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도끼가 4월 21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배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7일 열린 ‘KRA컵 클래식(GⅡ)’에서 우승한 ‘청담도끼’. 사진=한국마사회
출전마 8두 모두 좋은 출발을 보인 가운데, 선행은 예상대로 청담도끼가 나섰다. 2번 게이트라는 이점도 지녔고, 특별하게 빠른 마필이 없었기에 손쉬운 선행에 나설 수 있었다. 그 뒤를 박태종의 샴로커가 따랐고, 바로 뒤에 문세영의 문학치프가 자리 잡았다. 김용근의 로드위너는 예상외로 최후미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이런 흐름은 4코너를 돌아 직선주로에 들어설 때까지 변함없이 이어졌다.
결승선에서도 청담도끼는 탄력 넘치는 걸음을 그대로 유지했다. 샴로커와 문학치프가 젖 먹던 힘을 다해 추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6마신이라는 큰 차이로 완벽한 우승을 거뒀다.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던 2위 싸움에서는 문학치프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며 샴로커를 반마신차로 따돌리고 2위를 기록했다. 샴로커가 3위, 김용근의 로드위너는 시종일관 후미에서 고전한 끝에 샴로커에게마저 10마신차를 보이며 꼴찌 같은 4위를 기록하고 말았다.
이번 헤럴드배 우승마는 청담도끼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청담도끼를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고, 당일 배당판에서도 단승식 배당이 1.5배를 기록할 정도로 압도적 인기를 모았다.
지난번 마주협회장배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청담도끼는 장거리에 어울리는 질주습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초반 선행을 장악한 이후 끝까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난 마필이다. 대부분의 선행마들은 초반 선행에 나선 후 힘 안배를 하다가 막판 버티기에 주력하는데, 만약 중반에 다른 마필이 경합하거나 넘어서게 되면 거의 무너지고 만다. 그런데 청담도끼는 차원이 다른 마필이다. 초반 페이스를 중반과 종반에도 이어간다는 것이다. 이번 대상경주의 기록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초반 200m를 13초9로 통과한 이후 결승선 통과할 때까지 모든 구간을 12초대로 돌파했다. 12초대라는 것을 생각보다 엄청나게 빠른 기록이다. 선행마가 중반과 종반에 시종일관 12초대로 뛰면, 어떤 마필도 감히 넘어설 수가 없다. 만약 그 빠른 페이스를 뚫고 넘어간다면 자멸할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 헤럴드배 우승으로 청담도끼가 장거리에서는 최강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당분간 장거리에서만큼은 적수가 없을 전망이다. 또한 올해 그랑프리에서도 설욕전을 기대해볼 만하다. 작년도 챔피언 트리플나인이 이제 7세에 접어들어 예전의 기량을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이고, 또한 최근에는 컨디션 난조로 경주에 나서지 못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 최근 부산에서는 점보블레이드 외에 특별하게 떠오르는 마필이 없다. 따라서 컨디션 관리만 잘 된다면 현재 5세로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청담도끼가 올해 그랑프리를 석권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