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이날 “동원의 창업정신은 성실한 기업 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이었고, 비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사회필요기업”이라며 “앞으로도 이 다짐을 잊지 말고 정도로 가는 것이 승자의 길이라는 것을 늘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사진=동원그룹
동원그룹의 시작은 1969년 직원 3명과 원양어선 1척으로 시작한 동원산업이다. 수산업 분야에서 자리잡은 동원산업은 1982년 동원그룹을 대표하는 상품인 동원참치를 출시했다. 동원그룹에 따르면 동원참치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62억 캔이 넘게 팔렸다.
동원그룹은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해 증권업에도 진출했다. 이후 동원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은 2003년 동원그룹에서 계열분리해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탄생했다. 현재 한국투자금융은 김재철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끌고 있다.
김남구 부회장이 한국투자금융 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김재철 회장에 이어 동원그룹을 이끌 차기주자로는 김 회장의 차남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미 김남정 부회장은 동원그룹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7.9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경영권에 대한 위협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김남정 부회장은 1996년 동원산업에 입사한 후 2006년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2009년 동원시스템즈 건설부문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 12월에는 동원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그룹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김 부회장은 현재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F&B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동원그룹 관계자는 “당분간 회장자리는 공석으로 둔다”며 “김남정 부회장이 언제 회장에 취임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김재철 회장이 생존해 있는데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고 아들인 김남정 부회장이 회장 직위에 오르는 게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아보이지는 않아 보여 그런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동원그룹 본사. 사진=고성준 기자
회장직만 달지 않았을 뿐 향후 동원그룹을 이끌 사람이 김남정 부회장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동원그룹에 부회장이 김남정 부회장만 있는 건 아니다. 김재철 회장의 매제 박인구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부회장도 동원그룹의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면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1996년 동원그룹에 입사해 2008년 미국 참치브랜드 스타키스트 인수를, 2011년에는 세네갈의 통조림 회사 SNCDS(현 S.C.A.SA) 인수를 주도했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대기업에서 2세 경영이 시작되면 1세대 경영진들은 은퇴 수순을 밟거나 2세 경영이 자리 잡기 전까지 회장을 보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 부회장의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그러나 동원그룹 관계자는 “(박 부회장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계속 할 것”이라며 “큰 틀에서 그룹의 방침이나 경영 형태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남정 부회장이나 박인구 부회장 외에 동원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 일가는 보이지 않는다. 김남정 부회장의 누나인 김은자 씨가 동원육영재단 상무를 맡고 있지만 그룹 경영과 큰 연관이 있는 곳은 아니다. 김재철 회장의 동생 김재운 동영콜드프라자 회장이 이끄는 동영콜드프라자도 2015년 동원엔터프라이즈가 관련 지분을 매각하면서 계열 분리됐다.
한편, 김재철 회장은 퇴임 후 필요한 때에만 동원그룹 경영과 관련한 조언을 할 것으로 전해진다. 즉, 기업 고문에 해당하는 역할이다. 또 재계 원로로서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김재철 회장은 동원육영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지만 이사장직은 유지할 것이라고 동원그룹은 밝혔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동원육영재단은 그룹과 별개의 재단이기에 이사장직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일감 몰아주기?…동원 “공정위 제재 받은 적 없어” 동원그룹이 안정적인 승계가 가능한 배경은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동원엔터프라이즈 최대주주라는 점에 있다. 2001년 설립된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설립 직후 동원F&B, 동원EnC, 동원식품 등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2003년에는 동원산업까지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동원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그간 일감 몰아주기로 성장한 회사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당장 지난해 동원엔터프라이즈 매출 940억 원 중 약 47%에 해당하는 442억 원이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이다. 2017년에도 매출 634억 원 중 약 67%에 달하는 424억 원이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17년 자산총액 5조 원이 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동원그룹을 추가했다. 해당 기업집단은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공시의무 규제 등을 받는다. 공정거래법상 오너 일가 지분이 30%가 넘는 상장사(비상장사는 20%)가 200억 원 이상의 내부거래액을 기록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하면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에 오른다. 그렇지만 조사 대상에 오른다고 무조건 일감 몰아주기로 처벌받는 건 아니다. 계열사에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내부거래를 해야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 실제 동원그룹이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제재를 받은 적은 여태까지 없다. 이에 대해 동원그룹 관계자는 “동원엔터프라이즈 산하에는 그룹의 전산이나 시스템 등을 총괄하는 IT 본부가 있는데 여기서 계열사 전체에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지표상으로는 내부거래로 비쳐질 수 있지만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공정위의 말도 있어서 회사 내부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