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부터 위기를 맞은 KIA 타이거즈.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2017시즌 우승팀이었던 KIA 타이거즈가 올시즌 최하위로 주저앉았다. 비록 시즌 초반이고 변수가 많은 야구 종목에서 언제든지 분위기 전환을 꾀할 수 있겠지만 현재 KIA는 총체적 난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격, 수비는 물론 선발부터 불펜까지 모두 수렁에 빠진 느낌이다. KIA는 지난 4월 24일 LG와의 원정 경기에서 9년 만에 8연패를 당했다. 4월 셋째 주 열린 6경기를 모두 패하며 6연패를 당했고, LG와의 두 차례 경기도 모두 내주는 바람에 8연패에 빠졌다. 야구 전문가들은 KIA가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로 마운드의 붕괴를 꼽았다. 8연패 기간 KIA 마운드는 경기당 평균 9.25실점을 기록했다. 선발과 불펜을 가를 필요 없이 모든 투수진이 흔들린 셈이다. 덕분에 팀 평균자책점은 6.31로 10개 구단 중 가장 높고, 팀 타율은 0.250으로 9위에 머물러 있다.
야구 해설위원들을 통해 KIA 타이거즈 문제점과 대책 방안을 들어봤다.
양현종이 살아나야 한다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양현종. 사진=연합뉴스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KIA의 가장 큰 문제로 양현종의 부진을 꼽았다. 양현종은 개막전부터 5경기에 나와 승리가 없고 4패를 당했다. 평균자책점은 6.92(4월 25일 현재). 더욱이 지난 17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타구에 맞는 부상을 입었다. 장성호 위원은 양현종이 살아나야 KIA 마운드가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KIA의 1선발부터 3선발은 양현종과 2명의 외국인 투수가 맡고 있다. 제이컵 터너와 조 윌랜드는 캠프 때도 물음표를 안긴 선수들이다. 한국 야구를 처음 경험하는 데다 구위가 크게 인상적이지 못했다. 그때부터 양현종의 활약이 KIA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개막전 선발로 나선 양현종이 흔들리면서 패배했고 연패를 끊어줘야 할 때 그 역할을 못하면서 팀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양현종은 올시즌 왜 이렇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걸까. 장성호 위원은 이렇게 진단했다.
“양현종 선수가 말하기로는 시즌 준비를 늦게 했던 게 구속 저하로 나타났다고 말하더라. 양현종 뿐만 아니라 김광현(SK), 장원준(두산)도 초반에 좋은 모습을 보인 배경에는 이들의 레퍼토리가 상대 선수들한테 많이 읽혔다고 본다. 특히 양현종은 최근에 체인지업을 주로 던지면서 커브 구사율이 줄어들었다. 체인지업의 정교함을 높이다보니 좋았던 커브가 살아나지 않고 있따. 양현종의 투구가 포피치에서 쓰리 피치로 줄어들었고, 타자들 입장에서는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들어서는 게 용이해졌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타자들이 양현종을 쉽게 공략하고 피안타율도 늘어났다. 개인적으로는 양현종의 커브 구사율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3명의 외국인 선수, 어찌 하리요
KIA 외국인투수 윌랜드. 사진=연합뉴스
KIA의 외국인 투수 제이컵 터너는 6경기에 나와 3패 평균자책점 5.85를 기록 중이다. 조 윌랜드 역시 5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5.93으로 좋지 않다. 외국인 타자, 제레미 해즐베이커는 1군 엔트리 말소 후 퓨처스리그에서 뛰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리 통증으로 퓨처스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KIA가 다시 살아나는 길은 외국인 선수 3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KBO는 현재 외국인 투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선발 투수로 영입하는 2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제 역할을 못 할 때 팀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KIA는 외국인 투수 2명이 부진을 거듭하고 있고, 1군에서 타선에 도움이 돼야 할 외국인 타자가 2군에서 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해즐베이커의 부진은 매우 큰 문제다. 아무리 부상이 겹쳤다고 해도 외국인 타자가 2군에서 뛰는 건 팀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김기태 감독도 고민하겠지만 하루빨리 해즐베이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정리해야 한다. KIA는 한때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손꼽혔던 로저 버나디나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해즐베이커를 영입했다. 해즐베이커의 장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영입에 이르렀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거나 마찬가지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대책을 찾는 게 급선무다. LG 트윈스가 우여곡절 속에서도 상위권에 맴도는 건 외국인 투수의 활약 덕분이다. 2명의 외국인 투수가 0점대,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선발이 버티면 불펜이 강해진다. 공격력이 뒷받침되면서 이기는 야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장성호 위원도 “해즐베이커에게 기회를 다시 부여한 다음 그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정리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구멍 숭숭 뚫린 불펜
얼마 전 ‘대흉근 손상’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KIA 타이거즈 불펜투수 김윤동.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KIA의 마무리를 맡았던 김윤동이 오른쪽 어깨 대흉근 미세 손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김윤동 자리를 문경찬이 채우고 있고, 셋업맨의 역할은 하준영이 맡고 있다. 문경찬은 11경기에서 13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 불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그러나 문경찬 대신 셋업맨으로 나서는 하준영은 11⅔이닝동안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다. 일부에서는 김기태 감독의 주먹구구식 마운드 운영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부상 선수들의 속출로 시즌 전 구상대로 팀을 이끌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장성호 위원은 롯데의 사례를 들었다.
“롯데가 6연패하다가 KIA를 만나 3연승을 거뒀다. 그 3연승 경기 내내 경기 후반까지 물고 늘어지다 역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KIA한테 가장 필요한 건 그런 끈질긴 모습이다. 8연패를 이루고 있지만 한 번 뒤집어서 잡아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 양현종처럼 팀의 상징성 있는 선수가 분위기 반전을 이룬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KIA는 우승을 맛본 팀이다. 그 힘은 분명 어느 지점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소통이 안 되는 팀과 팬들
야구 해설위원인 대니얼 김은 KIA 프런트와 팬들과의 소통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상자가 늘면서 KIA가 어려운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데 지금 KIA의 가장 큰 문제는 팬들과의 소통이다. KIA 팬들이 원하는 건 LG 차명석 단장과 같은 리더십이다. 인터뷰를 통해 구단 상황과 방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팬들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면서 팬들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라지만 KIA 구단 관계자는 아예 귀를 닫고 있는 것 같다. 조계현 단장이 나서서 구단의 상황을 팬들에게 알려주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모든 화살이 김기태 감독한테 쏠리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니얼 김은 LA 다저스를 예로 들면서 뎁스가 강한 팀은 경기 상황에 따라 선수 구성을 달리할 수 있지만 KIA처럼 뎁스가 약한 팀은 끼워 맞추기 식의 선수 운영으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단정지었다.
허구연 위원도 조계현 단장의 역할에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KBO리그는 야구인 출신 단장들이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단장이 주도하는 야구팀은 아니다. 단장은 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장과의 협의를 통해 팀의 방향을 설정하고, 시즌 성적에 문제가 나타난다면 그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조 단장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길 바란다. 야구인 출신의 단장을 앉혔는데 그가 스카우팀 팀장이나 운영팀장의 역할에 만족하면 안 되지 않나.”
그렇다면 김기태 감독의 역할은?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 사진=연합뉴스
야구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KIA 팬들의 자조적인 탄식과 한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기태 감독을 향해 날 선 비난과 비판을 퍼붓기도 한다. 현재 KIA의 저조한 성적에 김기태 감독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 걸까. 허구연 위원은 감독의 잘못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기태 감독만 비난을 받는 건 억울할 수 있다. 팀 전력이 이전과 같지 않은데 감독 혼자 무슨 힘으로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겠나. 팬들 입장에서 감독을 욕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지만 좀 더 냉철하게 구단 상황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현재 KIA는 누가 팀을 맡아도 어려움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장성호 위원도 김기태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감독이 선수 부상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물론 김윤동의 어깨 부상을 두고 감독이 갑작스레 등판을 지시했기 때문에 부상으로 이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매뉴얼이다. 김기태 감독을 비롯해 강상수 코치가 마운드를 운영하는 매뉴얼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주먹구구식의 운영이라는 비난이 뒤따르는 것이다.”
지금은 은퇴한 임창용은 이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답답함을 호소한 적이 있었다.
“불펜 운영에 문제가 많았다. 기본적인 틀을 갖고 마운드를 운영해야 하는데 필승조에서 뛰는 선수가 갑자기 패전 처리로 나갈 때도 있고 8회에 올라가야 할 선수가 6회 등판한 적도 있다.”
KIA 팬들은 팀이 패배를 거듭할 때마다 관련 기사에 조롱 섞인 댓글로 도배를 하다시피 한다. 결국은 성적이다. KIA가 4월의 부진을 딛고 재정비 후 다시 이전의 열정을 보이고 선전한다면 팬들의 비난도 수그러들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