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FC 서울전에서 승리한 이후 팬들과 추억을 남기는 전북현대 선수단.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일요신문] 잔인한 달이라던 4월과도 작별을 고하는 시점, 지난 3월 1일 개막한 하나원큐 K리그1 2019도 개막 이후 2개월이 지났다. 10라운드 일정을 앞두고 있는 현재 전북 현대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수년간 반복된 ‘전북 천하’는 올해도 이어지는 것일까.
# 시즌 초반 흔들림 딛고 선두 탈환
전북은 지난 2시즌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수년간 그래왔듯이 겨울 이적 시장에서도 우승팀다운 행보를 보였다. 지난 시즌 국내 선수 최다 득점자인 문선민,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한승규를 각각 인천과 울산으로부터 동시에 영입했다. 김민재가 빠져나간 수비진에는 국내 정상급 수비수 홍정호를 임대 연장으로 붙잡았다. A 대표 출신 공격수 김민혁도 수혈했다.
이 같은 보강에도 시즌을 앞두고 ‘이번엔 전북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전망들이 흘러 나왔다. 지난 10여 년간 상징과도 같던 최강희 감독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최 감독이 떠난 자리는 구단 역사상 최초 외국인 감독인 포르투갈 출신 주제 모라이스 감독으로 채워졌다. 오랜 기간 한 감독에 의해 길들여진 팀이 새 감독을 맞아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예측들이 이어졌다.
실제 전북의 시즌 초반은 과거처럼 유쾌하지 못했다. 대구 FC와 개막전에서 1골씩을 주고받으며 비겼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시즌 첫 경기를 치렀지만 오히려 상대 대구가 더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맞대결에선 전북이 7골을 넣고 3골만을 내주며 내리 3연승을 거둔 바 있다. 이외에도 3라운드 강원 FC전에서는 0-1로 불의의 일격을 당하기도 했다. 이는 2010년 이후 약 9년만의 강원전 패배였다. 모라이스 감독의 스타일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강원전 패배 이후 전북은 반등을 시작했다. 6경기에서 5승 1무를 거뒀다. 최근 4연승으로 상승세다. 이 기간 8골을 넣고 1골만을 내줬다. 공수 균형을 되찾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도 안정감을 갖추고 있다. 강원전 패배 직전 약체로 평가되는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에 덜미를 잡혔다. 이후 ‘난적’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2연전에서 승리를 쓸어 담았다. 현재 G조 1위로 토너먼트 진출이 유력한 상태다.
시즌 초반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던 한승규는 반전을 만드는 골을 넣고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현대는 2010년대 들어 ‘닥공’이라는 별칭이 붙은 전술·전략으로 K리그를 호령해 왔다. 그간 이동국, 김신욱 등 ‘정통파’에 가까운 스트라이커를 세워두고 측면에 재기 넘치고 빠른 윙어 자원을 활용한 공격을 시도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전술로 매 시즌 최다골 부문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모라이스 감독으로 사령탑이 교체되며 ‘닥공’의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감독 의도에 따라 팀의 색깔이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전북이 내놓는 결과는 기존 전북의 색깔에 새감독의 색채를 덧입히는 식이었다. 모라이스는 팀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무리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전북에서 볼 수 있었던 선 굵은 공격과 포르투갈 감독 특유의 세밀한 빌드업 축구가 병행됐다. 시즌 초반 삐걱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최근 경기인 지난 4월 28일 FC 서울전에서 터진 이승기의 선제골은 박스 근처에서의 짧은 4번의 패스로 만들어졌다. 모라이스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활약이 기대에 못 미치던 이적생들이 자신감을 찾은 점 또한 전북에겐 호재다. 지난겨울 큰 기대를 받고 입단한 문선민과 한승규가 지난 서울전에서 나란히 공격포인트를 쌓아 올렸다.
문선민은 3월까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4월 6일 인천전부터 선발로 나선 그는 곧바로 골을 기록했다. 지난 서울전에서는 시즌 첫 도움을 추가하기도 했다.
한승규의 서울전 결승골은 후반 추가 시간에 터졌던 상황만큼이나 극적인 반전을 만들었다. 지난해 23세 이하 최고 선수상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지만 새 팀 전북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하지만 서울전 골로 설움을 씻어냈다. 골이 터지자 유니폼 상의를 내던지며 울분을 풀었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을 때는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이날은 국가대표 풀백 이용이 선발로 복귀한 날이기도 했다. 지난겨울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부상으로 결장했던 그는 공백이 무색한 듯 팀에 녹아들며 좋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전북의 좋은 스쿼드가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면서 “위기가 있으리라 예상했고 실제 그런 모습을 보였지만 빠르게 잘 극복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정신력을 언급하며 유럽의 예를 들기도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뛰어난 선수들이 있는 팀도 정신적으로 많이 흔들리지 않나. 전북은 주장이자 최고참 이동국부터 어린 선수들까지 신구조화가 좋은 덕인지 그런 쪽으로는 흘러가지 않고 있다. 어려움을 겪던 한승규도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보경은 선두권 경쟁을 하는 울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신입생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전북 독주에 제동 걸 대항마는?
이상윤 위원은 2위와 승점 21점차를 벌렸던 전북의 지난해 독주체제를 되짚기도 했다. 그는 “그만큼 강력한 팀이기에 현재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지난해와 같은 압도적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울산 현대를 대항마로 꼽았다. 공교롭게도 울산은 현재 전북과 승점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밀려 2위에 위치해 있다. 수년간 이적시장에서 전북과 함께 ‘큰 손’의 면모를 보여 왔기에 현재의 경쟁 체제를 유지할 힘이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지난 맞대결에서 패배했지만 서울의 고공행진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서울은 올 시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K리그에서의 경험이 풍부한 최용수 감독의 지휘아래 선두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위원은 “비록 전북에게 졌지만 알리바예프의 퇴장 변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당분간은 서울의 상승세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