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가 맞붙을 예정이다. 사진=KBL
[일요신문]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는 울산 현대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 7전 4선승제로 펼쳐지는 대결을 앞두고 농구 전문가들은 다양한 전망을 나타내며 기대감을 드높였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6차례 만난 두 팀은 5승 1패로 현대모비스가 절대 우세를 나타내지만 단기전으로 치르는 챔피언결정전인 만큼 예상치 못한 변수와 분위기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규리그에서 43승 11패를 기록, 1위에 오른 현대모비스. 35승 19패로 2위를 차지한 전자랜드. 10번째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현대모비스(전신인 부산 기아 시절 포함)에 비해 프로 출범 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는 전자랜드는 여러 가지 면에서 모비스보다 열세를 보인다. 그래서인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한 농구 전문가들은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으로 모두 현대모비스를 꼽았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올라오는 전자랜드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이상윤(IB스포츠), 김승현(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손대범(점프볼 편집장) 농구 전문 기자의 의견을 통해 챔피언결정전 양상을 전망해 본다.
#그래서 우승은 어느 팀?
울산 현대모비스 센터 라건아. 라건아는 현대모비스의 ‘강한 골밑+빠른 백코트’를 상징하는 선수다. 사진=KBL
4전승으로 현대모비스 우승-이상윤 해설위원
개인적으로는 현대모비스가 4-0으로 우승할 것 같다. 설령 4전 전승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결국에는 현대모비스의 우승이 예상된다. 하지만 전자랜드가 정규리그에서 현대모비스에 1승 5패로 열세를 보였지만 포스트시즌을 치르며 찰스 로드와 기디 팟츠의 기량이 굉장히 좋아졌다. 현대모비스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기디 팟츠를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골밑에 라건아, 함지훈, 문태종이 자리하고 있다. 전자랜드의 찰스 로드가 정신 차리고 흥분하지만 않는다면 로드가 골밑 싸움을 벌이고 전자랜드의 장신 포워드들이 돌아가면서 공격해나갈 경우 전자랜드가 승리를 가져갈 수도 있다. 장신 포워드들인 정효근, 강상재, 김상규, 이대헌 등이 함지훈을 돌아가며 공격한다면 함지훈도 버티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경험을 무시하기 어렵다. 그동안 양동근 함지훈 라건아 등은 어려운 경기들을 많이 소화했던 선수들이다. 반면에 전자랜드에서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한 선수는 박찬희가 유일하다. 현대모비스가 초반 상승세를 이끌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4승 2패, 현대모비스 우승-김승현 해설위원
기량면에서는 거의 비슷하다. 센터는 라건아, 함지훈이 있는 현대모비스가, 포워드는 장신들이 많은 전자랜드가 우세하고 가드는 막상막하의 전력을 보인다. 전자랜드의 이대헌이 함지훈을 막을 듯 한데 챔피언결정전은 골밑 싸움에서 승부가 날 것 같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르며 두 팀 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상태다. 어느 팀이 더 간절한 마음으로 정신력을 무장하고 나올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내 경험에 의하면 챔피언결정전은 6강, 4강 플레이오프랑은 또 다른 느낌을 갖게 했다.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라고 할까. 빅게임에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라면 챔피언결정전의 긴장감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4승2패로 현대모비스의 우승을 점친다.
4승 1패로 현대모비스 우승-손대범 기자
현대모비스가 4강 플레이오프를 4차전까지 치렀지만(전자랜드는 창원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 3전 전승) 경험이나 전력 면에서 현대모비스의 우승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편이다. 무엇보다 현대모비스의 백코트에서의 수비력, 리바운드는 흠잡을 데가 없다.
전자랜드는 1차전 승부가 가장 중요하다. 현대모비스가 챔프전 우승을 거뒀을 때 1차전에서 패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역대 1차전 승리 팀 우승 확률이 68.2%). 이런 부분은 분명 전자랜드한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자랜드가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처음이라는 사실도 불리한 요인이다. 챔프전을 처음 경험한 팀들의 1차전 경기 내용이 대부분 좋지 않았다.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전자랜드의 찰스 로드와 박찬희가 얼마나 자신있게 공격력을 이끌어 가느냐가 중요하다. 1차전에서 실마리를 잡으면 시리즈를 길게 끌고 갈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챔피언결정전은 5차전에서 끝날 것이다.
전자랜드는 홈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1,2차전 이후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치르는 3,4차전에서 1승 이상은 거둘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전자랜드가 1차전에서 패하더라도 완패가 아닌 접전 양상을 펼친다면 이후 이어지는 경기에서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외국인 선수가 변수?
인천 전자랜드 외국인 듀오, 기디 팟츠-찰스 로드의 활약 여부는 챔프전 흐름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진=KBL
찰스 로드의 흥분을 막아라-이상윤 해설위원
전자랜드의 유도훈 감독이 찰스 로드를 어떻게 컨트롤하는지가 중요하다. 워낙 흥분 잘하기로 소문난 선수라 상대의 파울 유도에 쉽게 넘어가는 단점이 있다. 라건아도 흥분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골밑에서 무리하게 플레이하지 않고 우직하게 경기를 풀어나간다. 반면에 찰스 로드는 거칠고 자유롭다. 그게 과하면 팀 분위기를 망치게 된다. 찰스 로드가 라건아를 맡아 잘만 잡아 준다면 전자랜드의 기디 팟츠가 폭발력 있는 모습으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찰스 로드, 기디 팟츠를 지켜보라-김승현 해설위원
이번 챔프전에 임하는 찰스 로드의 마음가짐이 대단할 것이다. 찰스 로드는 KBL에서 8시즌을 뛰었지만 아직까지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오른 경험이 없다. 자신의 커리어 사상 첫 챔프전 진출이라 죽기 살기로 달려들 것이 분명하다. 기디 팟츠는 큰 경기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대학 시절에도 신들린 듯한 3점슛을 자랑했고,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 ‘3월의 광란’을 경험했던 터라 챔프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라건아, 쇼터 버티는 모비스가 유리-손대범 기자
전자랜드가 3전승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현대모비스의 라건아가 찰스 로드와 맞붙었을 때 밀린 적이 없었다. 리바운드는 물론 체력도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찰스 로드가 감정 컨트롤 못해서 경기를 망칠 때가 있었다. 경기가 안 풀리면 혼자 3점슛을 던지는 등 팀워크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는데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현대모비스의 쇼터는 워낙 기동력이 뛰어난 선수다. 기디 팟츠를 괴롭힐 수 있는 좋은 카드가 될 것이다. 기디 팟츠는 현란한 드리블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모비스가 기디 팟츠를 막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나올 것이다.
#키 플레이어는 누구?
김승현 해설위원과 손대범 기자는 현대모비스 이대성을 챔프전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사진=KBL
기디 팟츠 VS 라건아-이상윤 해설위원
단기전에는 항상 미친 선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전자랜드의 키플레이어는 기디 팟츠, 강상재, 정효근이 될 것이고, 현대모비스에서는 라건아, 쇼터, 이대성이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대헌 VS 이대성-김승현 해설위원
전자랜드의 승부의 키는 이대헌, 현대모비스에서는 이대성, 라건아를 주목하고 있다.
이대성 VS 강상재-손대범 기자
현대모비스는 이대성이 역할이 중요하다.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이대성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1,2,3번을 다 커버하며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선수다. 전자랜드에서는 강상재를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함지훈을 상대로 포스트업하는 건 부담스럽겠지만 매치업 상황에서 상당히 부담을 줄 수 있는 선수다. 외곽 플레이, 리바운드 가담 능력 등 강상재가 전자랜드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해결사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아킬레스건을 찾아라!
박찬희는 인천 전자랜드 선수단 내에서 유일하게 챔프전 경험이 있는 선수다. 사진=KBL
막히느냐, 뚫느냐 이것이 관건-김승현 해설위원
함지훈이 코트에서 좀 더 활발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규리그 때처럼 조용히 플레이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전자랜드에서는 박찬희, 정효근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가끔은 정효근이 오락가락하는 경기력을 보이며 정신줄을 놓을 때가 있더라. 전자랜드의 기디 팟츠가 막히면 답이 없다. 양 팀 감독들이 이 부분에 집중할 텐데 기디 팟츠를 막느냐, 뚫고 나가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이제 그만-손대범 기자
전자랜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큰 경기에서의 경험 부족이다. 그래서 패한 후에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이 나온다. 기디 팟츠에 가린 부분이지만 여전히 전자랜드의 ‘졌지만 잘 싸웠다’는 유효하다. 잘 싸워놓고 좋은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전자랜드의 국내 선수들이 얼마나 근성있게 경기에 임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솔직히 현대모비스한테는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굳이’ 꼽아야 한다면 쇼터다. 쇼터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쇼터가 팀에 녹아들 때는 어떤 선수도 그를 막을 수가 없지만 쇼터가 어긋나면 경기를 망친다. 현대모비스는 실책이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팀이다. 쉽게 이길 경기를 실책으로 어렵게 이길 때도 많다. 유도훈 감독은 현대모비스의 이 점을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