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정문. 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단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A 씨가 학교로부터 근신 2주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학사행정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이유다. 단국대 무용과 학생회장 신분인 A 학생은 동기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강의평가 관련 언급을 했다가 징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말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일요신문’에 “단국대 무용과 학생회장 신분인 A 씨가 동기생들에게 ‘강의평가를 소신껏 하라’는 이야기를 꺼냈다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고 알렸다.
그리고 4월 16일 ‘일요신문’은 단국대 학생팀으로부터 “A 학생이 징계위원회로부터 근신 2주 처분을 받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단국대 학생팀 관계자는 “A 학생이 징계 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징계가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단국대 학생팀 관계자는 “친구들끼리 ‘특정 교수의 교수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언급은 할 수 있다. 하지만 A 학생은 무용과 학생회장으로서 공인 신분이라고 판단했다. A 학생이 강의평가를 언급한 장소는 무용과 연습실로 공적인 장소다. 공인이 공적인 장소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국대 학생지도위원회는 ‘학생 상벌 규정’ 제4조(징계 대상) 제2항에 따라 A 학생의 징계를 의결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단국대 학생지도위원회는 무용과 학생들로부터 받은 설문지, 징계위원회에 출석한 A 학생 발언을 토대로 징계 처분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이 학생을 징계하는 건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사례가 아니다. 단국대 학생팀 관계자의 말처럼 A 씨가 ‘특정교수의 강의평가를 낮게 주라’는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해당 행위가 학사행정에 지장을 초래했는지 여부는 개인의 가치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일요신문’은 징계 처분을 받은 단국대학교 A 학생에게 징계 조치와 관련한 자세한 정황을 들으려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A 학생은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 A 학생의 ‘강의평가 발언’ 직접들은 B 씨 “강의평가 낮게 주라는 강요는 없었다. ‘선동’이란 표현은 다소 억지”
A 학생의 ‘강의평가 언급’이 있었던 단국대학교 무용관 전경. 사진=일요신문
그러던 중 ‘일요신문’은 A 학생의 동기생 B 씨로부터 당시 상황을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B 씨는 논란의 발단이 된 ‘A 학생의 강의평가 이야기’를 현장에서 직접 들은 학생이었다. B 씨는 “A 학생의 해당 발언이 이렇게 큰 파장으로 번질지 몰랐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B 씨는 ‘A 학생의 강의평가 관련 언급 정황’을 생생히 기억했다. B 씨는 “12월 즈음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는 가운데 A 학생이 머뭇거리며 ‘얘들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탈의실에 오가는 사람이 많아 소연습실로 자리를 옮겼다. A 학생의 이야기를 들은 건 동기생 10명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B 씨는 “A 학생이 ‘최소한 강의평가를 소신껏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말했다. 하지만 A 학생이 ‘특정 교수에 대한 강의평가를 낮게 주라’는 지시를 한 적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B 씨는 이어 “A 학생의 말을 듣는 동기생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A 학생 말을 듣던 동기생 대부분이 ‘우리가 알아서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A 학생 말이 강요나 압박이라고 느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나 역시 ‘왜저래, 내가 알아서 해’라는 심정이었다. 그 친구의 말이 동기생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B 씨는 덧붙였다.
단국대 학생팀이 제시한 A 학생 징계 근거에 대해서도 B 씨는 “다소 억지스런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A 학생이 ‘몇 시에 모이자. 학생회장으로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공지한 뒤 이야기를 했다면, 공인이 공적인 자리에서 입장을 표현한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A 학생이 동기생들에게 한 이야기는 사적인 이야기를 나눈 정도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B 씨는 “그 일로 A 학생이 징계를 받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단국대가 ‘강의평가 논란’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단국대학교 측에서 설명한 A 학생 징계 사유와 A 학생의 ‘강의평가 관련 언급’을 직접 들은 B 씨의 증언 사이엔 미묘한 온도 차이가 존재했다. 같은 A 학생의 발언을 두고, 학교 측과 B 씨가 느낀 뉘앙스는 매우 달랐다.
어쩌면 A 학생을 둘러싼 여러 잡음은 ‘학교 내에서 벌어진 작은 소동’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다. 앞서 언급한 ‘미묘한 온도차’에 따라 가치판단이 다를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단국대 측은 A 학생 관련 논란을 ‘학사행정에 대한 지장’으로 규정하며, 경시하지 않았다.
단국대 법무감사팀은 ‘A 학생 강의평가 발언’ 관련 제보를 접수한 뒤 즉각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무용과 학생들은 법무감사팀으로부터 설문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복수의 학생들은 법무감사팀이 배부한 설문조사지에 “000(실명 거론) 교수가 A 학생에게 ‘특정 교수 강의평가를 낮게 주라’고 지시한 걸 보거나,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느냐”, “특정 교수 강의평가 점수는 몇 점으로 줬고, 이유는 무엇인가”란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당시 설문지를 작성한 한 학생은 “학교 측에선 ‘A 학생이 강의평가의 익명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안다. 하지만 감사 당시 학교 측이 배부한 설문조사지를 살펴보면, 여기에도 강의평가 익명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문항이 존재했다. 다소 의문스럽긴 했다”고 주장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