 범행 수법과 장소 등이 낙동강변 살인사건과 비슷하다며 2인조를 용의자로 지목해 검찰로 송치했다.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1년 간 복역하다가 2013년 모범수로 특별 감형돼 출소한 이들은 “당시 경찰 수사 과정에서 고문과 허위자백이 있었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검찰 과거사위는 지난해 2018년 7월 2일, ‘장자연 리스트’ 사건, 용산참사,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사건과 함께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을 본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대검 진상조사단에 재조사를 권고했다.
당시 과거사위는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에 대해 “범인으로 지목된 2인조들의 진술과 증거들을 짜맞춘 것으로 의심된다”며 “2인조가 고문에 의해 자백을 강요당한 것이 사실인지 여부에 관해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조사에 착수한 진상조사단은 낙동강변 2인조 살인사건을 수사했던 담당 검경 관계자 및 사건 관계자, 당시 재판 기록, 법의학과 의학 전문가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단은 당시 경찰이 ‘낙동강변 2인조’를 상대로 고문과 폭행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사 과정에서 고문과 관련된 새로운 진술과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 경찰이 낙동강변 2인조를 미제사건의 살인범으로 ‘만들기’ 위해 실제 발생하지 않은 강도 사건을 새롭게 만들어 끼워 넣고, 수사 기록을 의도적으로 누락하는 등 수사 과정 전반을 조작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단은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낙동강변 2인조가 당시 검찰 조사 단계에서 고문과 폭행 사실들을 주장하고, 당시 조작된 수사 기록 곳곳에서 모순이 발견되는데도 검찰은 이를 무시한 채 2인조가 경찰에서 한 ‘자백 진술’만을 중심으로 조사한 뒤 재판에 넘겼다는 게 조사단의 판단이다.
진상조사단은 경찰은 고문과 폭행 등 강압수사로 낙동강변 2인조로부터 허위 자백을 받았고, 검찰은 이를 묵인했다고 판단헀다. 사진은 ‘낙동강변 2인조’ 장동익(왼쪽) 최인철(오른쪽) 씨. 사진=진실탐사그룹 셜록 제공
검찰 과거사위 관계자는 “사건 수사와 기소 과정 전반에 광범위한 문제가 있었던 사실이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며 “최종 결과 발표에는 구체적인 검경의 인권 침해 사실과 과거사위의 의견 등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낙동강변 2인조’ 장동익, 최인철 씨는 지난 2017년 5월 8일 재심을 청구했다. 검찰 과거사위의 최종 결과가 발표 되면 이들의 재심 개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낙동강변 2인조 사건 재심을 담당하는 부산지방검찰청은 법원에 “검찰 과거사위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과거사위 발표는 낙동강변 2인조가 두 남자가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1993년)을 받은 지 26년, 2016년 ‘일요신문’ 최초보도 및 탐사보도 3년 만에 정부 기구가 처음으로 내리는 공식 결론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