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SM그룹 회장.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자 인수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당연지사. 산업은행 채권단과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액이 1조 6000억 원에서 2조 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와 SK, 롯데, CJ 등 대기업이 아니고선 엄두 내기조차 힘들어 보이는 규모다. 한화는 롯데카드 인수를 포기할 뜻을 밝히고 M&A 총알을 1조 원 이상 보유했으며, SK는 이미 도시바 인수 등을 대비해 2조 원가량을, 롯데도 롯데카드 매각에 따른 1조 원대의 인수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다. CJ는 연이은 계열사 매각으로 2018년 말 연결기준으로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1조 4736억 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애경과 호반건설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거론되지만 회사규모와 자금력 등을 감안하면 독자 인수는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중견기업인 SM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참여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하지만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꼭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삼라건설이 전신인 SM그룹은 2004년 진덕산업을 시작으로 벡셀, 경남모직, 남선알미늄, 우방, 극동건설, 신창건설, 대한해운, 동아건설산업, 한진해운, 경남기업, 삼환기업 등 24개사 M&A를 성공했다. SM그룹은 2015년 기준 매출 2조 5000억 원, 자산규모 4조 5000억 원이다. 2016년에도 6개사를 인수해 자산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해진다.
거기다 국적항공사 인수에는 자금력뿐만이 아니라 국민적 정서와 지역분배 같은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불거지자 대표적인 호남기업이었던 금호의 이미지와 국적사 유치와 지역프리미엄에 대한 언급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GM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호남기업은 호남에게’라는 지역정가의 정서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거론된 호남기업 가운데 호반건설은 자본력 우려로, 부영은 이중근 회장의 재판 등 기업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정서가 반영돼 인수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SM그룹은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전남 고흥 출신으로 광주상업고등학교를 거쳐 광주대, 전남대와 조선대에서 대학원을 마친 대표적인 호남기업인이다. 최근엔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이낙연 국무총리의 친동생인 이계연 전 전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이 SM그룹의 계열사인 삼환기업 대표이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SM그룹의 인수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통령 경제사절단 참석이다. 대통령 경제사절단은 친정부 주도하에 과거 대기업 총수나 관계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만큼 정재계에선 경제사절단 자격만으로도 재계 영향력이 가늠되기도 했다. SM그룹은 대한해운을 인수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이래 문재인 대통령 부임 이후에도 줄곧 해외순방길에 올랐다. 박 대통령 시절 우 회장의 딸 우연아 부사장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되며 SM그룹과 정부의 관계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온 적이 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는 데도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당당히 올려 SM그룹의 정계 영향력이 재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단순히 자본시장경제 원칙으로만 풀 수 없다. 국적항공사인 만큼 정부부처와 긴밀한 협조 및 원만한 이해관계가 절실한 만큼 SM그룹의 정계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에 SM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금시초문”이라면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같은 중대 사항을 우리가 알 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4월 중순경 추경과 기준금리 등 경제정책과 재정을 논의하기 위한 정부 비공개 석상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논의가 있었는데 여기서 SM그룹도 언급됐다. 이어 청와대와 정치권에선 SM그룹에 대한 인지도가 일반시민과 재계에 비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가 주요부처 고위인사들과 대화 중에 특정기업명을 거론하는 것은 가벼운 사안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정재계 안팎의 반응이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인수 기업 후보 등은 계약 기밀사항이라 (SM그룹 인수 참여 등을) 확인해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인수희망 기업들의 ‘쇼케이스’식이 아닌 어느 기업이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입찰을 통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사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에 일각에선 SM그룹 등 언론의 조명을 받지 않았던 기업들의 인수 성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