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 필로폰 투약 등 굵직한 이슈 관련 기사 댓글에 항상 등장하는 ‘그래서 승리는 언제 구속할건데?’라는 질문에 대한 경찰의 대답은 ‘이번 주’다. 경찰은 전 빅뱅 소속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에 대해 이번 주 중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판단을 세웠다.
경찰이 구속의 필요성으로 강조한 승리의 혐의는 성매매 알선 포착.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음란물을 공유했거나 횡령 등의 혐의도 이미 입증 증거를 다 마련했지만 불구속 기소가 일반적인 가벼운 혐의들인 탓에, 확실한 혐의인 성매매 알선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입증할 관련 진술과 카드 내역 등 자료 정리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포주’ 노릇을 한 것은 맞다고 하더라도, 1~2차례 의혹만으로 구속까지 하기는 과하지 않냐”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빅뱅 맴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 성매매 알선 의혹 2번 “관련 진술 확보”
경찰이 주목한 성매매 알선 의혹 사건은 크게 2번. 지난 2015년 일본인 사업가 크리스마스 파티와 2017년 팔라완 승리 생일파티 등이다.
이 가운데 경찰이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 것은 2015년의 사건. 지난 3월 말 승리와 승리와 유리홀딩스 유인석 대표가 음식점 체인을 시작하면서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나눈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승리와 유인석 대표는 2015년 성탄절을 한 달 앞두고 특별한 성탄 파티를 준비하자고 얘기하며, 일본의 기업인 A 회장에 대한 접대를 논의한다. 특히 이 때 승리는 “A 회장님이 오시니 같이 잘 준비하도록 하자. A 회장님에게 받은 것 100배로 돌려 드리자”고 말했고, 이에 유인석 대표도 ‘일본 분들’이라 표현하며 “한국을 또 찾고 싶을 정도로 잘 대접하자. 클럽에 여자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아는 여자를 다 부르자”고 화답한다.
A 씨 등 투자자들은 2015년 12월 24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고, 유인석 대표 등은 이틀 내내 성매매 여성을 불러 이들이 머무는 고급 호텔에 들어가게 했다는 게 경찰 수사 결과다. 동원된 성매매 여성만 10명이 넘는다고 전해졌는데, 경찰은 밤 뿐 아니라 낮에서 성매매가 이뤄졌고, 이 중에는 한 방에 여성 두 명이 동시에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YG엔터테인먼트 사옥 건물 전경. 고성준 기자
하지만 경찰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알선의 경우 성매매가 이뤄지는 ‘장소’를 알고 준비했는지가 중요한데, 그 비용을 승리가 지불했고 대화방에서 성매매 여성을 의미하는 ‘선물’ 등의 단어가 등장하지 않냐”며 “승리는 부인하지만 사실상 ‘포주’ 역할을 한 셈이다. 이번 영장 신청의 핵심 혐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핵심 진술도 확보했다. 유인석 대표로부터는 “일본인 투자자들에게 성접대를 할 목적으로 유흥업소 여성을 15여명 안팎으로 불렀고 이들에게 4000만 원 정도의 대금을 지급했다”는 답변을 받아냈고, 당시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로부터는 “승리와 유인석 대표를 잘 알지 못한다. 돈을 받고 성접대를 했다”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실제 성매매 알선책과 성매매 여성 등 20여 명이 관련 혐의로 입건됐는데 이 가운데 ‘성매매 알선’은 성매매 여성들이 불특정의 상대에게 금품 혹은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약속하고 성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알지 못한 관계였다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성매매의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 성매매가 이뤄지는 사실을 알면서도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는 다 성매매 알선에 적용될 수 있다”며 “유 대표가 비용을 냈다고 하더라도, 승리가 이를 알고 장소(호텔)에 대한 비용을 지불했음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영장 가능성은? 승리 혐의 부인 입장이 ‘관건’
승리는 경찰 조사에서 “호텔은 지인이 쓴다고 했기 때문에 미리 잡아둔 것으로 성매매 알선 목적과 관련이 없다”며 “나는 그날(크리스마스 파티) 술을 많이 먹고 매니저 차로 귀가해 유 씨가 성매매 여성을 부른 줄도 몰랐다”고 자신의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서 다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 밖에 승리가 입건된 혐의는 현재 그 밖에 업무상 횡령ㆍ식품위생법 위반ㆍ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등 4개. 얼핏 듣기에는 무거운 범죄들 같지만, 구속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에 대해 ‘반반’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성매매 알선을 제외한 혐의 중 가장 먼저 이슈가 됐던 것은 불법 음란물 유포. 구속 기소된 정준영 등과 함께 있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승리가 공유한 것으로 확인된 불법 음란물은 단 1건. 사진이었는데 이마저도 승리가 직접 촬영한 것은 아니다. 직접 촬영이 아닌, 단순 유포였기 때문에 구속을 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입구 모습. 박정훈 기자
횡령 혐의도 가볍다. 승리는 2016년 7월 유 대표와 함께 강남구 청담동에 차렸던 클럽 라운지 ‘몽키뮤지엄’을 운영하면서 유 대표와 공동으로 세운 유리홀딩스의 자금 수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 사건 흐름을 잘 아는 수사팀 관계자는 “사실상 승리가 유 대표와 지분 전체를 가지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자기 돈을 꺼내간 개념”이라며 “원래 1인 기업에 가까운 지분을 가지고 있을 경우 횡령이라고 해도 손해가 본인 스스로에게 가기 때문에 처벌이 엄하지 않다. 기껏 해봐야 벌금형”이라며 “구속될 사유로 보기에는 다소 가벼운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역시 이 때문에 4개 혐의 가운데 ‘성매매 알선’에 가장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4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버닝썬 수사가 3개월이 지나면서 이제 수사가 하나둘 종결돼가는 시점”이라면서도 영장 발부 가능성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승리가 계속 소환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느냐. 도주의 우려가 없어도 발부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승리에 대해 수사가 막바지에 있다, 영장이 발부될지를 언급하는 것은 예단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으로 갈음했다. 구속영장 신청 사유는 분명하지만,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인정한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통상 구속영장은 사안의 중대성이나 도주 우려, 증거인멸 등을 감안하는데 이 중 사안의 중대성이 ‘혐의가 구속될 만큼 중하고 입증이 됐는가’에 해당한다”며 “승리의 경우 수사도 협조를 했고 증거 인멸으로 볼 요소들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성매매 알선에 대해 승리는 혐의를 부인하고 다투는데 경찰과 검찰이 법원에 이를 반박할 증거를 어떤 것을 제시하는지, 얼마나 승리가 주도적으로 역할을 했는지 승리의 진술이 거짓임을 입증하는데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