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창간호 특집 스티커 설문조사는 여의도, 종로, 홍익대 인근 등 3곳에서 진행됐으며 대략 1000여 명의 시민들을 만났다. 또한 20~30대, 40~50대, 60대 이상으로 연령대를 구분해서 진행했다. 스티커 설문조사는 길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이뤄지는 터라 표본과 오차 등이 확실한 전문기관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직접 시민들을 만나 스티커를 건네며 면대 면으로 조사가 이뤄지는 터라 더 생생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었다. |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들에 관해 ‘일요신문’이 시민 상대 스티커 설문 조사를 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전체 답변자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장자연 사건’을 지목했다. ‘김학의 사건’이 29%로 그 뒤를 이었다. 유명인이 대거 등장하는 ‘버닝썬 게이트’와 ‘재벌3세와 연예인 마약 사건’이 더 많은 화제를 양산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재수사 대상이 된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버닝썬 게이트’와 ‘재벌3세 및 연예인 마약 사건’이 11%와 10%로 그 뒤를 이었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3%에 불과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2030세대’는 무려 75%가 ‘장자연 사건’을 지목했고 13%가 ‘김학의 사건’이었다. 연예인에 민감한 젊은 세대지만 ‘버닝썬 게이트’는 6%밖에 나오지 않았다. ‘4050세대’ 역시 ‘장자연 사건’(42%)과 ‘김학의 사건’(37%)을 주목했다. ‘버닝썬 게이트’가 14%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60대 이상 세대’는 ‘김학의 사건’이 33%로 가장 높았고 ‘재벌3세 및 연예인 마약 사건’이 22%로 그 위를 이었다. ‘장자연 사건’(19%), ‘버닝썬 게이트’(15%),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11%) 등에도 비교적 골고루 답변이 나왔다.
아무래도 워낙 오랜 기간 국민적인 큰 관심사가 집중됐던 사건인 데다 검경 수사 결과가 미흡했던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 여의도에서 만난 한 30대 직장인은 “경찰과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해 진실 규명이 안 된 사건이라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재수사가 시작됐다”며 “한국 사회의 오랜 체증 같은 두 사건에 대해 부디 이번엔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져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그리 기대감이 크진 않다”고 얘기했다. 한 40대 직장인은 “장자연 사건의 증인 윤지오 씨가 제대로 된 경찰의 신변보호조차 받지 못했다고 알려져 분노했었다”라며 “이번 재수사 역시 제대로 된 결론을 내놓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여기 스티커를 붙인다”고 답했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대 시민들 가운데에는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을 동일 사건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도 많았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두 사건이 처음 불거져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됐을 당시에는 10대 초중반의 다소 어린 나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사건 모두 성접대 관련 사건으로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재수사가 이뤄지게 됐지만 시기와 등장인물 등은 전혀 다르다. 홍대 부근에서 만난 한 20대 대학생은 “둘 다 권력층의 성접대 및 성폭행 사건이라 같은 사건인 줄 알았다”며 “두 사건 모두 권력층 누군가가 성접대를 받고 수사까지 방해했다는 게 핵심이긴 마찬가지다. 그게 어떤 사람들인지 반드시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45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당시의 장자연. 임준선 기자
이슈는 다양했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한 곳으로 집중됐다. 게이트의 시작점인 김상교 씨의 폭행사건 폭로 당시부터 화제가 집중돼 ‘경찰총장’이라 불린 윤 아무개 총경 등을 둘러싼 논란까지 더해져 국민적인 분노를 집중시킨 ‘경찰 유착’ 부분이다. 전체 응답자의 55%가 ‘경찰 유착’에 스티커를 붙였는데 전 연령대에서 모두 50%를 넘기며 압도적 1위였다. 60대 이상 세대에선 75%가 나왔을 정도다.
이 외에 ‘단톡방 몰카 공유’(11%)와 ‘탈세 의혹’(10%), ‘버닝썬 VVIP 실체’(9%) ‘성매매 알선’(8%) ‘린사모 등 해외 투자자 실체’(7%) 등에 골고루 답변이 나왔다. ‘2030세대’에선 ‘단톡방 몰카 공유’(18%), ‘4050세대’에선 ‘버닝썬 VVIP 실체’(14%), ‘60대 이상 세대’에선 ‘탈세 의혹’(14%)이 2위에 오르며 세대별 관심사의 차이가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전 연령대에서 1위는 압도적으로 ‘경찰 유착’이었다. 또 한 번 수사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드러난 셈이다.
여의도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버닝썬 사태는 모든 사안이 경찰과의 유착에서 시작된다”며 “일련의 모든 의혹과 사건이 모두 경찰과의 유착 때문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사회 정의가 무너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홍대 인근에서 만난 한 20대 학생은 “이번 논란은 경찰이 버닝썬 뒤를 봐준다는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로 시작됐는데 여태 아무런 수사 성과도 없다. 경찰 유착 부분에 대해 수사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정준영을 필두로 연예인 관련 수사는 빠른 속도로 수사를 진행하더니 마약 사건까지 터져 나왔다. 경찰이 연예인들을 방패삼아 유착 논란은 슬그머니 뒤로 밀어내는 것 같아 화가 난다”는 입장을 보였다.
스티커 설문조사를 하며 만난 시민들에게서 가장 많이 접한 얘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 그리고 ‘수사기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권력층에 대한 분노’다. 연예인이 대거 나오는 다른 이슈보다 다소 화제성이 떨어지는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을 더 중요하다고 여긴 시민들이 스티커를 통해 그 뜻을 밝혔다. ‘버닝썬 게이트’ 이슈에서도 시민들은 경찰의 유착 여부에 압도적인 관심을 보였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및 고(故) 장자연 씨 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 박정훈 기자
또한 이런 범죄가 소위 말하는 권력층과 깊숙이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분노했다. 여기서 언급되는 권력층은 ‘돈과 권력으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들’로 정관계 고위층 인사들은 물론이고 대기업과 언론사의 고위층 인사들을 모두 포함한다.
‘장자연 사건’과 ‘김학의 사건’에서 성 접대를 받고 성폭행을 자행했다고 지목된 이들이 바로 권력층이다. 버닝썬 게이트 역시 이들과 유착한 경찰 고위층에 대한 분노가 압도적이었으며 클럽 버닝썬의 룸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했던 VVIP 고객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그들 역시 우리 사회가 권력층이라 부르는 이들의 2, 3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세대 불문, 국민 최대 관심사는 여전히 ‘적폐청산’ 이번 스티커 설문조사는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시사 및 민생 현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진행됐다. 모두 6가지 시사 현안을 예시로 했다. 우선 북핵과 북미 정상회담 등이 현안인 ‘남북문제’, 국정농단, 사법농단으로 시작해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 복잡한 현안을 아우른 ‘적폐청산’, 그리고 연동형비례제 등의 국회 현안을 바탕으로 한 ‘정치혁신’ 등 시사현안을 준비했다. 또한 집값 논란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등이 현안인 ‘주거문제’, 최저시급과 주52시간 근무제 등이 쟁점인 ‘근로환경’,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일자리 문제를 다루는 ‘취업문제’ 등 민생 현안도 함께 제시됐다. 2019년 4월 길거리에서 만난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시사 현안은 여전히 ‘적폐청산’이었다.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았지만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 관련 개혁입법에도 국민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전체 답변자의 31%가 ‘적폐청산’을 가장 관심 있는 현안으로 손꼽았으며 전체 연령대에서 비슷한 수치가 기록됐다. ‘2030세대’에선 ‘적폐청산’(31%)이 가장 관심 가는 시사 현안 1위로 손꼽혔을 정도며 ‘4050세대’와 ‘60대 이상 세대’에선 ‘적폐청산’이 모두 2위에 올랐지만 응답률은 32%와 29%로 2030세대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적폐청산’ 다음으로는 ‘취업문제’(19%), ‘주거문제’(18%), ‘근로환경’(18%) 등의 민생 현안이 고른 선택을 받았다. 요즘 국회에서 연동형비례제 등 선거제도 개편을 비롯해 다양한 정치 현안이 다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고작 4%에 불과했다. 지난 한 해 한반도를 달궜던 ‘남북문제’에 대한 관심도 10%로 크게 낮아졌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30세대’의 주된 관심사는 ‘주거문제’(27%), ‘근로환경’(19%), ‘취업문제’(14%) 등 민생 현안이었다. 여의도에서 만난 20대 후반과 30대 직장인들이 주거 문제와 근로 환경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홍대 인근에서 만난 20대 대학생들은 취업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남북문제’에는 단 5%만 관심을 보여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낮았다. 아무래도 직장인이 많은 ‘4050세대’에선 ‘근로환경’(32%)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으며 ‘주거문제’(13%)와 ‘남북문제’(13%)에도 관심이 높았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60대 이상 세대’가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 분야가 ‘취업문제’(34%)였다는 점이다. 은퇴 세대로 분류되는 60대 이상 연령층이 취업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남북문제’에 대한 관심은 15%로 다른 연령대보다 다소 높았다. 반면 ‘정치혁신’에 대한 관심은 2%에 불과했다. 이번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만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스티커 설문조사인 터라 ‘2030세대’의 경우 취업준비생보다는 대학생이나 직장인이 더 많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실제 20대에선 취업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였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감안할지라도 ‘60대 이상 세대’에서 취업문제가 가장 큰 관심사로 꼽은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