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결정되면서 재계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주판을 굴리며 분주한 반면, LCC(저비용항공사)업계는 아시아나항공의 두 자회사 LCC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되면서 인수 주체에 대한 재계 관심이 쏠리는 한편, LCC업계는 어떤 변화가 밀어닥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과 6개 자회사를 묶어 ‘통매각’하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인수자가 요청할 경우 분리 매각을 협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둔 탓에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길이 다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CC업계 4위인 에어부산과 6위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지분 44.17%와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특히 에어부산은 지난해 말 상장에 성공한데다 지난해 매출 6535억 원, 영업활동현금흐름 250억 원을 기록해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가운데서도 알짜매물로 꼽힌다. 에어서울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모든 지분을 보유한 탓에 에어부산보다 지분구조가 단순하다는 것이 인수시 장점이다. 때문에 재계 한편에서는 항공업 진출을 노리는 대기업이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만 따로 인수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항공업 진출을 노린다고 알려진 대기업들은 비교적 적은 투자로 항공업 진출과 수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 관심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되면서 오히려 자회사 LCC 인수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온다”며 “다만 따로 매각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매력이 한층 떨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LCC가 두 항공사를 가져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지난 3월 신규 항공운송면허를 받아 운항증명을 앞둔 LCC 3곳이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수 시 바로 업계 상위권에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LCC 관계자는 “에어서울이 매력적인 매물이다 보니 시장에 따로 나온다면 대부분 항공사들이 인수를 검토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채권단이 통매각 방침을 밝힌 만큼 LCC 항공사들이 분할 인수를 검토할 입장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가 LCC 자회사 2곳을 한꺼번에 가져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채권단이 일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두 LCC가 인력과 시스템을 아시아나항공과 공유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두 LCC는 항공기를 아시아나항공에서 재리스 받고 있으며 정비 부문도 대부분 위탁받고 있어 따로 매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에서 자회사 LCC에 정비사와 조종사를 한시적으로 파견하고 있으나 파견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매각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이 구조조정과 함께 진행하는 노선 정리도 LCC업계에서 관심을 가지는 사안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비수익 노선을 정리하면 이를 다른 항공사가 나눠 가질 수도 있다. 현행 항공사업법에 따르면 국제항공운송사업자가 운수권을 배분받은 후 1년 이내에 해당 노선을 취항하지 않거나 해당 노선을 취항한 후 운수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배분된 운수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회수할 수 있다.
현재 여객기준 국내선 11개, 국제선 76개로 국내외 총 87개 노선을 운영 중인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노선을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앞서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하며 노선정리 등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으며, 자산매각·노선정리·조직개편 ‘3대 중점과제’ 추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인천발 3개 국제노선의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운휴키로 한 노선은 인천~러시아 하바로프스크·사할린 노선과 인천~미국 시카고 노선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운휴 노선의 재개 여부는 시간이 지난 뒤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운수권이 필요한 노선은 장시간 운항을 하지 않을 경우 운수권을 반납해야 하지만, 이번에 운휴 중단을 결정한 3개 노선 가운데는 사할린 노선만 운수권이 있고 운수권 반납 여부 또한 미정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에어프레미아 신규 면허 받자마자 취소 위기?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에어로케이와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3개 LCC사에 신규로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국내 LCC는 기존 6개사에서 9개사 체제로 개편됐다.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는 각각 삼수와 재수 끝에 면허 취득에 성공한 반면, 에어프레미아는 단번에 면허를 취득했다. 이를 계기로 에어프레미아는 업계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더욱이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에어프레미아는 업계 교류도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뜩이나 궁금증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에어프레미아가 면허 취소 위기에 몰리면서 업계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2017년 7월 초기 투자금 15억 원을 확보해 설립된 신생 LCC사다.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 LA 교민 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투자금을 조성했으며 지분구조상 확실한 대주주가 없다는 것이 에어프레미아 측 설명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단거리 운항으로 시작해 비행시간을 점점 늘려 중장거리 운항으로 나아가는 기존 LCC업계 성장 프로세스와 달리 초기부터 장거리 운항을 지향하는 에어프레미아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에어프레미아는 면허 취득 한 달 만에 내부 갈등으로 면허심사를 다시 받을 처지에 놓였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김종철 대표이사 외에 심주엽 사내이사를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와 경영진 간 경영권 분쟁 끝에 심 대표가 추가 선임되며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에어프레미아는 각자 대표체제 전환 이유에 대해 “항공기 도입과 초기 운항자금 확보를 위한 투자금 모집과 신속한 운항증명(AOC) 준비 작업, 항공기 도입, 데이터 기반 IT시스템 구축 등 실무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입장은 에어프레미아가 대표 변경에 따라 변경 면허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에어프레미아의 면허 재심사가 곧 면허 취소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대표이사 변경으로 사업계획이 변경될 경우 국토부가 면허 취소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 에어프레미아 측은 “기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변동사항은 없다”며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애쓰고 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업계 우려는 ‘변경면허’에 대한 오해 때문인 것 같다”며 “대표 변경은 항공산업법에 따라 변경면허를 허가 받으면 되는 문제고, 결격사유 기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