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선 씨는 현대미래로 계열사인 현대기술투자에 2017년 입사해 현재 상무로 근무 중이다. 현대기술투자는 중소기업 창업자에 대한 투자 및 융자, 컨설팅을 제공하는 곳으로 현대미래로의 손자회사다. 현선 씨는 우리나이로 31세라는 빠른 나이에 상무 직책을 달면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8남인 정몽일 회장은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정 회장의 장녀이자 현선 씨의 동생인 정문이 씨는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현선 씨가 정 회장의 유일한 후계자로 사실상 지목받고 있다.
현대기술투자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4월 15일 기준 현선 씨는 현대기술투자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기술투자 홈페이지에도 여전히 현선 씨를 상무로 소개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현대기술투자에 향후 현선 씨 거취에 대해 질의했지만 회사 측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마약’이라는 강력범죄에 연루된 인물이 차기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는 건 그룹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일이다. 더구나 현선 씨의 동생 문이 씨도 과거 대마초 흡입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2017년 현대미래로그룹 송년의 밤 행사 모습. 사진=현대미래로 홈페이지
현대미래로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향후 경영권 향방을 쉽게 점치기는 어렵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현대미래로의 최대주주는 정몽일 회장(37.26% 소유)이고, 범 현대가인 KCC(19.77%), 현대종합상사(현대코퍼레이션 계열·19.77%), HDC(13.51%), 현대A&I(현대백화점 계열·9.69%) 등이 주주로 있다. 정몽일 회장이 최대주주지만 다른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지면 언제든지 경영권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구조다.
현선 씨의 향후 거취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이 경영 승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범 현대가라지만 엄연히 다른 회사인만큼 경영권을 두고 다툼이 빚어질 여지도 충분하다. 또 증여세 납부 등을 감안하면 정 회장의 지분 37.26%를 현선 씨가 온전히 물려받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1959년생인 정몽일 회장은 경영승계를 논하기는 비교적 이른 나이다. 또 현대미래로가 범 현대가의 지원을 통해 탄생한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현대미래로 주주사들의 사업보고서에도 대부분 출자목적을 ‘단순투자’로 소개했다. 현대미래로의 한 주주사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여부에 대해 특별히 정해진 건 없다”라고 전했다.
정몽일 회장은 과거 현대중공업 계열사였던 현대기업금융(현 현대엠파트너스)을 이끌다가 2015년 대표직을 사임했다. 다음해인 2016년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위기로 정몽일 회장의 회사 현대미래로에 현대기업금융을 매각했다. 현대기업금융이 1년 만에 다시 정몽일 회장 품으로 돌아온 셈이다.
현대미래로는 2016년 정몽일 회장이 설립한 금융 투자업체로 지분구조에서 알 수 있듯 설립 당시 범 현대가의 도움을 받았다. 현재 현대미래로그룹은 현대미래로(주)를 비롯해 현대기술투자(주), 현대엠파트너스(주) 등 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특히 현대엠파트너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16억 원, 영업이익 17억 원을 기록하는 등 계열사 전체를 살펴보면 ‘알짜’ 회사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