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신경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성인이 되면 뇌세포가 더 이상 생성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요컨대, 나이가 들수록 뇌세포가 ‘죽기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신 연구에 따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일례로 지난해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은 “성인의 뇌에서도 마치 어린이처럼 수천 개의 새로운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걸 확인했다”고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덧붙여 “인간의 뇌는 평소 섭취하는 식품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한다.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훨씬 느리다. 고등어 꽁치 같은 등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있다.
‘세계적인 테니스선수’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는 글루텐과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을 피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이 글루텐을 소화할 수 없는 알레르기 체질인 데다, “글루텐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뇌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원래 조코비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체력이 약해 후반부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던 것. 그런 그가 세계 1위가 되기 위해 바꾼 것은 훈련프로그램도, 코치도 아니었다. 그저 식단만 바꾸었을 뿐이다. 고향의 한 의사로부터 ‘글루텐을 끊으라’는 조언을 들은 뒤, “이를 실천하자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더 이상 피곤하지 않았고 경기 중 호흡곤란도 사라졌다. 조코비치는 “피자와 파스타, 빵 등 이른바 글루텐을 끊으면 놀랄 만한 집중력을 경험할 것”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치매전문가 시라사와 타쿠지 박사는 “뇌 건강에 있어 글루텐은 적”이라고 강조한다. 쉽게 말해 글루텐은 보리, 밀 등에 들어 있는 불용성 단백질이다. 글루텐을 먹으면 분해되지 않는 ‘엑솔핀’이 뇌로 들어가 오피오드 수용체와 결합하게 되는데, 이때 엑솔핀은 아편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우울했던 기분이 좋아지고, 황홀한 상태로 변한다. 달콤한 디저트를 먹고 난 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떠올리면 쉽다.
한편으론 이것이 중독을 유발해 지속적으로 찾게 만든다. 흔히 말하는 ‘탄수화물 중독’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글루텐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이 글루텐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장내 세포에 누수현상을 일으키고, 뇌세포의 세포막 또한 약화시켜 뇌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결국엔 뇌세포가 사멸하게 돼, 치매가 발병할 위험도 덩달아 커진다.
그렇다면 반대로 뇌를 젊게 만드는 식품은 뭐가 있을까. 시라사와 박사는 2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오메가3 지방산이다. 오메가3 지방산은 뇌 세포막을 둘러싸고 있는 신경세포와 같은 성분이다. 주로 고등어, 꽁치, 연어, 정어리 같은 등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 있다.
박사에 의하면, “오메가3를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훨씬 느리다”고 한다. 이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아울러 그 효과는 세대를 불문하고 나타났다. 가령 “생선을 많이 섭취한 엄마가 모유를 먹일 경우 아기가 초등학생이 됐을 때 성적이 비교적 높았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도 있다.
코코넛오일에서 생성되는 케톤체가 뇌세포의 영양공급을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뇌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시라사와 박사가 추천하는 두 번째 식품은 코코넛오일이다. 우리 뇌는 평상시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금식으로 당이 고갈되면, 간에서 지방산을 분해해 ‘케톤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라사와 박사는 “코코넛오일의 중쇄지방산이 분해될 때 케톤체가 생성되는데, 이 케톤체가 뇌세포의 영양공급을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뇌기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케톤체가 포도당에 비해 식후 혈당 변동이 적으며 집중력을 지속시키는 효과도 뛰어나다”고 한다.
최근에는 케톤체를 활용한 식사법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일명 ‘키토제닉 다이어트’라 불리는 식단이다. 굵직하게 살펴보면 이런 느낌이다. ▽아침식사로 코코넛 오일을 첨가한 커피 한잔 ▽점심식사는 계란요리와 야채샐러드 ▽저녁식사는 생선, 고기, 야채를 중심으로 하며 오후 8시전까지 마친다.
무엇보다 공복 시간이 관건이다. 저녁부터 그 다음날 아침 코코넛 오일을 먹기까지 약 12시간의 ‘절식’을 통해 케톤체가 유도되기 때문이다. 다만, 시라사와 박사는 “뇌 건강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탄수화물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하루 한 공기의 잡곡밥이나 메밀은 먹어도 괜찮다. 알코올도 적포도주 2잔까지는 OK. 앞서 말한 대로 공복시간이 중요하므로 오후 8시 전에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자정에는 취침하도록 한다.
영국의 신경과학자 산드린 튜레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인간은 새로운 뇌세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산소운동과 섹스가 효과적이며 식습관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뇌세포를 늘리는 좋은 식습관으로 산드린 박사는 “20~30% 칼로리 제한, 식사와 식사 사이에 간격두기, 다크초콜릿과 블루베리에 포함돼 있는 플라보노이드 섭취, 연어 등에 많이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 섭취” 등을 권장했다. 반면 “스트레스와 수면부족, 동물성기름 과다섭취 및 과음 같은 식습관은 뇌세포 형성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불안한가요? 그럼 꽁치 드세요 고등어와 꽁치, 정어리, 연어 같은 등푸른 생선에는 EPA·DHA라는 성분이 풍부하다. 이들은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으로 우리 몸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성분이기도 하다. 고맙게도 동맥경화를 막아주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세포막을 구성하는 성분 중에는 오메가6라는 지방산도 존재한다. 아라키돈산이 대표적인데 달걀노른자와 성게, 간 등에 많이 포함돼 있다. 다만 오메가6 지방산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지만, 과다 섭취할 경우 세포막에서 염증물질로 작용한다. 지난해 미국의사회잡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EPA·DHA를 섭취할 경우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증상이 개선됐다”고 한다. 일본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도 “오메가3 지방산이 두려움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일본 매체 ‘일간겐다이’는 “만약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등푸른 생선을 섭취해보라”고 권유했다.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