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와 관련, 황창규 KT 회장이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1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울산동구)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17년 2월14일 ‘황창규 대표이사 회장 후보 추천 관련 질의’ 서한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연루된 의혹들에 대한 해명과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KT는 같은 달 21일 회신에서 “재단법인 출연행위 및 외부 전문가 채용행위는 법률적으로 배임행위 등 불법행위를 구성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주주가치를 훼손하지도 않았음”이라고 밝혔다.
CEO추천위원회 검증과 관련해서도 “투자자의 객관적인 의견을 면밀히 검토해본 결과 KT의 실적 개선, 본원적 경쟁력 향상 등 황창규 회장의 경영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연임을 찬성하는 의견이 대다수”라며 황 회장을 높게 평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르-K스포츠에 각각 11억 원과 7억 원을 출연한 것은 전경련 협조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동수 전무 및 신혜성 상무보는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VIP 관심사항”이라며 요구를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내부평가와 전문성을 인정해서 채용했다고 답변했다.
플레이그라운드 광고대행사 선정경위와 관련해서는 “VIP의 요구사항이라 무시할 수 없어 본선(2차 PT)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기 위해 서면심사 기준을 완화한 사실이 있음”이라고 인정하고 1차를 통과한 2개 업체 중 1개 업체가 불참하면서 플레이그라운드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황 회장이 VIP(박근혜 대통령) 독대 후 스키단 창단 및 용역제안 청탁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VIP의 요구사항이라 무시할 수 없어 시간을 끌던 중, 2016. 8월경 언론에 K스포츠재단의 문제점이 흘러나오자 스키단 창단을 포기했음”이라고 설명했다. 언론보도가 없었다면 창단했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김종훈 의원은 “KT가 국민연금에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의혹을 축소왜곡하고 불법혐의를 비호하는 답변으로 일관한 것은 황 회장 재선임을 위한 과도한 충성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국민기업인 KT의 공공성을 확보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당시 국민연금노조와 KT새노조의 반대에도 주주총회에서 황 회장 재선임 안건에 ‘중립’의견을 내 사실상 연임에 힘을 실어준 결과를 낳았다.
한편 국민연금은 2018년 2월과 4월에도 정치자금 쪼개기 후원 혐의로 경찰압수수색과 조사를 받자 비공개서한을 2차례 더 KT에 보냈다. KT는 이에 “경찰수사가 진행 중에 있어 공식적인 입장이 근거자료를 제공할 수 없음”으로 회신했다.
하지만 최근 KT 채용비리로 인한 압수수색과 이른바 로비자문단 등 의혹에는 별도 서한이나 질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KT 주주권 행사 계획 등을 묻는 김종훈 의원실 질의에 국민연금은 “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라 KT를 포함한 투자기업에 대하여 가이드라인에 따라 중점관리사안 지정 및 기업과 대화, 주주대표소송 등 주주권 행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훈 의원은 “각종 불법혐의와 의혹이 연일 불거지는 과정에서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어떠한 제동도 걸지 못한다면 결국 그 손실은 국민들에게 이어진다”며 “사후약방문식으로 수사결과를 기다릴게 아니라 사외이사 추천을 포함해 국민연금이 경영에 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