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꾸준한 선수’로 평가받는 박한이는 올 시즌 프로 경력에서 첫 만루홈런을 치기도 했다. 연합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새로운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기량 면이나 상징적으로 KBO리그 간판스타인 그는 올해부터 선수협회장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게 됐다.
이대호와 함께 김태균, 정근우 등 1982년생 동갑내기들은 오랜 기간 한국야구를 이끌어온 스타들이었다. 이들은 올해 한국나이로 38세가 됐지만 나이를 잊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3위로 돌풍을 일으켰던 한화에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태균의 부진이 꼽혔다. 하지만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팀 타격을 이끄는 활약을 다시 선보이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각종 타격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타격에선 부진하지만 익숙지 않은 중견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정근우도 팬들에게 박수를 받고 있다.
KBO리그 최고령 선수인 박한이(1979년생)도 연일 나이를 잊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보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때가 많지만 올 시즌 11경기에 나서 10안타를 때려냈다. 지난 3월 27일에는 개인 통산 최초로 만루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있는 KBL에선 ‘농구 할배’들의 활약이 화제다. 그 주인공은 울산 현대모비스 선수들이다. 전주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1쿼터 막판에 나온 ‘함지훈-양동근-오용준-문태종-클라크’ 라인업은 합계 200세(평균 40세)였다. 1984년생 36세 함지훈이 이 라인업의 막내였다. 함지훈이 원주 DB 소속이었다면 이광재, 한정원 등과 함께 최고령 선수가 된다.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령 선수인 1975년생 2인조 아이라 클라크(오른쪽)와 문태종. 사진=KBL
이들 중에서도 문태종과 아이라 클라크는 1975년생으로 올해 45세다. 대한민국 프로스포츠를 통틀어서도 최고령 현역선수다. 이들은 1998년 나란히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올 시즌 현대모비스에 입단한 신인 서명진(1999년생)이 태어나기도 전이다.
40세 전후의 노장들도 팀 전력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근래 보기 드문 강력함을 선보였다. 정규리그 43승 11패를 기록하며 2위와 8게임 차이로 1위에 올랐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챔피언결정전을 남겨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장들은 적재적소에서 팀에 힘을 보탰다.
K리그에선 배기종과 염기훈, 1983년생 선수들이 젊은 공격수들을 제치고 득점 선두에 올랐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10살 이상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는 베테랑들의 분전이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배기종은 최근 2경기 연속 극적인 골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사진=경남 FC 페이스북
수원 삼성 미드필더 염기훈은 리그 득점 선두 등극과 함께 ‘70-70 클럽(K리그 통산 70골, 70도움)’에 가입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6라운드 강원전에서 전매특허인 왼발 프리킥으로 시즌 3호골이자 통산 70골을 기록했다.
염기훈 이전에 유일한 70-70클럽 멤버였던 이동국(1979년생)의 활약은 올 시즌도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1골을 추가하며 대회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37골로 늘렸다. 올 시즌엔 신임 주제 모라이스 감독의 전폭적인 신임 아래 지난 2014년 이후 다시 주장직도 맡고 있다.
프로배구 V리그의 최고령 선수는 천안 현대캐피탈의 플레잉코치 리베로 여오현(1978년생)이다. 올 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으로 개인통산 아홉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FA 자격을 얻은 그는 구단과 재계약 체결을 확정하며 ‘1년 더’를 외친 상황이다. 최고령 리베로의 활약을 최소 1시즌은 더 볼수 있게 됐다.
과거엔 은퇴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연령의 선수들이 여전히 각 종목에서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나이를 잊은 이들의 활약은 올드 팬들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젊은 팬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