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최강전 결승대국 중인 이지현 9단.
3년 전부터 프로기사에게 문호를 개방한 문경새재배 오픈최강부는 우승상금이 1000만 원, 준우승상금이 500만 원이다. 이지현 9단은 본선에서 홍무진 4단(16강), 한상조 초단(8강), 최진원 아마, 진시영 7단을 차례로 꺾었다. 오픈최강부 이상으로 관심을 모았던 시니어·여성최강부에선 박영진 아마 7단이 서수경(16강), 유주현(8강), 박성균(4강)을 꺾고 결승에서 김은지 선수까지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김은지는 장차 입단하면 최정 9단을 이을 유망주로 주목 받는 선수다.
여자유망주 김은지 선수. 결승에 올랐지만 시니어 박영진 선수에게 패했다.
아마최강부는 임경호 선수가 우승(상금 500만 원), 문국현이 준우승(상금 200만 원)했다. 초등최강부에선 여자 어린이 김민서 선수가 일본 소년 슌세이를 꺾고 우승했다. 장수영 도장 박병규 원장은 “김민서는 김은지와 동갑이다. 아직 한국기원 연구생 7조지만, 곧 김은지도 따라잡을 능력이 있는 기재다”라고 소개했다. 준우승한 슌세이를 1년 넘게 지도한 양천대일 김희용 원장은 “실력은 여기 나온 초등학생 중에선 가장 세지만, 아직 대회 경험이 부족하고, 속기가 약한 편이다. 연구생 5조까지밖에 못했는데 올해 일본으로 돌아간다. 개인적으론 한국에서 1년 정도 더 공부해서 연구생 1조까지 경험하고 가야 프로기사가 되어서도 대성할 수 있다고 보는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제13회 문경새재배 입상자 기념촬영.
이번 대회는 프로기사도 참가할 수 있는 오픈최강부와 아마최강부, 시니어·여성최강부, 여자단체부, 중고등최강부, 초등최강부, 대경부, 문경A·B부 대경초등유단자부, 대경초등고학년부, 대경초등중학년부, 대경초등저학년부까지 부문까지 총 13개 부문에서 치러졌다. 오픈최강부는 본선 8강 이상까지 올라가면 입단포인트(8강-20점, 4강-30점, 준우승-50점, 우승 100점=입단)도 준다. 이번 대회에선 아마추어 최윤상 선수가 8강, 최진원 선수가 4강까지 올랐다.
제13회 문경새재배는 문경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한바둑협회·경상북도바둑협회·문경시바둑협회가 주관하며 문경시·문경시의회·(재)한국기원·바둑TV·K바둑·사이버오로가 후원했다.
박주성 객원기자
[짤막인터뷰] 문경새재배를 빛낸 주인공들 시니어·여성부 우승자 박영진 아마7단. 제13회 문경새재배 시니어·여성최강부 예선은 4인 조별리그로 치러졌다. 우승자 박영진 아마 7단은 “예선리그 시작부터 두 판을 지고 김이 새서 바로 집에 가려고 했죠. 그런데 김정우 사범이 붙잡아서 어쩔 수 없이 계속 뒀습니다. 어쩌다보니 3자 동률(1승2패)이 나고 승리가 이어지면서 운 좋게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너무 어렵게 본선에 올라서 이후는 마음 비우고 편하게 뒀어요”라고 말했다. 결승전에 대해선 “사실 제가 김은지 선수 팬입니다. 작년 이 대회 준결승에서 처음 만났는데 10대 소녀답지 않게 후반이 완벽해서 놀랐습니다. 10초 초읽기로 김은지 선수와 종반을 두는 건 지옥입니다. 그래서 올해 결승전은 초반부터 시간을 체크하면서 뒀습니다. 최대한 두텁게 두고 찝찝한 부분은 보강해 판을 좁혀서 일찍 종반전에 들어갔죠. 그보다 이번엔 김은지 선수가 우승 부담감 때문에 제 실력을 내지 못한 것 같아요”라고 평했다. “제 개인 사업은 아주 잘 되고 있어요. 지난 2월에 인공지능하고 두려고 새로 컴퓨터를 조립했는데 바둑보다 다른 게임에 빠져버렸어요. 대회 우승은 아주 오랜만이라서 상금 300만 원은 같이 온 선수들에게 먼저 고기를 사고, 대구에 가면 아마강자들에게도 한턱내야 합니다. 집에 가려던 사람 붙잡은 김정우 사범에게도 조만간 밥 한번 사야겠죠?”라면서 웃었다. 오픈최강부 우승자 이지현 9단. 문경새재배는 2년 전부터 오픈최강부가 개설되었고, 강동윤 9단(11회), 유병용 5단(12회), 이지현 9단(13회)까지 차례로 프로기사가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을 마친 직후 인터뷰에서 이지현은 “문경새재배는 첫 출전이었다. 군 입대 전에 소소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왔는데 우승도 해서 아주 기쁘다. 가장 어려웠던 판은 한상조 초단과 만난 8강전이다. 초반부터 형세가 밀려 고전하다가 마지막에 간신히 반집을 남겼다”라면서 “대국이 계속 이어져 계획했던 다른 추억은 만들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우승한 추억과 문경에서 받은 기운을 잘 유지해 입대 전에 세계대회에서도 멋진 활약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4월 기준 한국랭킹 13위인 이지현은 “지금은 박정환 9단과 신진서 9단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워서 국내 일인자를 누구라고 특정할 수가 없다. 나머지 랭킹 10위 정도까지는 나와 5:5 승부라고 본다. 내 바둑의 장점은 수읽기에 있다. 물론 초일류기사들은 다 수읽기가 세다.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 개인적으로 사활보단 기보를 보거나 실전을 통해서 수읽기를 단련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라고 말했다. 문경시바둑협회 황진호 회장. #문경시바둑협회 황진호 협회장 “모든 분께 고마움 전해요” 대회 준비와 진행 상황을 체크로 바빠 입술까지 부르튼 황진호 문경시바둑협회장은 “나는 여기 오신 바둑인들이 편안하게 한판 둘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심부름꾼이다. 대회에 오신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1953년 점촌에서 태어난 ‘문경토박이’ 황진호 협회장은 1988년부터 언론계에 투신해 영남일보를 거쳐 1998년부터 지금까지 경북일보에서 근무하는 등 30년 동안 언론계에 종사했다. 전임 금동일 회장 뒤를 이어 바둑협회 일을 본 지는 4년이 넘었다. “올해 전국 아마강자 450명이 찾아왔고, 대구경북지역에서 참가한 동호인 300명까지 선수만 700명이 넘게 출전했다. 예년보다 100명 이상 더 찾아주셨다. 대회 개최 시기를 가을에서 봄으로 변경하고, 각 부문 상금을 조금씩 올린 게 이유라고 생각한다. 따뜻해진 날씨도 많이 도와줬다”라고 말하면서 “이미 40년 전부터 문경은 기객이 넘치는 바둑도시였다. 35년 전 군민바둑대회를 시작으로 자체 대회도 매년 여러 개 개최하고 있다. 문경은 지리적으로 대한민국 중앙에 있기에 전국 바둑동호인들이 찾아오기도 좋다. 이곳이 바둑의 중심도시로 거듭나고, 문경새재배가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제전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박주성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