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홀로 조선을 구하다’ 표지. 사진=가갸날
[일요신문] 1908년 단재 신채호는 ‘이순신 전기’를 집필했다. 그보다 16년 앞선 1876년, 이순신 전기를 출간한 나라가 있다. 바로 이순신 장군으로부터 뼈저린 패배를 맛본 일본이었다. 세키코세이가 지은 이순신 전기의 제목은 ‘조선 이순신전’이었다.
책이 집필되던 메이지 시대, 일본 해군 역시 이순신을 연구했다. 그리고 일본 해군은 이순신을 자신들의 ‘롤모델’로 삼았다. 일본 해군대학교 교장을 지낸 사토 데쓰타로는 “넬슨 제독은 이순신 장군에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고 평했으며, 메이지시대 일본 해군의 대표적인 이론가 오사가와라 나가나리는 “조선의 안녕은 이순신 덕분이었다”고 분석했다.
4월 15일 발간되는 신간 ‘이순신 홀로 조선을 구하다’엔 성웅 이순신을 바라보는 메이지 시대 일본 유력 인사들의 시각이 담겼다. 이 책엔 ‘조선 이순신전’을 집필한 세키코세이, 그리고 일본 해군 사토 데쓰타로, 오사가와라 나가나리가 전한 이순신 전기·평전 3편이 실렸다.
이 책에선 일본인들이 흠모하는 이순신 장군의 전략적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 수군에 대한 비판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조명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국민작가 시바 료타로는 “이순신을 발견한 것은 메이지 일본 해군”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이순신을 향한 일본 해군의 관심은 상당히 컸다. 메이지 시대 일본 해군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이순신 신화’를 재조명한 셈이다.
세키코세이, 사토 데쓰타로, 오가사와라 나가나리의 ‘이순신 이야기’는 메이지 시대 당시 일본 해군장교들에게 깊은 전략적 영감을 주기도 했다.
이순신은 조선을 구했다. 반대로 일본은 이순신에 막혀 조선 정벌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후대 일본인들은 이순신을 흠모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이순신 홀로 조선을 구하다’란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