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궁 전경. 부속건물들이 카메라 앵글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부지가 넓다.
허 전 총재는 지난 2007년 대선에 출마해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 “내 IQ는 430이다” 등 다소 황당한 발언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주류 정치권은 그를 기인 정도로 평가절하했지만 당시 대선에서 허 전 총재는 9만 6756표나 얻어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허 전 총재는 음반을 내고 각종 예능 방송에 출연하며 대표적인 폴리테이너(Politainer, 정치연예인)로 성장했다. 문제가 생긴 것은 허 전 총재 주변에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다.
한 지역 주민은 “허 전 총재 주말 지지자 모임 참석비가 10만 원인데 매주 수백 명이 온다. 이외에도 각종 강연, 기념품 판매 등으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면서 “그렇게 번 돈으로 하늘궁 주변 부동산을 싹쓸이하고 있다. 지금도 허경영 지지자들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앞으로 여기에서 뭘 하려고 하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은 “앞으로 동네에 허경영 지지자들이 더 몰려온다고 하면 걱정된다”면서 허경영 지지자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주민은 “하루는 허경영 지지자들이 농작물을 대놓고 훔쳐가려고 하더라. 뭐하는 거냐고 항의했더니 ‘세상 모든 만물을 만든 것이 허경영인데 뭐가 문제냐’고 말했다”면서 “그런 사람들과 무슨 말이 통하겠나. 무섭기도 하다. 그런 사람들이 동네에 늘어난다고 하면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허경영 신드롬은 정치와 종교가 결합된 특이한 형태다. 허 전 총재는 자신이 신인(神人)이라고 주장하며 에너지 치료로 불치병도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지자들은 허 전 총재 주장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
주민들은 허 전 총재와 지지자들에 대한 공포감이 크다고 증언했다. 한 주민은 “허 전 총재 지지자들은 어디가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 허경영 얼굴이 그려진 스티커를 붙인다. 머리가 아프다고 이마에 그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면서 “일부 지지자들은 꽃밭을 망치기도 하고, 괜히 주변 상가를 기웃거린다. 북을 치고 다니면서 큰소리로 허경영을 외치기도 한다. 허경영 지지자들을 보면 일반 손님들은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남편이 허 전 총재와 싸우려고 하는데 말렸다. 허 전 총재 지지자들이 우리한테 저주 받을 거라고 하더라. 그 말을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찝찝하다. 저주가 아니더라도 지지자들이 무슨 보복을 할지 몰라 무섭다”고 했다.
무중력 댄스를 추고 있는 허경영 전 총재. 사진=연합뉴스
한 주민은 “허경영 지지자들은 맹목적이다. 이 사람들은 허경영이 똥을 된장이라고 하면 찍어먹을 사람들이다. 지지자 모임을 하면 외제차가 즐비하고 스님이 승복을 입고 오기도 하더라. 그런 사람들이 왜 허경영에 빠졌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주민은 “허경영 지지자 중에는 20~30대 어린 애들도 있다. 이들은 아예 허 전 총재 측이 운영하는 숙박시설(힐링궁, 헬로우궁)에서 살고 있다. 자원봉사라고 하는데 허경영 기념품을 포장하거나 숙박시설 청소 등을 하더라. 지금도 하늘궁 주변에 아예 거주하는 지지자들이 40~50명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주민은 “허경영 측이 숙박시설에 300만 원씩 받고 위패(죽은 사람의 이름과 죽은 날짜를 적은 나무패)를 모아 놨다. 그런 걸 보면 소름이 돋고 무섭다”고 했다.
허 전 총재는 하늘궁 주변 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국제 허경영 강연 센터’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허 전 총재는 “강연을 통해 전 국민을 계몽할 것”이라면서 “외국인도 강연에 찾아오도록 할 계획이다. 연간 100만 명이 찾는 장소로 만드는 것이 목표인데 주차시설이나 숙소, 환전소 등을 지으려고 주변 땅을 매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 전 총재 측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에 위패를 모아놨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위패가 아니라 지지자들 명패”라고 설명했다. 허 전 총재는 “주변 부동산을 사려고 지지자들에게 후원금을 받고 있다. 후원금 300만 원을 낸 지지자 명패를 모아놓은 것이다. 이 돈으로 땅을 사고 나중에 다시 돌려줄 계획이다. 명패는 차용증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허 전 총재 측은 주변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사유지를 침범하거나 산림을 훼손해 주민들에게 고소·고발을 당했다. 허 전 총재 측이 공용도로를 일방적으로 막고 문을 설치했다가 주민들 반발로 철거하는 소동도 있었다. 지금도 허 전 총재 측은 해당 공용도로에 주차구획선을 긋고 사유지처럼 사용하고 있다. 허 전 총재 측이 불법 현수막을 내걸어 주민들과 실랑이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지역 주민은 “하늘궁은 양주 장흥유원지 내에 위치해 있다. 지역 주민이 대부분 장사하는 사람들이다. 동네 가게들이 다 현수막을 내걸면 난장판이 된다. 그래서 철저하게 현수막 게시를 통제하고 있는데 허경영 지지자들이 마구잡이로 현수막을 내걸어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허 전 총재는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고 실무자나 지지자들이 알아서 일을 처리하다 생긴 일 같다”고 해명했다.
지역 주민은 “작년까지만 해도 참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였는데 올해부터 갑자기 지지자들이 더 많아졌다. 주말에는 관광버스가 잔뜩 몰려와 교통이 마비될 정도다. 시내에서 집까지 평소 5분이면 가는데 허경영 지지자들 때문에 30분이 걸렸다”고 말했다.
주민은 “앞서 말했듯이 지역 주민 대부분이 장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올여름 성수기 장사를 할 수가 없다. 차가 막히는 것에 대해 항의했더니 경비실장이라는 사람이 주민들에게 욕설을 하며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주민은 “허경영 지지자들은 잔뜩 몰려와봤자 지역 경제에는 도움이 하나도 안 된다. 그 사람들은 정해진 식당에서만 밥을 먹고 돌아간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은 “허경영 측과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단체 행동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전 총재는 “일부 주민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허 전 총재는 “저 때문에 지역경제가 살아났다고 고마워하는 주민들도 많다. 힐링궁, 헬로우궁 모두 장사가 안 돼 경매 매물로 나온 숙박시설을 산 것”이라며 “정해진 식당에서만 밥을 먹는 것도 수백 명에 달하는 지지자들이 식사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 전 총재는 “하늘궁은 전혀 불법적인 요소가 없고 양주시에 소득세도 수억 원씩 내고 있다”면서 “내가 부동산 매입을 안 해줘서 화가 난 일부 주민들이 의도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