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왼쪽부터), 트린 트랜 프로듀서, 안소니 루소?조 루소 감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의 내한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어벤저스 시리즈의 집대성, ‘어벤저스:엔드게임’의 개봉을 1주일 여 앞둔 가운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수장 케빈 파이기가 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간단하게 답했다. 캐릭터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있어 악몽같았던 전편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와는 달리 티슈가 필요할 정도의 ‘눈물을 짜내는 구간’은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15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어벤저스:엔드게임’ 내한 기자회견에 MCU를 만들어낸 ‘또 다른 영웅’들이 모였다.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를 비롯해 트린 트랜 프로듀서, 이른바 ‘루소 형제’로 불리는 안소니·조 루소 감독은 이날 이 자리에서 ‘엔드게임’으로 막을 내리는 어벤저스 시리즈와, 앞으로 새로운 마블 시리즈의 히어로에 대해 밝혔다.
케빈 파이기 대표는 ‘토르’ 시리즈에서 로키 역을 맡았던 톰 히들스턴과 함께 5년 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어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그는 “5년 만이 아니라 더 빨리 왔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에 ‘어벤저스: 엔드게임’과 함께 오게 돼 영광이다”라고 재방문 소감을 밝혔다.
‘어벤저스: 엔드게임’ 내한 기자회견. 케빈 파이기 마블스튜디오 대표. 사진=임준선 기자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며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케빈 파이기는 “‘어벤저스: 엔드게임’은 스물 두 편의 영화가 집대성된 작품이다. 앞선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는 엔드게임의 전초전으로 보시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저희들은 지난 10년 간 했던 것처럼 더 많은 것들을 소개해 드릴 것이다. 더 새로운 히어로들도 나타나겠지만, 지금은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0년은 엔드게임을 위해 달려왔다. 그래서 엔드게임을 통해서 여러 가지 놀랄 만한 것들, 그리고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결론, 즉 22개 ‘인피니티 사가’의 결론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드게임을 위해 준비해야 할 준비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티슈를 가져 오시라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사실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여러분의 열정을 가지고, 사랑을 가지고 관람해주셨으면 한다. 많은 배우들이 많은 열정을 쏟아 부어 2년 간 인피니티 워와 동시에 촬영한 작품이다. 이제 드디어 그 결과물을 보여드릴 차례인데, 저희가 팬 분들께 무엇을 준비했는지를 보게되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어벤저스: 엔드게임’ 내한 기자회견. 트린 트랜 프로듀서. 사진=임준선 기자
안소니 루소와 조 루소 감독은 “러닝타임이 3시간 2분인데 음료수를 너무 많이 마시면 안 될 것 같다. 중간에 화장실에 가도 될 만한 장면이 하나도 없어서 중요한 장면을 놓칠 수 있다”며 “그리고 간식도 가져오시기 바란다. 굉장히 배가 고플 테니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트린 트랜 프로듀서는 “케빈이 휴지는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크리넥스는 가지고 가시는 게 좋을 거 같다”며 “전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린 트랜은 마블 스튜디오에서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은 여성 프로듀서다. 그에게 ‘여성 히어로’에 대한 질문이 빠질 순 없었다.
이에 대해 트랜은 “저희는 항상, 무엇보다 더 여성 히어로를 계속 서포트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저희에게는 정말 여성 히어로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사실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감독 안소니 루소(왼쪽), 조 루소 형제. 사진=임준선 기자
MCU 10년사에 대한 회상도 이어졌다. 조 루소는 “정말 엄청난 규모의 영화였다. 영화 역사를 되돌아 봐도 ‘반지의 제왕’을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가 아니었을까. MCU는 저희가 지금까지 한 것 중에서 최고의 프로젝트였다. 관객분들도 저희와 똑같은 생각이셨으면 좋겠다”라며 “물론 저희도 좌절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많은 열정을 통해 만들어진 프로젝트였고, 무엇보다 팬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기에 이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엔드게임’에 앞선 ‘인피니티 워’는 패배를 모르는 히어로들의 ‘완벽한 패배’를 그려내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준 작품이다. 이에 대해 안소니 루소는 “저희로서도 스토리텔링을 하는 데 굉장히 어려운 결말이었다. 관객들의 반응도 저희에겐 큰 감명으로 다가왔다”며 “사실 영화에서 악당이 이기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현실에서는 악당이 이기고 우리가 그 고통을 겪어내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래서 여러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마블 유니버스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영화가 끝나도 스토리는 계속된다. 그래서 타노스가 이기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상으로는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겠나 싶다”라며 “특히 카타르시스 측면으로 보면 관객들에게 큰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악당이 이기는 것을 큰 규모로 경험하는 일은 흔하지 않으니까”라고 덧붙였다.
후속작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조 루소는 “아직 픽스된 것은 아무것도 없긴 하지만, 저희의 다음 작품은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예정돼 있다”라며 “저희는 이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마블을 정말 사랑하고, 마블과 함께 많은 작업을 하며 정말 놀라웠다. 앞으로도 그런 작업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