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 본선에 오른 최정 9단.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통합예선엔 프로기사 342명(한국 195명, 중국 86명, 일본 37명, 대만 24명)과 선발전을 통과한 아마추어 8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16개 조로 나뉘어 5일 동안 열전을 벌였다. 그 결과 한국 기사 3명, 중국 기사 13명이 21.9 대 1 경쟁을 뚫고 본선에 올랐다. 작년 한국 4명, 중국 12명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지만, 한국은 역대 LG배 통합예선 사상 가장 적은 숫자였다.
시드까지 합하면 국가별 출전자는 한국 9명, 중국 18명, 일본 3명, 대만 1명이다. 본선시드는 한국 여섯 명(박정환·신진서·김지석·변상일·강동윤·이지현)과 중국 다섯 명(양딩신·스웨·커제·천야오예·판팅위), 일본 세 명(이야마 유타·장쉬·쉬자위안), 대만 한 명(쉬하오홍)이 받았다. 이 중 양딩신과 스웨는 전기 우승자와 준우승자다. 일본 프로와 대만 아마추어 기사는 이번 통합예선을 통과한 이가 없다. 통합예선을 통과해 본선부터 주는 대국료는 32강 패자 400만 원, 16강 패자 700만 원, 8강 패자 1400만 원, 4강 패자 2600만 원이고, 우승상금이 3억 원, 준우승 상금은 1억 원이다.
예선 준결승에서 구쯔하오는 대마가 모두 잡히자 항복했다. 복기하는 최정과 구쯔하오.
# 최정, ‘중국랭킹 5위’ 구쯔하오 꺾어
한국 여자기사 최정 9단은 또 본선에 올랐다. 최정은 2016년 LG배 본선 16강까지 진출했고, 2017년도 LG배도 본선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은 삼성화재배에서 본선 16강까지 가더니 올해 다시 LG배 본선에 입성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통합예선 결승에서 한·중대결은 아홉 판이었는데 여기서 이긴 선수는 최정 선수뿐이었다. 결승상대는 중국 신예 정쉬 4단이었다.
최정은 예선준결승에서 세계챔피언(삼성화재배 우승) 구쯔하오 9단을 꺾었다. 구쯔하오는 중국랭킹 5위(올해 3월 기준)에 있는 초일류 기사다. 여자바둑리그 문도원 감독(사이버오로)은 “예전에 박지은, 박지연 선수도 세계대회 본선에 올라 활약했지만, 분명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최정 선수는 이미 기존 여자 기사 수준을 이미 초월했다. 앞으로도 어디까지 발전할지 가늠조차 어렵다”라고 평했다. LG배는 각자 3시간에 40초 5회를 주는 장고대국이다. 또한 일주일 동안 이어지는 장기 레이스라 체력부담도 만만치 않다. 점심시간이 따로 없어 최정은 어머니가 싸준 주먹밥으로 허기를 채우며 중국기사들과 싸웠다.
최정은 “구쯔하오 같은 강한 기사와 만나는 건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라서 참 좋았다. 승부에 중압감은 없었다. 본선에선 더 강한 기사와 두고 싶다. 이기고 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눈앞에 누가 있건 어차피 똑같은 ‘바둑’일 뿐이다. 내 운명이 이끄는 곳까지 올라가 보겠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최정의 라이벌 위즈잉 6단은 예선 준결승에서 심재익 3단에게 패해 탈락했다. 한국랭킹 75위 심재익은 1회전부터 랭킹 4위 이동훈 9단을 꺾어 파란을 일으켰다. 그 뒤로 묘하게 오정아·김채영·위즈잉까지 여자기사만 만나 예선결승까지 올랐지만, 중국 퉁멍청 7단에게 패했다.
구리를 꺾고 본선에 오른 18세 소년 루리옌 초단(왼쪽).
한국 여자신예기사 허서현 초단이 일본 천원타이틀을 거머쥐었던 류시훈 9단을 꺾는 이변도 있었다. 13세 중국 소녀기사 우이밍 초단도 3회전까지 약진해 주목을 받았다. 같은 최연소 소년 기사 13세 대만 출신 쉬징언 초단은 최종라운드까지 올라 모두를 놀라게 했다. 중국랭킹에 순위도 없는 18세 루리옌 초단은 결국 예선결승에서 구리를 꺾고 본선티켓을 잡았다.
LG배 통합예선장에 나란히 앉은 ‘양이’.
#‘양이’ 모두 탈락…와일드카드는 누구?
1996년 창설한 LG배는 24회를 진행하는 동안 한국 우승 9회, 중국 우승 11회, 일본 우승 2회, 대만 우승 1회였다. 이 중에서 이창호 9단이 우승 3회(1·3·8기), 준우승 3회(7·14·16기), 이세돌 9단도 우승 2회(7·12기), 준우승 2회(5·13기)를 기록했다. 아홉 번 우승에서 절반 이상을 ‘양이’가 해냈다. 이번 통합예선에선 이창호와 이세돌이 모두 탈락해 후원사 입장에선 와일드카드 결정도 쉽지 않아졌다.
이창호는 이번 통합예선에서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며 준결승(4라운드)까지 올랐지만, 자오천위에게 졌고, 이세돌은 2라운드에서 천셴에게 패했다. LG배 우승경력은 이창호가 앞선다. 이세돌은 ‘20년 연속 LG배 본선진출 기록’이라는 명분이 있다. 지난 와일드카드는 원성진 9단(22회)과 신민준 9단(23회)이 받았다.
박주성 객원기자
■ 통합예선 통과자(4월 랭킹)
한국(3명)-나현(9)·백홍석(23)·최정(30)
중국(13명)- 미위팅(2)·판윈뤄(11)·쉬자양(13)·퉁멍청(14)·랴오위안허(18)·탄샤오(19)·펑리야오(20)·자오천위(22)·리쉬안하오(23)·타오신란(25)·당이페이(32)·투샤오위(71)·루리옌(랭킹 없음)
[승부처 돋보기] 호쾌한 공격으로 승기 잡아 장면도 제24회 LG배 예선준결승 ●구쯔하오 9단 ○최 정 9단 212수 백불계승 장면도가 실전이다. 초반 우하에서 벌어진 힘겨루기에서 백이 요석 두 점(세모 표시)을 잡아 우세해졌다. 좌변에서 흑이 비루하게 1선을 기어야 할 때 백은 중앙에서 2, 4로 모양의 급소를 때리며 호쾌하게 공격한다. 이후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결국 최정은 이 중앙 대마를 모두 잡고 불계승을 얻어냈다. 마지막에 잡은 중앙 흑대마는 돌 개수만 37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