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로고. 사진=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의 하락과 한국당의 약진은 4.3보궐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당은 텃밭이던 통영고성에서 손쉬운 승리를 거뒀고, 진보세가 강한 창원성산에서는 상대가 후보 단일화를 했음에도 500여 표 차의 접전을 벌였다. 만약 한국당이 보수진영과 단일화를 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거라는 의견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도 긍정과 부정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부정평가와 긍정평가가 10% 차이도 나지 않는다. 90%에 가까운 지지율로 출범한 정부지만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등 북한관련 이슈가 있을 때만 반등했을 뿐 작년 말부터는 부정평가가 꾸준히 40%대를 넘어섰다.
정부와 집권 여당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율 하락은 역시 먹고 사는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낙연 총리도 지난 1월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들이 삶에서 고통을 느끼신다. 삶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으신 것 같다”고 했다.
먹고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개혁에 대한 불만도 있다. 한쪽에서는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개혁이 과도하다는 불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설훈 의원의 ‘20대 지지율이 하락한 건 이명박 박근혜 시절 교육 탓’이라는 발언은 청년층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다. 20대 청년들은 교육 탓이 아니라 “진보정권이 들어서도 내 삶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절망감” 때문이라고 맞섰다.
여기에 청와대 김의겸 전 대변인의 재개발 부동산 매입은 정권의 대한 신뢰도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 국민들은 “부동산으로 돈 벌 생각하지 말라던 정부의 대변인마저 부동산으로 노후를 준비하려 했다”며 청와대의 자기모순을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당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선호도 21.2%를 받아 조사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20% 장벽을 넘었다. 그 뒤를 이낙연 총리가 14.9%로 뒤쫓고 있다. 여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뒤를 따르고 있지만 한 자리 수 선호도에 불과하다. 내년 총선 위기론이 나오는 이유다.
황교안 대표 체제의 한국당이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딱히 보이지 않음에도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집권 여당과 청와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옅어졌음을 시사한다.
많은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이 정책의 선명성을 잃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와 기준을 흔들려는 집권 여당의 개정안과 경사노위 파행 등 노동 정책의 후퇴는 노동자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그토록 강조하던 소득주도 성장은 들어본지 오래다. 부동산 대책은 지난해 9월 발표 이후 총선을 의식해서인지 진일보하지 않고 있으며, 장관, 헌법재판관 인사검증 부실 논란은 청와대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까지 준다.
사실상 내년 총선은 차기 대선의 바로미터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한다면 국정운영 차질은 물론 정권교체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조사결과를 참고했다. 조사방식은 무선(10%) 전화면접 및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고, 6.9% 응답률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