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의 발표 후 금융권에서는 토스뱅크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선언에 대해 ‘의외’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케이뱅크를 주도하는 KT나 카카오뱅크를 주도하는 카카오는 자본이 수조 원에 달하며 키움증권 역시 2조 원이 넘는 자본금을 갖고 있다. 반면 토스뱅크를 주도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자본은 2018년 말 기준 1080억 원으로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턱없이 적다. 또 지난해 445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좋은 것도 아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비바리퍼블리카 공식 블로그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의 금융권 영토 확장 행보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5년 송금 서비스 어플 ‘토스’를 출시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6년 토스는 구글플레이 ‘올해의 베스트앱’ 대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2018년에는 이승건 대표가 정보통신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는 등 업계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2018년 말에는 토스 가입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토스대부, 토스보험서비스를 설립해 대부업과 보험업에도 진출했다. 토스보험서비스는 지난 1월 ‘실속형 미니보험 상품’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다만 토스대부는 대부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늘자 관련 서비스를 철수했고, 토스대부도 현재는 청산된 상태다.
지난 4월 4일에는 토스카드도 출시했다. 토스카드는 토스 어플에 사이버머니인 ‘토스머니’를 충전한 후 체크카드와 같은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전국 편의점 ATM에서 무제한 무료로 출금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승건 대표는 “토스카드는 토스에서 처음으로 출시하는 온·오프라인 결제를 지원하는 카드로 일상의 다양한 혜택은 물론 자동저축 기능과 같이 보다 현명한 금융 생활을 도울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바리퍼블리카의 자체적인 상품은 아직 부족하지만 보험업과 카드업에 진출하면서 나름대로 금융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증권사 토스증권(가칭)을 설립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여기에 은행업까지 진출하면 주요 금융업에 모두 진출하게 되는 셈이다.
토스 어플 화면 캡처
이승건 대표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신한금융 이탈 후 한화투자증권이 컨소시엄에 새롭게 합류했다는 점이다. 한화투자증권이 대기업 금융계열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자본이나 금융권 노하우 등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 컨소시엄 측도 “한화투자증권의 합류로 보다 안정적인 주주 구성이 가능해 졌으며 한화투자증권은 물론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들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승건 대표는 해외 벤처캐피탈사들로부터 추가로 자본 유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증자에 자신이 없었다면 이런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해 1350억 원을 이미 유치해서 준비 법인이 필요한 돈을 충분히 확보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럼에도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토스뱅크의 자본력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또 토스뱅크가 인가를 받아 서비스를 개시하더라도 큰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력에서는 키움뱅크가 금융혁신 측면에서는 토스뱅크가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은행권 내 경쟁 강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며 2금융권과 경쟁 영역이 보다 중첩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전배승 연구원이 언급했듯 토스뱅크가 내세운 지향모델은 ‘챌린저뱅크’다. 챌린저뱅크는 기존 1금융권에서 제외된 중·저신용자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이다. 현재 토스뱅크는 SC제일은행과 신용평가모델을 만들면서 소상공인에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챌린저뱅크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김상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영국의 경우) 기존 대형 은행의 대출금액이 감소한 반면 챌린저뱅크의 대출금액은 증가하고 있으나 대형은행 대비 챌린저뱅크의 규모는 여전히 작다”며 “디지털 전문 챌린저뱅크는 디지털에 친근한 밀레니얼 세대 등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해 일반 고객을 유치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최근 수년 간 유럽을 중심으로 챌린저뱅크의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유럽 은행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했다”면서도 “IT 기반 챌린저뱅크의 경우 IT 인프라 및 인력 훈련에 상당한 투자를 함에 따라 영업 손실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대한민국의 금융 생활이 완전히 새로워지는 역사를 만들겠다”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은행업이 금융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만큼 이승건 대표의 목표를 위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이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자본 등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아 목표를 이루기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4~5월 중 외부평가위원회 평가를 포함한 금융감독원 심사를 거친 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여부를 받는다. 토스뱅크가 예비인가를 받으면 금융위에 본인가를 신청하고, 금융위로부터 본인가를 받으면 영업개시가 가능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비바리퍼블리카, 금융주력자 인정 여부 논란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따르면 향후 토스뱅크의 최대주주는 비바리퍼블리카(60.8%)가 될 예정이다. 이밖에 한화투자증권(9.9%), 알토스벤처스(9.0%), 굿워터캐피탈(9.0%), 한국정보인증(4.0%), 베스핀글로벌(4.0%), 무신사(2.0%), 리빗캐피탈(1.3%) 등이 주주로 참여한다. 주주 구성에서 알 수 있듯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리빗캐피탈 등 벤처캐피탈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았다. 주주 구성은 완료했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금융주력자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르면 비금융주력자 중 ICT 관련 자산 비중이 50% 이상인 기업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34%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비바리퍼블리카가 비금융주력자로 판정받을 경우 토스뱅크 지분 60.8%를 가질 수 없게 된다. 금융주력자의 경우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10%를 금융당국 승인 없이 보유할 수 있고, 그 이상 보유하려면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비바리퍼블리카 측은 산업표준분류에 따른 전자금융업자인 만큼 금융주력자로 인정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비바리퍼블리카를 금융주력자로 인정하면 전자금융업자로 등록된 LG유플러스, 쿠팡, 하나투어 심지어 한국철도공사도 금융주력자가 될 수 있다. 어느 한 쪽 의견이 옳다고 단정할 수 없는 만큼 유권해석을 내릴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