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 11일 금호아시아나에서 내놓은 자구안을 사실상 거절했다. 전일 박삼구 회장 부인과 딸의 금호고속 지분을 추가 담보로 넣는 대신 5000억 원을 빌려주면 3년 안에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겠다는 내용을 제안했다. 채권단은 “사재 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 방안이 없다”며 “5000억 원을 지원하더라도 채권단의 추가 자금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 신호등이 노란색으로 점멸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의 퇴진에 이어 자구안이 채권단에 거부당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그룹에서 분리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대주주의 재기가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것이 돼야 한다”며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퇴진하겠다고 했는데 또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종합하면 박삼구 회장과 그 일가가 직접 상당한 액수의 자금을 조달해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키지 못한다면 경영권을 매각하겠다는 뜻이다. 앞으로 박 회장과 채권단의 논의의 핵심이 금호와 아시아나의 분리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현재 금호아시아나항공의 사업부문은 크게 4가지다. 고속버스운행사업(금호고속·금호티앤아이), 리조트사업(금호리조트), 건설업(금호산업), 그리고 항공운송업(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그 자회사를 통해 금호티앤아이(80%)와 금호리조트(51.2%)를 지배하고 있다. 현재 구조대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매각할 경우 금호티앤아이와 금호리조트까지 지배구조가 바뀐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보유한 금호티앤아이와 금호리조트 지분을 떼어내야 한다.
지난해 금호티앤아이는 매출액 329억 원에 3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순자산이 842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이 가진 지분가치는 최소 670억 원 이상이다. 금호리조트는 매출액 907억 원에 순익 24억 원의 성과를 냈다. 순자산은 1311억 원이다. 지분 51.2% 가치는 최소 670억 원이다. 합치면 약 14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가치는 시가 기준 3000억 원이다. 통상 경영권 프리미엄은 50%를 넘기 어렵지만 국적항공사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금호산업에 수천억 원의 현금이 유입될 수 있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의 금호리조트 및 금호티앤아이 지분을 매입하고, 금호산업 등 남은 기업들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요긴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