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친문재인) 친위대 복귀의 전주곡이 여의도에 울려 퍼지고 있다. 한 군데가 아니다.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귀환의 소리가 들린다. 물꼬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텄다. 친문 친위대의 애드벌룬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띄웠다. 여권은 마지막 퍼즐을 위해 ‘탁현민(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카드’를 꺼내 들 태세다. 공천 물갈이를 위한 ‘친문 친위대 3인방’의 출현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친문 친위대 귀환이 임박하면 할수록 ‘중진 물갈이 패닉’, ‘비주류 물갈이 쇼크‘는 커진다.
지난해 9월 16일 평양남북정상회담 선발대로 참석한 탁현민 전 행정관(맨 오른쪽). 사진공동취재단
친문 친위대의 얼개는 ‘양정철·백원우·탁현민’ 삼각 편대다. 대통령 복심인 양 전 비서관과 백 전 비서관을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직과 부원장으로 각각 세우고 당 홍보위원장에 탁 전 행정관을 기용하는 그림이다. 친문 친위대의 삼각편대가 현실화할 경우 ‘양정철·백원우’ 투톱에 탁 전 행정관이 뒤를 받치는 포지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당 인재영입위원장직을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백 전 비서관은 양비(양정철 전 비서관의 애칭)의 추천으로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통인 이철희 의원도 백 전 비서관과 함께 부원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비의 당 복귀는 지난 1월 중순께 이해찬 대표와의 만남을 기점으로 물꼬를 텄다. 양 전 비서관은 맨 처음 직 수락을 거절했지만, 범여권 인사들의 수차례 설득에 마음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탁현민 카드’는 여권 한 인사가 이 대표에게 제안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 대표의 제안을 받은 양 전 비서관이 백 전 비서관의 자리를 재배치하고 이 과정에서 여권 한 인사가 ‘탁현민 카드’를 이 대표에게 제안한 것이다.
‘탁현민 카드’에는 민주당이 4년 전 효과를 본 이른바 ‘손혜원 효과’를 재연하려는 포석이 담겼다.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과 ‘참이슬’을 지은 손혜원 민주당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당 홍보를 위해 영입됐다. 더불어민주당 작명을 지은 것도 손 의원이다. 총선 과정에서 ‘셀프 디스’를 선보이면서 호평을 받았다. 탁 전 행정관은 집권 초 청와대 행사를 도맡으면서 고공행진 지지율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탁 전 행정관의 기용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탁 전 행정관도 “홍보위원장직을 제안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도 양정철·백원우 전 비서관과는 달리, 탁 전 행정관의 복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탁 전 행정관의 저서 ‘남자마음설명서’ 등에서 드러난 왜곡된 성의식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공개적인 비판 발언은 삼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2012년 4·11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이 참패한 원인인 ‘김용민 파동’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친노(친노무현)계 관계자는 “19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의 막말 논란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많이 빠졌다”라고 회고했다. 김 후보는 당시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열풍으로 민주당에 영입됐지만, 2004∼2005년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서 테러 대책을 언급하며 “유영철을 풀어 라이스(전 미국 국무장관)를 아예 XX해“라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관전 포인트는 여권 총선 전략인 친문 친위대 구축의 효과다. 이는 ‘양날의 검’이다. ‘원팀이냐, 패권주의냐’의 갈림길이다. 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운명공동체론’의 연장선이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참모진이었던 ‘백원우·탁현민’ 카드를 당으로 복귀시키는 것도 당·청 원팀론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비문(비문재인)계 한 관계자는 “(친문 핵심 인사들의 복귀는) 당이 위기라는 증거”라고 잘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위기 때마다 ‘원팀’을 유독 강조했다. 당 대표 시절 발목을 잡았던 계파 내홍의 싹을 조기에 잘라내겠다는 의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당·정·청 전원회의를 주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당·정·청 전원회의를 연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당·정·청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가 민주당 정부”라며 의기투합했다. 문 대통령이 당·정·청 전원회의를 주재한 것은 집권 2년 차 정기국회를 앞두고 개혁입법 추진을 위한 격려 차원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위기론이 가속페달을 밟았다.
당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용 참사 등 경제 실정 논란이 극에 달하면서 수직 하강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이 2018년 8월 21~23일 조사해 다음 날(24일) 발표한 8월 마지막 주 조사 결과(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56%로, 5월 첫째 주(83%)보다 2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당시 기준으로 취임 후 최저치다. 반면 부정평가는 같은 기간 ‘10%→33%’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친위대 구축은 어두운 그림자는 특정 계파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패권주의’다. 이는 친문계의 아킬레스건의 ‘‘배제 정치’ 프레임의 다른 이름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양비를 필두로 한 친문 친위대의 복귀를 놓고 ‘낙천 피바람’이 불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앞서 민주당은 20대 4·13 총선 공천 과정에서 현역 의원 중 30% 이상을 물갈이했다. ‘차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천을 주도하면서 친노계에서는 ‘이해찬·유인태·신계륜’ 등이 개혁 공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정세균계에서는 ‘이미경·강기정·오영식·전병헌’ 등이 낙천했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인 ‘임종석·정청래’ 등도 낙천 열차에 탑승했다. 민주당은 열세 평가에도 불구하고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122석)을 제치고 제1당(123석)을 차지했다.
‘한명숙 체제’로 치른 2012년 4·11 총선에서는 친노계와 일부 정세균계, 86그룹 등이 공천권을 좌지우지했다. 공천 평가 항목에 ‘정체성’을 추가, 중도보수 성향 인사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비노(비노무현계)에선 ‘노·이·사(친노·이대·486) 공천’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범주류 연합군을 앞세운 민주통합당은 ‘사천 논란’ 끝에 127석에 그치면서 새누리당(152석)에 참패했다. 친문 친위대 3인방도 개혁 공천을 명분 삼아 중진 물갈이를 비롯해 비문 살생부 등을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공천 물갈이론은 ‘중도층 확보’를 위한 핵심 선거전략이다.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당시 현역 물갈이 비율도 35%가량에 달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필두로 한 ‘조해진·김희국·이이재·이종훈·민현주’ 등 이른바 유승민 사단이 일제히 낙마했다. 친이(친이명박)계인 조해진 당시 의원도 낙천했다. 친문 친위대의 복귀가 임박하면서 여권 내부의 긴장도가 한층 높아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주류 한 인사는 “친정체제 구축에만 골몰할 경우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문계가 19대 총선처럼 범주류 연합군으로 나선다면, 민주통합당 참패의 데자뷔를 재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노계 vs 친문 직계’, ‘범친문계 vs 범비노계’ 간 갈등으로 치달을 경우에는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갈등으로 선거에서 패한 20대 새누리당 사태로 귀결할 수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나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반대편을 배제하는 친문 윗선의 사고방식”이라며 “그 문제에서 청와대 인사 논란과 재·보선 패배, 부산·울산·경남(PK) 위기론 등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