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의 설립 초기 최대주주는 (주)새만금관광개발이었다. (주)새만금관광개발은 KIC그룹 계열사로 이상직 전 회장 지배하에 있었지만 이 전 회장이 2012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에는 그의 형인 이경일 전 KIC그룹 회장이 이스타항공 경영을 맡았다.
2013년 초에는 이스타항공 경영권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경영관리 업체 나라에이스홀딩스가 (주)새만금관광개발의 모회사 (주)KIC(현 에이프로젠KIC)를 인수하면서 이스타항공의 경영권도 넘어간 것이다.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이스타항공 본사 입구. 사진=박은숙 기자
그러나 2013년 말 나라에이스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주)새만금관광개발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새만금관광개발 지분을 인수한 곳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비슷한 시기 IMSC라는 정체불명의 회사가 등장해 이스타항공 관련 지분을 매입했다.
IMSC의 설립 시기가 2013년 2월인 것으로 보아 이스타항공 인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법인으로 보인다. IMSC 설립 당시 사무실의 위치는 이스타항공 본사가 위치한 방화동 Y빌딩이었다. 즉 이전에 이스타항공과 관계가 없던 회사가 새롭게 인수하는 게 아니라 원래부터 이스타항공과 관련이 있었던 곳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려 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는 2015년 (주)새만금관광개발에서 이스타홀딩스로 변경됐다. 마침 이스타항공은 오랜 적자의 터널을 지나 2014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때 IMSC도 사무실을 방화동에서 경기도 김포시로 옮겼다.
이스타홀딩스의 구체적인 정체도 파악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이스타홀딩스는 2015년 10월 설립된 법인으로 IMSC처럼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법인으로 보인다. 사업 목적에는 항공운송업, 항공기 임대업 등 항공 관련 사업도 있지만 토사석 채취업, 영림업 등 이스타항공과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사업도 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이스타홀딩스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지분 관계나 계열사 현황은 물론이고 자본, 매출 등 기본적인 재무 현황도 적혀있지 않았다.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한림회계법인은 “이스타홀딩스는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등 감사절차에 필요한 주요 자료를 제시하지 않아 회계감사기준에서 요구하는 감사절차를 수행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2017년에는 아예 감사보고서가 올라오지도 않았다.
이스타홀딩스의 2018년 감사보고서는 비교적 정상적으로 작성됐다. 한림회계법인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이스타홀딩스의 현재 재무 상태 및 현금 흐름을 일반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중요성의 관점에서 공정하게 표시하고 있다”며 “우리가 입수한 감사증거가 감사의견을 위한 근거로서 충분하고 적합하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스타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0원이다. 다만 지분법이익 등으로 인해 지난해 49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또 IMSC로부터 28억 2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스타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이원준 씨(66.7% 소유), 2대주주는 이수지 씨(33.3%)다. 원준 씨는 이상직 전 회장의 장남이자 골프선수이고, 수지 씨는 원준 씨의 누나로 현재 이스타항공 상무다. 사진=이스타항공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지분 구조다. 이스타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이원준 씨(66.7% 소유), 2대주주는 이수지 씨(33.3%)다. 원준 씨는 이상직 전 회장의 장남이자 골프선수이고, 수지 씨는 원준 씨의 누나로 현재 이스타항공 상무다. 2013년 이상직 전 회장 측이 이스타항공을 매각한 후 돌고 돌아 다시 이 전 회장의 자녀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수지 씨는 이스타홀딩스의 유일한 사내이사(사실상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 이상직 전 회장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목록을 통해 이 전 회장의 자녀들이 이스타홀딩스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이미 확인 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스타홀딩스가 직접 주주명단을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대로 된 감사보고서가 나오면서 이스타홀딩스의 대략적인 상황은 파악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서류상으로 이스타홀딩스의 사무실은 방화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 위치한다. 개인 소유인 것으로 보아 이스타홀딩스가 전세 혹은 월세로 입주한 것으로 보이지만 부동산등기부에는 구체적인 기록이 없다. 면적도 26.53㎡(약 8평)에 불과하다.
이스타홀딩스의 매출이 없고, 사무실도 원룸 수준에 불과해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을 갖고 있는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라며 “재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정치권에서 이스타항공 이름 오르내린 사연 지난 3월 19일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항간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가 이스타항공과 합작을 염두에 두고 태국 자본 타이캐피탈그룹이 만든 회사에 취직했다고 한다”며 “이상직 전 회장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 직능본부 수석부본부장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3월 문 대통령은 이 전 회장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했으며 한 달 뒤인 4월 문 대통령 사위가 동남아에 있는 이 항공사에 취업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위법이 아니라면 한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하는 근거를 제시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이상직 전 회장은 오랫동안 기업을 경영한 사람으로 중소기업 진흥에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이스타항공 역시 문 대통령 사위와 관련한 논란은 정치적인 이슈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우리가 타이캐피탈과 합작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게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