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재벌 3세들이 연이어 마약 혐의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 지난 2012년 사건과 유사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시에도 재벌 3세 등 유력한 집안의 자제들이 여럿 연루됐었다. 그럼에도 화제는 현대가 3세에게만 집중됐다. 당시 남양유업 3세도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현대와 달리 유독 남양유업의 이름은 매스컴에 공개되지 않았다.
황하나, 최영근, 정현선 등 재벌 3세들의 마약 혐의가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황 씨 사촌 또한 마약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신문 DB
SK가 최영근 씨와 함께 대마 흡입 혐의를 받는 현대가 3세 정현선 씨는 현재 해외 체류 중이다. 마약공급책이 입을 열며 최 씨와 정 씨 등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이들은 유학시절 알게 돼, 마약까지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정 씨는 경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 씨 일가의 마약 전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또 다른 현재가 3세 A 씨 역시 2012년 대마 흡입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이 때 A 씨가 함께 대마를 흡입했던 사람이 남양유업 창업주 3세 홍 아무개 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성북경찰서에서 범죄첩보를 입수해 내사 끝에 덜미가 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홍 씨는 대마 매수로 인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죄로 1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 후 항소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으로 형이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당시 보도는 비교적 가벼운 벌금형을 받은 현대가 3세 A 씨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반면 집행이 유예됐지만 징역형을 받은 남양유업 3세는 그냥 A 씨의 친구 홍 아무개 씨로만 보도됐다.
2012년 대마흡입 사건에는 네 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서울의 부촌 중 하나인 성북동에서 살고 있으며 유학 시절 알게 된 사이로 알려졌다. 또 재벌 3세, 재계 고위직 자제, 유학생 등으로 모두 부유층 자제들이었다.
홍 씨는 2012년 8월 27일, 서울 강남의 한 피씨방에서 친구 이 아무개 씨에게 전화해 “대마를 구할 수 있는데 30만 원이 필요하다. 15만 원씩 내서 사자”고 제안했다. 이 씨는 제안을 승낙했고, 이들은 피씨방 앞에서 만나 돈을 걷어 기다리고 있던 김 아무개 씨로부터 대마 2g을 구입했다. 홍 씨와 이 씨는 각자 대마 1g씩을 나눠 가졌다. 대마 1g을 수중에 넣은 홍 씨는 밤 9시쯤 성북동의 A 씨 주거지 근처에 주차된 아우디 승용차 안에서 대마 0.5g을 나눠피웠다. 또 9월 15일경 홍 씨는 성북동의 자택 차고에서 남은 대마 0.5g을 흡연했다.
1심에서는 김 씨, 홍 씨, 이 씨 모두 징역형을 받았고, 2심에서 김 씨는 징역 8월, 홍 씨와 이 씨는 징역 6월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홍 씨에 대해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며 외로운 성장기를 보냈고, 현재 미국과 일본 등 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아 대학생활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유리한 정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벌 3세들이 마약 혐의로 줄줄이 수사를 받게 되자 이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은 황하나 씨와 홍 씨에 대해 직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사와 선을 긋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씨가 회사에 재직한 바 없고, 해당 사건에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회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