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상 씨 사진을 도용해 ‘나눔’을 준다며 접근하는 신종 사기가 유행하고 있다.
당시 나눔토토는 사기 수법이 몇 단계로 구성돼 있었다. 먼저 박철상 씨를 사칭한 밴드로 초대장을 보냈다. 해당 밴드는 박철상 씨의 좋은 정보 나눔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는 간증들이 가득차 있도록 만든다. 해당 초대장을 받은 사람 중 밴드로 들어와 글을 보고 반응하는 사람이 있으면 정보를 얻고 싶냐고 묻는다. 정보를 얻고 싶다고 하면 사이트에 가입하라고 하는데 이 사이트가 바로 사기 도박 사이트다.
사기 도박 사이트까지 가입을 마치면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으로 초대한다. 초대된 방에는 바람잡이 역할을 할 사기도박 관계자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얼른 사기 도박을 하라고 부추긴다. 사칭한 박철상 씨가 여러 경기를 찍어주지만 틀리는 경우가 많았고 설사 맞히더라도 이미 입금된 돈은 받아갈 수 없는 구조였다. 심지어 게임을 하지도 않은 사람이 ‘도박인 줄 모르고 입금했다’고 하면 채팅방에서 강퇴한 뒤 차단하고 돈은 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박철상 씨 사기 도박이 진화한 장면이 포착돼 주의를 요한다. 이미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모양새다. 박철상 씨가 구속되면서인지 사칭하는 내용은 똑같은데 ‘박철준의 나눔’으로 이름만 약간 바꿨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방식이 약간 바뀌었다. 과거 사기 도박을 장려해 성과를 내는 방식에서 환급금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박철준으로 둔갑한 사칭 사기꾼은 나눔을 주겠다면서 ‘나눔을 많이 해봤는데 돈보다는 순식간에 몇 배를 딸 수 있는 토토나 도박 정보가 훨씬 도움이 되더라’는 얘기를 통해 현혹한다.
지난해 수법과 동일하게 일단 사이트 가입을 지시하고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초대된 이후에는 바람잡이들의 활동이 개시된다. 한 채팅방 참여자는 ‘이거 말하는 게 자랑이라고 느껴질까봐 조심스러운데 박철준 님 덕분에 큰돈 벌었다’고 말하거나 ‘덕분에 돈 벌어서 삶이 달라졌다’ 등의 찬양으로 가득하다.
비슷한 단계지만 결정적으로 돈을 빼앗는 방식이 달라졌다. 먼저 종목이 바뀌었다. 예측해서 틀릴 수도 있는 현실 스포츠가 아니라 사이트 내에서 자체 조작할 수 있는 방식인 사다리타기로 갈아탔다. 더 대담해진 것은 일단 참여자들이 초기 베팅한 금액을 10배 이상 불려준다는 점이다.
환급해달라고 하자 돌변해 환급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모습.
500만 원을 입금한 한 피해자는 7000만 원까지 따게 됐다. 어차피 사이버 머니이기 때문에 사기 도박 사이트 측에서는 금액을 부풀리든 말든 중요하지 않은 셈이다. 이후 피해자가 환급을 요청하면 박철준은 갑자기 돌변한다. 먼저 환급받을 금액의 20%를 수수료로 입금하라고 한다. 7000만 원의 20%면 1400만 원인 셈이다.
어차피 500만 원은 챙겨 놓은 뒤 20% 수수료까지 받으면 일석이조인 셈이다. 한 피해자는 “어차피 돌려줄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에 수수료를 절대 보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지금도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수없이 많은 방이 개설돼 있다. 나 같은 피해자들 양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