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선포식을 마친 후 송하진 전북도지사 등과 태양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선포식’에서 새만금에 대규모 태양광 사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단지 총사업비로 6조 6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이날 계획이 발표될 때까지 그 흔한 공청회 한번 없었다.
새만금은 전라북도 일대에 약 409㎢ 규모로 조성된 국내 최대 간척지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새만금 전체 면적 중 9.22%에 이르는 37.73㎢가 태양광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단지는 발전용량 기준으로 태양광 2.8GW, 풍력 0.1GW, 연료전지 0.1GW로 조성된다.
지역 정치권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민주평화당 의원들은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계획이 발표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전북도민 동의도 구하지 않고 사전 환경영향 평가 절차마저 무시한 채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전북 지역 야권 정치인들은 “경제거점을 만들겠다더니 겨우 태양광이냐”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전북 전체 국회의원은 10명이고 민주평화당 5명, 더불어민주당 2명, 바른미래당 2명, 무소속 1명 순이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최대 토목 사업이 될 전망이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개발청은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으로 연관 기업 100개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10만 개 창출을 예상했지만 야권은 예측치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재생에너지 단지는 건설이 끝나고 나면 상주하는 관리 인력은 적기 때문에 당초 목표했던 경협 단지와 비교하면 경제유발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반발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 면적(재생에너지 단지로 선정된 지역)은 군산공항과 근접해 공항 소음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가려다가 전부 철수한 곳이다. 다른 사업을 하기 몹시 어려운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일요신문이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새만금 내 공항소음이 예상되는 지역은 이번 태양광 계획 부지와는 관계없는 농생명용지가 주로 포함됐고, 태양광 부지 중에는 일부 지역만 해당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운천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 기업들이 가려다가 공항소음 때문에 철수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가짜뉴스다. 일부 기업이 해당 지역에 투자 의사를 밝혔으나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철회했다. 공항소음 때문이 아니다”면서 “공항과 신항만 등 인프라 확충만 되면 사업성 때문에 철수했던 기업들을 다시 유치할 수 있다. 새만금 개발을 위해 정부가 가장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은 재생에너지 사업이 아니라 인프라 확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총사업비를 축소해 발표했다는 의혹도 있다. 정부가 예상한 총사업비는 건설비일 뿐이고 운영 및 관리비와 철거비가 포함되지 않았다. 이를 모두 포함할 경우 총 사업비는 10조 원을 초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개발청 측은 “일반적으로 총사업비는 발전소 준공까지 수반되는 비용을 의미하며 발전소 운영비와 철거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경제성도 쟁점이다. 정부가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영광원전 3기 용량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에 대해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조성진 교수는 “전북 지역 현장답사를 한 적이 있는데 미세먼지, 계절 등 영향으로 일조량이 적었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 면적)태양광 시설로 원전 3기 용량 전기를 생산하려면 4계절 내내 한여름처럼 날씨가 좋아야 하고 비도 안와야 한다. 실제 생산되는 전기량은 원전 1기 용량도 안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발청 측도 이 같은 문제제기는 인정했다. 개발청 측 관계자는 “원전 3기 용량이라는 것은 설치될 설비 발전용량 기준이다. 우리도 실제 생산되는 전기량은 (설비 발전용량 기준에서) 15% 정도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조~3조 원이다. 단순 계산해보자면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은 원전 2기를 건설할 예산을 투입하고도 원전 1기에도 못 미치는 전기를 생산한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은 향후 20년간 운영되다 철거된다. 한번 지으면 30년 이상 가동되는 원전과 비교해 수명도 짧다.
또 새만금 부지 조성 원가는 3.3㎡당 65만 원선인데 일반 태양광 시설 부지 가격(약 10만 원선)보다 6배가량 비싸다. 여러 모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조성진 교수는 “태양광 시설은 ESS(에너지저장시스템)에서 화재가 많이 발생한다. 안정성도 떨어진다. 태양광 시설에 전력을 크게 의존하다 화재라도 발생하면 문제가 커진다. 태양광 시설은 국가적으로 대단지로 할 것이 아니라 건물 지붕 등 적재적소에 소규모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했다.
정부는 새만금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이유가 풍부한 일조량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야권에선 지역 민원을 피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 대안으로 태양광 발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동안 지역에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태양광 시설로 인해 화재, 환경훼손, 산사태 유발 등 여러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새만금은 국가 소유고 주변에 민가가 적어 이런 민원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사업 불확실성도 문제다. 정부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에 민간 자본을 대규모 유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재계 인사들 사이에선 ‘정권이 바뀌면 사업이 백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지난 1991년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활용방안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농지, 관광, 한-중 경협 단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단지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이 발표된 것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는 환경영향평가와 사업자 선정, 관계기관 협의를 마치고 1단계 사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2022년까지다.
사업이 백지화될 가능성에 대해 개발청 측은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아무리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함부로 사업을 뒤집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마땅한 안전장치는 없다”고 인정했다.
전북 지역 한 야권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설익은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하는 바람에 30년 가까이 표류해온 새만금 개발이 또 지연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