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네덜란드 알미르 알미르호텔에서 ‘제1회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개최 계획을 발표한 아이스더비 인터내셔날 현도정 대표. 사진=아이스더비
[일요신문] 사상 첫 ‘아이스더비 그랑프리’가 2019년 6월 네덜란드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이스더비’는 세계 스포츠팬이 새롭게 마주할 21세기형 빙상 종목이다.
4월 10일 네덜란드 알메르 모처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이스더비 인터내셔날 관계자는 “2019년 6월 네덜란드 히렌벤 티알프 스타디움에서 사상 첫 아이스더비 그랑프리가 열린다. 아이스더비 인터내셔날과 네덜란드빙상경기연맹(KNSB)은 대회 공동 개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아이스더비’는 스피드스케이팅(400m)과 쇼트트랙(110m)의 중간 규모인 220m 트랙에서 빙상 스타들이 자웅을 겨루는 경기다. ‘아이스더비 그랑프리’엔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정상급 선수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빅토르 안과 스벤 크라머,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대표하는 두 전설 중 누가 더 빠를까?” 빙상 팬들이 상상하던 꿈의 대결 결과를 ‘아이스더비 그랑프리’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21세기형 신흥 빙상 종목 ‘아이스더비’의 종주국이 한국이란 점이다. ‘아이스더비’는 2006년 아이스더비 인터내셔널 현도정 대표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설계된 종목이다.
지난 13년 동안 현 대표는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개최”를 목표로 ‘아이스더비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현 대표의 오랜 노력은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13년 만에 아이스더비가 전 세계 스포츠 팬 앞에 첫선을 보일 무대가 마련된 까닭이다.
# “첫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종주국 한국 아닌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까닭은
2019년 6월. 사상 첫 아이스더비 그랑프리가 네덜란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사진=아이스더비
2019년 1월. 아이스더비 인터내셔널 현도정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론 한국 강릉에서 아이스더비 첫 대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었다.
당시 현 대표는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아이스더비 첫 대회를 열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방치된 스케이트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면서 “이를 통해 전 세계에 ‘동계올림픽 시설 사후 활용 방안’의 모범 사례를 남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 대표는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강원도청 측과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개최 관련 구체적인 협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까지 강릉에서 ‘제1회 아이스더비 그랑프리’를 개최할 가능성은 적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의 태생적 한계가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개최’의 발목을 잡았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을 아이스더비 규격에 맞게 개조하려면 예상보다 긴 준비 시간과 많은 예산이 필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장 개조 및 그랑프리 개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강원도·강릉시 측의 협조를 얻는 일 역시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여름, 무조건 첫 아이스더비 그랑프리를 개최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던 현 대표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다른 개최지를 물색해야 했다.
결국 사상 첫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개최는 ‘빙상 강국’ 네덜란드의 차지가 됐다. 현도정 대표 입장에서 네덜란드의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개최는 ‘차선책’이었다. 하지만 국제 빙상계 일각에선 “아이스더비 대회 흥행 면에선 네덜란드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분석이 나오는 이면엔 네덜란드의 뜨거운 빙상 열기가 자리한다.
여기에 네덜란드에서 빙상은 최고 인기 스포츠다. 실제로 네덜란드에서 펼쳐지는 빙상 경기의 만원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처럼 네덜란드인에게 ’빙상 직관’은 일상적인 일이다. 네덜란드에서 개최 예정인 ‘아이스더비 그랑프리’엔 수많은 빙상 팬이 운집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아이스더비 그랑프리를 향한 네덜란드 측의 관심 역시 상당히 크다. 네덜란드빙상경기연맹은 고안 초기부터 ‘21세기형 동계스포츠 메가 이벤트’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아이스더비’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 현도정 대표 “아이스더비, 빙상 종목의 잠재력 끌어낼 메가 이벤트 될 것”
세계적인 쇼트트랙 스타들을 옆에 두고,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개최 계획을 발표하는 아이스더비 인터내셔날 현도정 대표. 현 대표는 2006년부터 ‘아이스더비 외길인생’을 걸어온 인물이다. 사진=아이스더비
아이스더비 인터내셔널 현도정 대표는 “아이스더비가 세계 동계스포츠 흐름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현 대표는 “지금까진 빙상 선수들의 활동무대가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대회뿐이었다. 활동 무대가 지극히 제한적이었던 셈”이라며 “이제 선수들은 아이스더비 그랑프리를 통해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 여기에 아이스더비를 통해 선수 생활을 연장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 대표는 “아이스더비는 스케테인먼트(Skatainment)란 문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스케테인먼트는 스케이트를 주제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을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스더비 그랑프리가 진행되는 중간중간 아이스쇼, 밴디(팀당 11명이 출전하는 아이스하키), 싱크로나이즈 스케이팅, 팝 공연 등 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스포츠 팬들은 아이스더비를 통해 박진감 넘치는 스케이트 경기와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첫 아이스더비 그랑프리를 준비하는 현 대표의 마스터플랜이다.
현 대표는 2006년부터 아이스더비 그랑프리 대회 개최를 위해 달려왔다. 2014년 ‘ISU와의 소송전’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 예정이던 아이스더비 그랑프리가 취소되는 아픔도 있었다. 고난을 이겨내고 아이스더비 첫 대회를 앞둔 현 대표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오랜 세월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전 세계 스케이팅 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드리겠다’는 열망 하나로 달려왔다. 아이스더비는 ‘프로 빙상 시대’를 열 선두주자가 될 것이다. 전 세계 빙상 선수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대회다. 첫 대회에서 전 세계 빙상 팬들을 매료시킬 멋진 무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이스더비 외길인생’을 걸어온 현 대표가 밝힌 각오다.
과연 21세기형 동계스포츠, 아이스더비는 의미 있는 첫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까. ‘한국산’ 신흥 스포츠 종목의 미래를 향한 전 세계 빙상 팬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