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구간.
또한 이들은 지난 15일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제주도의 책임자, 도의회 등 책임 있는 리더들과 찬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식적인 토론회 개최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정은 “이미 오래 전에 법적인 절차를 다 통과해서 진행된 사업”이라며 “지금 변경할 수 있는 여지는 없기에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8일 제주도정은 비자림로의 경관과 자연 파괴 우려에 대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해 경관보전1등급 지역인 선족이오름이 훼손되지 않도록 노선을 조정했다”며 “불가피하게 삼나무가 훼손되는 구간은 편백나무 등을 식재해 경관을 최대한 지키도록 설계에 반영했고 2018년 6월 도로확장 공사를 착공했으나 해당 구간에서의 삼나무 훼손 등에 대한 지적에 따라 공사를 일시 중지했다”고 설명했다.
4차선 확장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2015년 설계 당시에는 2020년 교통량을 1일 7800대 수준으로 추정했으나, 지난해 실제 교통량 조사결과 1일 1만 440대가 통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교통량은 4차로 확장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좁은 도로 폭을 넓히고 갓길을 조성하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교통사고 예방과 교통량 급증에 대비하고 지역주민과 이용자들의 불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도로확장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시민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절차와 관련해선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중단된 뒤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현장답사와 자문을 통해 마련한 개선안을 바탕으로 공사를 재개했다”며 “현 시점에서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대한 새로운 논의 절차를 추진하는 것은 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답변했다.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 구간.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대한 제주도정의 회신 내용에 대해 비자림로 시민모임은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비자림로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 의식을 얼마나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답변”이라고 피력했다.
이들은 “제주도정은 주변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기 바란다”면서 “구체적으로 제2대천교가 지나는 천미천의 훼손 최소화 대책, 삼나무 벌채 폭을 최소화하는 구체적인 대안 마련, 벌채 예정 수목에 대한 이식 대책 가능성 등 ‘시민모임’과 일반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환경 훼손 최소화의 대책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 수준의 공사를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겨울철 결빙은 염수분사장치 설치 등 제설 예산 확보 및 대책 마련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며 농사용 차량을 위해 옆으로 비켜설 수 있는 폭의 갓길을 중간 중간 마련한다면 훨씬 적은 예산을 들이고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주도정은 작년에 시민모임이 수차례 제안한 공개토론회를 모두 묵살하고 전문가들로만 자문위원회를 꾸려 두 번의 회의로 대안 마련을 끝냈다”며 “그 내용을 살펴보니 이미 제시된 세 가지 안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하는 제한적인 회의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찬성과 반대, 시민과 전문가가 고루 참여해 보전과 개발의 문제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비자림로의 현명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공론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