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사살된 ’T1’ 호랑이. 왜 마취를 하거나 생포하지 않았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한때 호랑이는 지구상에서 거의 사라질 뻔했던 심각한 멸종위기종이었으며, 2008년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 등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의 강력한 보호정책 아래 호랑이 개체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2006년 1411마리였던 호랑이는 2010년 1706마리로, 그리고 2014년에는 2226마리로 증가했으며, 최근 보고에 따르면 현재 3000마리가량이 인도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호랑이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포쿠스’는 그동안 호랑이 개체 수보다 인도의 인구 수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으며, 이에 따른 문제가 잇따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인도의 인구는 약 13억 6000만 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다.
이처럼 인구가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호랑이 보호구역과 인간의 생활 범위가 겹치는 곳이 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의도치 않게 호랑이와 인간의 만남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보호 구역을 탈출한 호랑이들이 민가로 내려와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혹은 반대로 사람들이 숲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가령 얼마전 사살된 ‘T1’이라고 불리던 다섯 살 된 암컷 호랑이의 경우가 그랬다.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의 랄레건 숲에서 서식하고 있던 이 호랑이는 무려 열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식인 호랑이’였다. 계속된 호랑이의 공격에 온 마을 주민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이에 인도 정부는 정예부대를 마을로 투입해 호랑이 포획 작전을 실시했다.
2018년 9월 11일 시작된 포획 작전에는 200명의 인력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다. 우선적인 목표는 호랑이를 사살하는 것이 아니라 마취총으로 기절시킨 후 동물원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단, 위급 상황에서만 총을 쏘는 것이 허용됐다.
원격조종 카메라를 장착한 100대 이상의 행글라이더와 드론이 숲 속을 탐색하기 시작했고, 염소, 사냥개, 코끼리까지 동원됐다. 심지어 호랑이를 유인하기 위해 페로몬이 함유된 캘빈 클라인 향수인 ‘옵세션’을 숲 속에 뿌려 놓기도 했다. 몇 개월 동안 이어진 작전에도 호랑이가 쉽게 잡히지 않자 마침내 저격수로 유명한 아스가르 알리 칸이라는 인물까지 투입됐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칸이 이끄는 부대가 마침내 T1을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호랑이는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마을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칸에게 박수를 보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칸은 호랑이를 발견한 후 마취총을 쏘았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목숨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방아쇠를 당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T1을 사살한 것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T1이 마을 주민을 공격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대법원에 사살 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던 단체는 “꼭 호랑이를 죽여야 했었나”라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이에 ‘포쿠스’는 T1 호랑이의 죽음은 희귀 동물을 인간으로부터 보호함과 동시에 희귀종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적인 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인도 호랑이들은 근래 들어 사람을 공격하기 시작한 걸까. 맹수 가운데서도 가장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성질을 가진 호랑이는 본래 사람은 사냥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동물이다. 호랑이에게 두 발로 걷는 인간이란 존재는 수상한 존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사냥을 한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적다는 점도 호랑이가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를테면 먹이로 얻을 수 있는 살점이 적다는 것이다. 다만 지독히 굶주렸거나 기력이 약해졌거나 혹은 병이 들면 때때로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인도의 호랑이 전문가이자 기자인 제이 마줌다르는 “호랑이가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은 영양, 멧돼지, 원숭이 등이며, 이 가운데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은 0.05% 미만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래 들어 인도에서는 호랑이에게 공격을 당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 해에만 공식적으로 80명이 희생당했으며, 그 수는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호랑이가 인간을 먹잇감으로 사냥하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독일의 생물학자이자 동물작가인 마리오 루드비히는 세 가지 가능한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부분의 식인 호랑이들이 방글라데시와 인도에 걸쳐 펼쳐져 있는 순다르반 맹그로브 숲에서 활동한다는 점, 그리고 호랑이에 물려 죽은 사람들의 80%가 이 숲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첫째, 호랑이와 인간의 활동 범위가 겹치고 있다는 데 그 이유가 있다. 가령 나무꾼, 어부, 꿀 채집가들이 숲 속으로 들어가 호랑이 서식지를 침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목욕을 좋아하는 호랑이 습성과도 관련이 있다. 바닷물이 섞인 소금기 있는 맹그로브 숲의 강물은 호랑이를 더욱 공격적으로 만든다. 셋째, 가난한 인근 지역의 주민들이 죽은 사람을 화장하는 대신 강에다 던져버리는 습관 때문이다. 이 시신을 먹은 호랑이들이 결국 인육에 맛을 들이게 되고, 그렇게 다시 인간을 사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작가인 데인 허클브릿지는 “결국은 인간이 식인 동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식민주의와 환경파괴도 주된 요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100년 동안 인도 아대륙에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가 자행된 결과, 그로 인해 호랑이들이 정글과 초원지대에서 쫓겨나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인도에서는 2012년 이후 열한 마리의 식인 호랑이가 사살됐으며, 이밖에 최소 여섯 마리는 생포돼 동물원으로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받아야 할 희귀종과 사살되어야 할 맹수 그 사이에 놓인 호랑이의 존재에 대한 인도 정부의 적절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일주일에 한번꼴 436명 목숨 앗아가…역대 최악의 식인 호랑이 ‘참파왓’ 역사상 가장 유명한 식인 동물은 ‘참파왓 호랑이’다. 약 100년 전 네팔과 인도 북부에서 총 436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야말로 공포스런 존재였다. 참파왓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00년경이었다. 당시 네팔의 한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자꾸 실종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며칠 후면 숲 속에서 뼛조각과 신체 일부가 발견되곤 한다는 점이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악령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저주라는 것이었다. 급기야 200명이 실종되고 온 마을이 혼란에 빠진 후에야 비로소 네팔 정부는 손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가장 용맹하기로 소문난 ‘구르카 전투 특수부대’가 투입됐고, 대대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조사 결과, 주민들을 연쇄적으로 죽이고 있는 것은 악령이 아니라 식인 호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려 436명의 사람을 물어 죽인 인도 참파왓의 암컷 호랑이. 이 식인 호랑이는 당대 최고의 사냥꾼으로 불리던 영국의 짐 코벳에 의해 1907년 사살됐다. 하지만 호랑이는 쉽사리 포획되지 않았다. 호랑이가 영민한 데다 워낙 민첩한 동물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특수부대는 호랑이를 사르다강 넘어 인도 참파왓으로 쫓아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참파왓에서도 호랑이는 계속해서 사람을 공격했다. 정확히 일주일에 한 번꼴이었다. 이는 일주일에 한 번씩 사냥을 하는 호랑이의 습성과 딱 들어맞는 주기였다. 호랑이는 가능한 덩치가 큰 먹잇감을 사냥한 후 은신처로 끌고가 천천히 매일 조금씩 살점을 뜯어먹는 습성을 갖고 있다. 굶주린 호랑이가 참파왓을 습격하자 농부들은 더 이상 밭으로 나가 일을 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수확량도 확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가길 꺼려 했으며, 결국 심각한 굶주림이 찾아왔다. 마침내 1907년, 당시 영국의 유명한 맹수 사냥꾼이었던 짐 코벳이 호랑이 사냥 임무를 띠고 인도에 도착했다. 하지만 호랑이 사냥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우선 마을 주민들의 협조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공포에 질린 주민들은 사건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선뜻 집밖에 나가려고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맹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꺼려 했다. 그를 도운 것은 우연이었다. 이웃 마을에서 한 16세 소녀가 호랑이에게 공격을 당한 후 끌려간 사건이 발생하자 코벳은 호랑이의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는 혈흔, 살점 조각, 뼈조각, 부러진 가지의 흔적을 쫓아 일대를 수색했고, 마침내 호랑이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비록 명중을 시키진 못했지만 그는 세 발을 쏴 호랑이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코벳은 영웅이 됐고, ‘사두’라는 성인 칭호까지 얻었다. 조사 결과 이 호랑이는 암컷으로 밝혀졌으며, 이미 두 개의 치아가 심하게 부러져 있는 것으로 추정컨대 비교적 사냥하기 쉬운 인간을 집중 공략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현재 이 호랑이는 가장 많은 사람을 공격한 동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