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양평5일장 인근에서 일진아스콘 근로자 50여명과 공장 인근 주민 10여명이 집회를 열고 공장가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군민들에게 호소했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유해물질 나오지 않게 수십억 들여 방지시설 했는데도 무조건 공장 폐쇄만 주장하면 우리 200명 근로자들은 어떻게 먹고 삽니까.”
지난 해 8월부터 가동이 중단되면서 생계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며 집회에 나선 일진 아스콘 공장 한 근로자가 집회 경위를 묻는 기자에게 눈물로 호소하며 한 말이다.
일진기업(대표 정재운) 근로자 50여명은 지난 8일 양평읍 5일장 인근에서 집회를 갖고 청정아스콘 공장 가동을 도와 달라고 군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날 공장 인근 주민 10여명도 이들과 함께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배포한 호소문에서 “유해물질 배출로 인하여 작년 8월부터 공장이 가동되지 않아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이후 회사에서는 최고의 방지시설을 완벽하게 설치하였고, 공인기관에 의뢰하여 검사결과 이상이 없을 시에만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하지만 주민대책위에서는 무조건 공장이전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에 일진기업 직원과 상조회원, 협력업체 직원 일동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공장가동이 될 수 있도록 주민 여러분들에게 눈물로 호소 드린다”며, 군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한 근로자는 “평생직장으로 여기며 출근하던 공장이 작년 8월 갑자기 가동이 중단되면서 수입이 없어져 앞이 캄캄했다”면서, “사람들은 장난으로 돌을 던지지만, 연못안의 개구리는 그 돌에 맞아 죽는다”며, 이들 맞은편에서 공장 폐쇄를 주장하며 집회를 열고 있는 주민대책위 측을 원망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 주민대책위 “공장폐쇄하고 이전하라”
이들 맞은편 5일장 시장 안에서는 10여명의 주민대책위 회원들이 공장폐쇄를 주장하며 서명을 받고 있었다.
주민대책위는 배포한 유인물에서 “아스콘 공장이 가동하는 동안 우리는 1급 발암물질을 마실 수 밖에 없다”면서, “지난 10여년간 병들고 시름시름 아파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며 6명의 암 사망자와 수 명의 치료자 명단을 게재하고, 아스콘 공장 폐쇄와 공장이전을 주장했다.
# 일진아스콘 주변 원주민들 “대책위 주장은 거짓”
하지만 일진아스콘 공장 인근에서 평생 살고 있다는 복포2리 이장은 “일진아스콘과 100m 거리에 위치한 곳에 평생 살고 있다”면서 “그동안 이장일을 보면서 동네에서 사망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6명의 주민이 암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해, 대책위 주장의 진실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또 다른 복포1리 원주민 역시 ”일진아스콘 측이 방지시설을 보완했는데도 오염물질이 배출되면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이미 약속을 했다“면서, 대책위 측은 억지 주장이 아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일진아스콘 정재운 대표는 ”지역 주민 여러분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하고, ”정부에서 인정하는 전문기관에 법원 및 관계기관 입회하에 오염도 측정을 실시하여 법적 기준을 초과하면 당연히 아스콘 공장 가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사의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정 대표는 ”이미 작년 8월 폐쇄명령처분 이전에 자진하여 아스콘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더군다나 측정 결과 기준이 초과되지 않을 경우에만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라는데도 불구하고 대책위 측에서 집회를 열어 서명을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다.
그는 이어 ”현재 전국에 500여개소의 아스콘 공장 중 경기도에 50개소가 있으나(계획관리지역 46개소) PAHs의 방지시설 설치를 한 곳은 단 1개소(간단한 시설 설치)뿐“이라면서, ”저희 회사는 20억원을 들여 유해물질을 완벽하게 처리하도록 설계 시공했으며, 또 5억여원을 들여 플랜트 전체를 돔으로 씌우는 작업을 하여 플랜트 전체를 밀폐하여 악취와 먼지 등을 완전히 차단했다.“고 밝혔다.
PAHs 뿐만 아니라 어떤 오염물질도 외부로 배출될 수 없다는 게 일진 측의 주장이다.
호소문에 서명을 받고 있는 일진 근로자들. 이들은 공장이 문을 닫아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장이 가동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 경기도 ‘폐쇄명령’에 일진 가처분 ‘승소’... 현재 본안 소송 중
현재 일진아스콘 측은 ‘폐쇄명령’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심리 중이다.
일진 측은 2000년 최초 아스콘 공장 가동 당시에는 특정대기유해물질 항목으로 지정되지 않았던 ‘PAHs’가 2015년 새로 지정됐지만 이에 대한 통보를 전혀 받지 못했으며, 환경부 가이드라인에서조차 특정대기유해물질로 아예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이는 전국 500여개 아스콘 공장 모두 비슷한 상황이라며 억울해 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가 2016년 7월 발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인, 허가 업무 가이드라인(47쪽)에는 아스콘 공장에서 발생 가능한 특정대기유해물질로 ‘PAHs’는 아예 포함시키지 않고 있는 게 사실로 확인됐다.
일진기업 근로자들은 생존권 보장을 위해 공장을 가동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과 함께 군민 3,500여명의 연명부를 법원에 제출한 상태이며, 공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대 군민 호소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한편, 1996년 설립되어 아스콘 및 레미콘 등을 생산하는 일진기업(주)은 양평군 양서면 복포리에 위치해 있으며, 직원 및 협력사 포함 2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양평을 대표하는 향토기업 중 하나다. 공장설립 당시에는 주변에 주택이 없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주변에 주택이 들어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양측의 집회를 지켜본 양평읍에 거주하는 최모(62)씨는 ”공장폐쇄를 주장하는 외지 이주민과 향토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현지 원주민간의 싸움으로 비화되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면서, ”법원의 판결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5일장을 보러 나온 주민들로부터 공장이전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는 10여명의 대책위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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