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가 개막하면서 국내 이동통신 3사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Over The Top·온라인동영상서비스)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15일 열린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츠 ‘킹덤’ 제작발표회. 박정훈 기자.
글로벌 기업들은 OTT서비스를 위해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이통사 AT&T는 지난해 타임워너를 인수, 타임워너 산하 워너브라더스 등이 보유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OTT를 선보일 예정이다. 월트디즈니는 지난해 OTT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선보이고, 내년 아시아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애플은 올 하반기 ‘애플TV플러스’를 통해 자체 제작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최초로 5G 시대를 연 우리나라 이통사들은 OTT시장을 새로운 먹을거리로 지목하고 서비스 준비에 한창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5G 시대를 맞이해 이통사들의 최대 관심은 OTT와 콘텐츠”라며 “5G 시대에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동영상 콘텐츠 소비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각 통신사가 콘텐츠 개발과 제휴 등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5G폰의 상용화로 모바일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된 데다 IPTV의 대항마로 OTT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성공을 경험한 것도 이통사들이 OTT시장 진출 의지를 불태우는 데 한몫 했다. 글로벌 OTT시장 점유율 1위 넷플릭스는 국내 진출 3년 만에 유료 사용자 150만 명, 월 결제액 200억 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다. 국내 OTT 이용률도 급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8년도 방송매체 이용형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OTT 이용률은 42.7%로 전년(36.1%)보다 증가했다.
이통사 가운데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LG유플러스다. 기존 운영 중인 IPTV에 OTT 콘텐츠를 도입하는 형태로 OTT 시장에 진출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넷플릭스와 단독 제휴하고 IPTV 플랫폼 ‘U+tv’ 내에 플랫폼 내 플랫폼(PIP) 형식으로 넷플릭스를 탑재했다. 또 지난 1월에는 모바일 영상 플랫폼 ‘U+비디오포털’의 명칭을 ‘U+모바일tv’로 바꾸고 개편하는 등 OTT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의 통신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가장 먼저 손잡은 데다 넷플릭스의 ‘킹덤’ 효과를 톡톡히 봐 경쟁업체들의 부러움을 샀다”며 “통신업계 3위인 LG유플러스가 OTT부문에서는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킹덤’ 방영 직후 U+tv 가입자 수는 평소보다 3배가량 늘어났다.
지난 1월 지상파 방송 3사와 제휴를 맺은 SK텔레콤도 활발한 모습을 보인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운영 중인 OTT플랫폼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의 OTT플랫폼인 ‘푹(POOQ)’의 통합법인을 설립해 토종 OTT 연합을 구축할 계획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푹을 운영하는 콘텐츠연합플랫폼에 900억 원을 유상증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옥수수에는 다양한 케이블 채널이 입점돼 있고, VR콘텐츠를 운영하는 등 기술적 장점이 있다”며 “지상파 방송사 콘텐츠의 강점을 가진 푹과 결합해 풍부한 영상 콘텐츠를 통해 추후 동남아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IPTV 1위 사업자 KT는 OTT 부문에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KT는 지난 23일 KT의 IPTV서비스 ‘올레tv’ 가입자 800만 달성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미국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IPTV의 보완재이고, 코드커팅 현상(유료방송 케이블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OTT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보이지 않는다”며 IPTV시장에 주력할 의지를 밝혔다. 다만 월트디즈니가 지난해 11월부터 선보인 OTT서비스 ‘디즈니플러스’와 협업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협상을 제의하지 않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답했다.
업계에서는 5G를 선도한 KT가 OTT 콘텐츠 부문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향후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다른 이통사와 달리 KT의 OTT플랫폼 ‘올레tv모바일’은 IPTV의 모바일 연계상품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며 “다만 KT 스스로 OTT 분야에서 뒤처졌다고 체감하고 있는 만큼 향후 킬러콘텐츠 등 동영상 콘텐츠를 키우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KT 관계자는 올레tv모바일의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 “올레tv모바일의 처음 의도는 IPTV인 올레tv를 밖에서도 이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올레tv모바일을 본격적인 OTT플랫폼으로 성장시키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사들은 자체 OTT플랫폼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른 OTT플랫폼과 인수합병 및 제휴를 위한 물밑작업에도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풍부한 콘텐츠를 보유한 글로벌 OTT와 제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은 것에 반해 SK텔레콤과 KT는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해외 OTT와 접촉하고 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OTT시장에서도 ‘스타트’ 하기 어려운 스타트업 국내 OTT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나서야 할 OTT 스타트업 기업들이 망 사용료 부담 탓에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이통사들이 자체적으로 OTT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불공정경쟁 우려까지 제기된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위한 네트워크 정책 포럼’에서 토종OTT 스타트업 왓챠의 박태훈 대표는 “통신사의 OTT서비스와 경쟁해야 하는데, 이 서비스를 하는 법인들이 망 사용료를 얼마나 내는지 공개하는 것은 공정경쟁을 위한 기본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OTT서비스 업체의 경우 망 사용료에 따라 유저의 사용비도 결정되는데 대기업 통신사가 자체적으로 OTT서비스를 하면 그들보다 더 많은 망 사용료를 지불할 수도 있는 불공정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 스타트업계에서는 대기업이자 망 제공자인 통신사가 OTT서비스에 진출하는 현실에서 OTT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는 대안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현재에도 작은 기업들의 망 사용료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통사가 자체적으로 OTT서비스를 제공하면 불공정경쟁 부문의 이슈로 확전될 수 있다”며 “OTT스타트업의 싹을 죽이기보다 군소 스타트업의 성공을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