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브에이찐 폭포 앞에 선 삔우린 마을 도서관장 앨리스.
[일요신문] 며칠 전 미얀마에서 가장 맑고 아름다운 도타와디 강에 다녀왔습니다. 수력발전댐의 상류입니다. 인레호수에서 커피산지 나웅초로 거의 다 와서 보이는 강입니다. 깊은 계곡 사이로 고요히 흐르는 강 위로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같은 모습의 다리가 절벽 아래 내려다보입니다. 강은 늘 평화롭고 슬픔을 녹여주는 다정한 친구 같습니다. 가장 맑은 도타와디 강처럼 미얀마에는 가장 예쁜 폭포가 하나 있습니다. 반 브에이찐 폭포입니다. 삔우린에서 모곡으로 가는 길 도중에 있습니다. 황톳길을 걷는 트레킹 코스로 정작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또 미얀마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강물과 사랑에 관한 설화가 하나 있습니다. 악어 나모이옙의 설화입니다.
반 브에이찐 폭포. 삔우린에서 두 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이 가끔 피크닉을 가는 폭포입니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절벽에서 곧고 힘차게 내리꽂는 물줄기가 인상적입니다. 큰 도로에서 폭포로 들어가는 작은 길은 황톳길이어서 우기 때는 차가 들어가지 못하고 걸어서 갑니다. 가는 도중 작은 호수들을 만나고, 폭포에 다다르면 아스라이 먼 곳으로 새로지 호수가 손에 잡힐 듯합니다. 아주 넓은 호수입니다. 그 호수는 모곡강에서 흘러와 모였다 만달레이 이라와디 강으로 합쳐집니다.
폭포 꼭대기에서 바라본 드넓은 새로지 호수.
폭포 아래는 뷰포인트에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 계곡을 보려면 가이드 안내를 받아야 합니다. 아주 가파르고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폭포가 보이는 언덕에는 커피나 잡화를 파는 상점 주인 부부가 3대에 걸쳐 살 뿐입니다. 아주 먼 옛날에는 이 폭포 주위로 난카웅이라는 부족이 모여 살았습니다. 그러던 언젠가 부족이 사라졌습니다. 저는 이 부족이 흩어진 이유를 알기 위해 가끔 찾았지만 단서를 찾을 사람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름다운 폭포만 있을 뿐입니다. 그 부족들은 두려움 없이 내리꽂는 폭포를 보며 살았을 것입니다. 수량이 풍부한 호수도 가까이 있는데, 왜 흔적 없이 떠났을까요.
맑고 고요한 도타와디 강 계곡.
악어 나모이옙의 설화에는 유혹과 시험, 그리고 슬픔을 승화하는 미얀마의 관습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도 양곤 인근 딴린 강가에는 이 설화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을 정도입니다. 며칠 전 맑고 고요한 도타와디 강의 다리를 건너며 이 설화가 생각났습니다. 동시에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속 프란체스카가 떠올랐습니다. 그녀 역시 화장되어 다리 위에 재가 뿌려졌습니다. 우리의 현실은 슬플 때도 있지만, 상상의 공간에서는 슬픔마저도 아름다운 힘을 지니고 있는 듯합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