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은 윤 회장이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태영그룹이 본격적으로 2세 경영을 시작한 때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윤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그룹 전반에만 신경을 쓰는 방식으로 경영을 진행하기 위해 태영인더스트리 대표에서 사임했다”며 “같은 이유로 태영건설 대표에서도 물러났다”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그룹 사옥 전경. 사진=박은숙 기자
그런데 앞서 지난해 12월, 태영인더스트리에 주목할 만한 거래가 있었다. 윤석민 회장이 보유한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52.34% 중 20%를 동생 윤재연 블루원 대표에게 매각한 것이다. 매각액은 주당 3만 9106원으로 총 309억 원 수준이다. 이로써 윤재연 대표는 윤석민 회장에 이은 태영인더스트리 2대주주로 올라 섰다.
현재 태영인더스트리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윤석민 회장 32.34%, 윤재연 대표 31.62%, 태영건설 30.38%, 김윤 회장이 이끄는 삼양홀딩스 5.65%다. 삼양홀딩스는 사업보고서에서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설명했다.
윤재연 대표는 현재 태영그룹 계열사인 블루원과 인제스피디움 대표를 맡고 있다. 리조트 사업을 영위하는 블루원은 지난해 매출 700억 원 가량을 기록했지만 420%가 넘는 부채비율 때문인지 사업 확장은 하지 못하고 실적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인제 오토테마파크를 운영하는 인제스피디움은 상황이 심각하다. 수년째 적자가 이어진 탓에 현재는 자본잠식상태다. 모회사인 태영건설이 몇 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인제스피디움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윤재연 대표가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20%를 인수했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재연 대표가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나아가 일부 계열사들을 묶어 계열분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지난해 태영인더스트리의 매출은 389억 원으로 매출이 수조 원이 넘는 태영건설과 비교하면 실적 면에서 크게 눈에 띄는 계열사는 아니다. 2000년대 후반에는 계열사들과 수백억 원 규모의 내부거래를 하는 등 나름의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에는 이렇다 할 내부거래도 없었다. 태영그룹에게 있어 태영인더스트리가 핵심 계열사도 아닌 만큼 윤재연 대표가 이끌거나 아예 매각을 해도 윤석민 회장 입장에서 치명적인 손해는 아닌 것이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회사 간 거래가 아닌 개인 간 거래이기에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태영인더스트리는 1990년 태영화학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태영그룹 계열사로 초산비닐에틸렌 공중합체의 제조 및 판매를 맡았다. 1995년에는 다른 계열사인 태영산업과 합병하면서 회사 규모를 키웠지만 1998년 화학사업 부문을 미국 회사에 매각했다. 이후 2002년, 사명을 태영인더스트리로 변경했고, 현재는 운송보관업을 주사업으로 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태영그룹-SBS 노조 갈등 앞과 뒤 태영그룹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계열사로는 단연 SBS가 꼽힌다. 태영그룹의 방송 지주사인 SBS미디어홀딩스는 지난해 3911억 원의 매출을 올려 수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태영건설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실적이 큰 건 아니다. 그렇지만 SBS는 3대 지상파 방송사 중 하나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태영그룹과 SBS 구성원들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4월 17일, 전국언론노조 SBS본부(SBS 노조)는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도 조사 요청서를 제출했다. SBS 노조 측은 “윤석민 회장이 SBS콘텐츠허브로 하여금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 부인 박 아무개 씨의 회사 뮤진트리에 200억 원에 달하는 일감을 몰아주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SBS 노조는 또 사측이 임명동의제도를 무력화시키려 한다고 주장한다. SBS의 임명동의제도는 사장은 SBS 재적인원의 60%, 편성·시사교양 최고책임자는 각 부문 인원의 60%, 보도 최고책임자는 50% 이상이 반대하면 임명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2017년 태영그룹 오너 일가가 SBS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시행됐다. SBS 노조는 “SBS의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의 고위 관계자는 물론 SBS 임원들도 지난주 (임명동의제도를 깬다는) 발언을 공석, 사석에서 내놓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 같은 폭탄 발언들은 최근 범 SBS비상대책위원회와 노조가 태영건설의 방송 사유화 사례들을 연속 고발한 뒤에 잇따라 나왔다”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7일 논평을 통해 “임명동의제도는 대주주와 SBS 노사만의 합의가 아니라 지상파방송 SBS가 시청자에게 천명한 사회적 약속이었다”며 “임명동의제도를 건드릴 경우 2004년 재허가 파동 그 이상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태영그룹 측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