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 제임스가 없는 동부 컨퍼런스의 ‘새로운 지배자’ 후보로 급부상한 야니스 아데토쿤보. 연합뉴스
이번 시즌 NBA 플레이오프는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NBA 아이콘이자 ‘킹’으로 불리는 르브론 제임스가 참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간 제임스는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을 넘어 ‘붙박이’로 활약해왔다. 2003-2004 시즌 NBA 무대에 발을 내딛은 그는 그간 2시즌을 제외하면 항상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왔다.
제임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정든 고향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떠나 LA 레이커스에 둥지를 틀었다. 커리어 사상 처음으로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로 불리는 서부 컨퍼런스에 도전했다. 그가 서부에선 어떤 모습을 보일지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도전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시즌 한때 제임스는 젊은 선수들과 함께 신바람을 일으키는 듯 했다. 하지만 본인을 포함해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며 탄력을 이어가지 못했다. 최종 순위는 서부 컨퍼런스 10위.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8위 LA 클리퍼스와는 11경기 차이였다. 이로써 14년 만에 제임스가 없는 플레이오프가 치러지게 됐다.
# 제임스 없는 동부, 밀워키 아데토쿤보가 즉위?
제임스의 서부행은 동부 컨퍼런스 패권 다툼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게 만들었다. 제임스는 지난 7년간 동부 컨퍼런스 우승을 차지해왔다. 그 어떤 스타도 제임스를 넘어서지 못했다.
2010년대 컨퍼런스 우승을 독식한 제임스가 자리를 비운 현재 가장 유력한 ‘동부의 왕’ 후보로 떠오르는 인물은 야니스 아데토쿤보다. 시즌 MVP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그는 소속팀 밀워키 벅스를 정규시즌 1위로 이끌었다.
톱시드로 나선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는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를 시리즈 전적 4-0으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아데토쿤보는 4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28.3분만을 소화하고도 26.3점을 기록했다. 이는 40분 가까이 뛰면서 기록했던 이전 시즌의 플레이오프 기록을 넘어서는 수치였다.
이외에도 동부 컨퍼런스의 1라운드는 상위 시드 팀들이 무난한 승리를 가져갔다. 카이리 어빙(보스턴), 벤 시몬스(필라델피아), 카와이 레너드(토론토) 등 스타들이 2라운드 진출을 일찌감치 확정 지었다.
아데토쿤보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는 레너드가 꼽힌다. 이전 소속팀 샌안토니오에서 이미 한차례 NBA 파이널 MVP를 수상한 바 있는 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동부에서 다시 한 번 파이널 우승에 도전한다. 대진상 컨퍼런스 결승에서 아데토쿤보를 만나는 점 또한 더 큰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한때 제임스의 동료였던 카이리 어빙 또한 내심 이번 시즌 왕좌를 노렸던 스타플레이어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보스턴은 ‘에이스’ 어빙 없이도 강력함을 자랑했다. 이번 시즌 어빙이 가세한 보스턴이 유력한 컨퍼런스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오히려 정규시즌부터 삐걱 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서 인디애나를 ‘셧아웃’ 시키며 체력을 벌었지만 2라운드 상대 밀워키 또한 4-0으로 올라왔다.
케빈 듀란트 등 동료나 제임스 하든, 데미안 릴라드 등 라이벌들이 맹활약하는 사이 스테판 커리는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커리·요키치 주춤, 하든·릴라드 순항
상위 시드 팀이 비교적 손쉽게 2라운드에 진출한 동부와 달리 서부에선 플레이오프 시작 전 예측들이 조금씩 빗나가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제임스 하든(휴스턴)과 데미안 릴라드(포틀랜드)가 2라운드에 진출했지만 정규리그 1, 2위 팀인 골든스테이트와 덴버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드마커스 커즌스, 클레이 톰슨, 드레이드먼드 그린, 스테판 커리, 케빈 듀란트 등 올스타급 선수들을 다량 보유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파이널 우승 1순위로 꼽힌다. 지난 2시즌 연속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고 3연패에 도전 중이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 또한 이들의 차지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A 클리퍼스와의 1차전에선 38점 15리바운드 7어시스트로 맹활약한 커리를 앞세워 승리를 거뒀다. 최종점수 15점차 이상(121-104)의 대승이었다. 이대로 무난하게 골든스테이트가 2라운드로 진출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차전서 LA 클리퍼스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들은 3쿼터 한때 31점차로 벌어진 승부를 루 윌리엄스, 패트릭 베벌리 등을 앞세워 뒤집어냈다. 이후 듀란트가 각성한 골든스테이트가 3, 4차전을 가져갔지만 LA 클리퍼스는 5차전에서 승리하며 또 다시 시리즈를 알 수 없게 만들었다. 1차전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는 커리의 존재도 골든스테이트의 불안 요소다.
정규리그 2위 덴버도 7위 샌안토니오를 상대로 애를 먹고 있다. 이들은 난적 골든스테이트와 휴스턴을 1, 2라운드 대진에서 모두 피하는 행운을 잡았지만 1라운드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리즈 전적 3-3으로 7차전 승부를 앞두고 있다. 간판스타 요키치가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2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로 ‘현재 진행형’ 신기록을 작성중인 샌안토니오도 관록을 자랑하고 있다.
커리, 요키치 등 라이벌들이 장기전으로 체력을 소모하는 사이 하든과 릴라드는 2라운드에 선착했다. 두 스타 모두 4-1로 상대를 꺾었지만 이 과정에서 릴라드의 활약이 돋보였다.
포틀랜드와 오클라호마시티의 경기는 하위 시드가 상위 시드를 잡아내는 ‘업셋’의 확률이 가장 높은 맞대결로 꼽혔다. 하지만 오클라호마의 스타 러셀 웨스트브룩과 폴 조지는 릴라드 앞에 멈춰서야 했다. 릴라드는 5경기 평균 33점의 매서운 공격을 퍼부었고 마지막 5차전에서는 버저비터 3점슛으로 시리즈를 결정짓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 여전히 거대한 르브론의 존재감 팬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프로 스포츠에서 ‘슈퍼스타’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그간 10년이 넘도록 NBA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군림해온 르브론 제임스의 빈자리가 이번 2018-2019 NBA 플레이오프에서 느껴지고 있다. NBA는 2018-2019 시즌 유니폼 판매량 순위를 발표했다. 사진=NBA.com 캡처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이번 시즌 NBA 플레이오프의 시청률 하락을 지적하는 보도가 이어졌다. ‘폭스스포츠’는 지난 시즌 대비 약 26%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매 시즌 흥행 성공 가도를 달리는 NBA의 상황을 비춰보면 의아한 일이다. 이는 14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한 제임스의 ‘난자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어졌다. 이어 ‘르브론 효과(Lebron Effect)’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이번 시즌 르브론은 친정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떠나 LA 레이커스로 이적했다. 그의 커리어 첫 서부 컨퍼런스행이자 슈퍼스타와 NBA 대표 명문팀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이적은 유니폼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제임스는 지난 3년간 NBA 유니폼 판매 랭킹에서 ‘새로운 아이콘’ 스테판 커리에 밀려 2위를 차지했지만 올 시즌 순위 역전을 이뤄냈다. 그의 소속팀 LA 레이커스 또한 지난해 팀 유니폼 판매 순위 4위에서 1위로 뛰어 올랐다. 김상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