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오로 문도원 감독이 1번을 뽑자 실망하는 감독들. 최정 선수는 사이버오로팀이 데려갔다. 왼쪽부터 인제 유병용 감독, 여수 거북선 이현욱 감독, EDGC 조연우 감독, 사이버오로 문도원 감독.
[일요신문]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 선수선발식이 지난 4월 11일 한국기원에서 열렸다. 이번 리그는 여덟 팀이 참가했고, 한 팀당 선수는 네 명씩 보유한다. 지역연고 두 명(서귀포칠십리 1지명 오정아, 부안곰소소금 3지명 이유진), 보호지명 여섯 명(서귀포칠십리 2지명 조승아·3지명 김경은·후보 김수진, 부안곰소소금 1지명 오유진·2지명 허서현, 서울 부광약품 1지명 김채영, 포스코케미칼 1지명 조혜연), 외국인 용병도 네 명(서울 부광약품 루이나이웨이, 부안 곰소소금 후지사와 리나, 포스코케미칼 왕천싱, 서울 EDGC 가오싱)이 참가해 선수선발식에 실제 호명된 선수는 20명에 불과했다.
올해 박지은·박지연·박태희까지 작년 1주전에서 뛰었던 ‘3박’이 불참 선언했고, 2주전 최강자였던 이슬아 선수도 중국 유학을 떠나 상위권 선수층이 아주 엷어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오유진·김채영·오정아·조혜연을 이미 1주전으로 확보한 네 팀 감독은 선발식에서 여유작작했다.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 선수선발 결과. 노랑은 지역연고, 녹색은 보호지명 선수.
#‘도무지 몰라’ 포스코, ‘97 트리오’ 인제
지역연고와 보호지명으로 작년 선수들 대부분 묶은 서귀포칠십리와 곰소소금을 제외하곤 대부분 팀이 새로 진용을 갖췄다. 지난 리그 포스트 시즌에서 2위였던 여수거북선은 남은 선수가 보호지명 연한을 넘어 전원을 새로 뽑았다. 이현욱 감독은 “작년은 선발식에서 할 일이 없어 아주 편했는데 올해는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다. 여수거북선팀이 2년 연속 준우승했기에 우승 말고는 목표가 없다. 올해는 1주전 김다영 선수와 3주전 김상인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선발 소감을 밝혔다.
지난 리그 3위였던 포스코케미칼도 1주전 박태희의 불참으로 선수 세 명을 충원했다. 조혜연(1지명 보호)·강지수·김제나와 왕천싱(중국 용병) 선수로 팀을 꾸린 이영신 감독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정말 개성 넘치는 팀이 되었다. 2지명 선발 때는 마음에 정해둔 선수가 없었다. 강지수(2지명)는 순간적인 감에 따른 선택이었다. 3지명으로 김제나는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다. 팀 구성 만족도는 80%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포스코팀은 감독부터 선수까지 톡톡 튀는 여자기사만 모였다. 이번 리그에서 어떤 사고(?)를 칠지 도무지 예측불가한 팀이다.
신임 유병용 감독이 이끄는 인제 하늘내린팀은 1주전 김미리 선수가 91년생 언니고, 나머지 2~4주전인 송혜령·정연우·이단비 선수가 ‘97년생 트리오’다. 선수들이 친구처럼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다. 유병용 감독은 “팀 분위기가 아주 밝다. 내가 초보 감독이라 김미리 선수와 협의해 선수들을 따라가고 있다. 어떤 팀과 대결해도 끈끈하게 버텨보겠다.” 인제팀은 감독부터 선수까지 선남선녀만 모아놓아 비주얼이 빛나는 팀이다.
선수선발식을 참관한 최정 선수. 사이버오로 소속이 되었다.
서울 EDGC 2지명으로 선발된 ‘정관장 여신’ 이민진 선수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자 오유진 선수가 손을 잡아줬다.
# ‘정혜, 쌍수’ 사이버오로, ‘친목 제일’ EDGC
선수선발식에선 보호한 1지명이 없는 서울 EDGC, 인제 하늘내린, 여수 거북선, 서울 사이버오로까지 네 팀 감독이 나와 먼저 순번 추첨을 했다. 1번을 뽑아 최정을 데려온 이는 문도원감독이었다. 최정 선수는 이전부터 사이버오로에 오고 싶다는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혀왔기에 선발확정 후에 표정이 아주 밝았다. 이어서 2주전 강다정, 3주전 차주혜, 후보 장혜령을 차례로 선발했다. 사이버오로가 확실한 1승 카드를 가졌지만, 그 대가로 2, 3지명 선발에서 다른 팀보다 순위가 밀려 평균 전력은 낮은 편이다. 최정이 아무리 강해도 100% 승률을 기대하긴 어려워 문 감독은 매 경기 오더를 짤 때마다 2지명 강다정의 위치를 고민해야 한다. 차주혜·장혜령의 경기력을 키워야 하는 숙제도 남았다.
서울 EDGC은 ‘친목 제일팀’이다. ‘절친’만 모아 팀을 구성한 모습인데 꼼꼼히 보면 전력도 그리 나쁘진 않다. 선수선발식 현장에서 조연우 감독이 2지명으로 이민진 선수를 지목하자 그녀는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다가 끝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까지 쏟았다. 이민진 선수는 “1주전 김혜민 선수와 친자매 이상으로 친하다. 이번에 같은 팀에 합류할 수 있어서 감격했다. 이제 개인전 우승 같은 목표가 없지만, 아직도 바둑을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잘 두는 후배들에게 좀 배우고 싶어서 올해 국가대표에도 들어갔다. 우리 팀은 1주전 김혜민 선수가 듬직하고, 권주리는 사실 2지명급 선수다. 용병 가오싱도 센 선수라서 나만 잘하면 좋은 성적 거둘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 선수선발식 기념촬영.
선수선발식 현장에 나온 바둑기자들에게 8개 팀 정규리그 예상순위를 물었다. 이들 의견을 종합하면 서귀포칠십리(이지현 감독)와 부안 곰소소금(김효정 감독)이 1, 2위를 다투는 ‘2강’이다. 3, 4위가 부광약품(권효진 감독)과 포스코케미칼(이영신 감독) 정도다. 5위는 EDGC(조연우 감독), 6위가 여수거북선(이현욱 감독)이고, 인제 하늘내린(유병용 감독)과 사이버오로(문도원 감독)가 ‘2약’이라고 전망했다. 선수선발식을 참관한 한종진 9단(2012한국바둑리그 사이버오로팀 감독)은 “선수 전력만 살피면 1지명급 선수가 두 명이 있는 서귀포칠십리가 가장 강팀이다. 이외에도 강팀들이 즐비해 올해 사이버오로팀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려워 보인다”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 개막식은 5월 2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리며 개막전은 5월 6일 인제 하늘내린과 서귀포 칠십리의 대결로 막이 오른다. 정규리그는 8개팀 더블리그로 진행한다. 매 경기는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총 56경기, 168국을 치른다. 정규리그 14라운드를 모두 마치면 성적 상위 4개 팀이 스텝래더 방식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른다. 포스트시즌은 준플레이오프(단판)–플레이오프(3번기)–챔피언결정전(3번기)으로 진행한다. 2019한국여자바둑리그는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며 우승상금은 5000만 원, 준우승상금은 3000만 원이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