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을 리그 1위로 마친 ‘디펜딩 챔피언’ SK 와이번스.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5월이다. ‘2019 KBO 리그’는 한 달이 조금 넘는 일정을 소화했다. 정규리그는 서서히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면서 올 시즌 KBO 리그 10개 구단의 순위 싸움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9년 KBO 리그 순위 싸움 키워드는 ‘양극화’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 많은 야구 전문가는 KBO 리그 판도를 ‘3강 6중 1약’으로 요약했다. 이들은 ‘디펜딩 챔피언’ SK 와이번스를 비롯해 두산 베어스, 키움 히어로즈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1약으로는 KT 위즈를 꼽았다. 그리고 나머지 6개 구단이 가을야구를 향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KBO 리그 순위 싸움은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상위 5개 구단과 하위 5팀의 간극이 시즌 초반부터 적잖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5강 5약’ 판도로 KBO 리그 순위표가 고착되어 가는 모양새다.
# ‘5강 5약’ 판도, 넓어지는 5위와 6위 사이의 간극
4월 30일 기준 2018시즌과 2019시즌 KBO리그 순위표 비교. 사진=일요신문
4월 30일 기준, KBO리그 순위표 위쪽에는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 NC 다이노스, 키움 히어로즈가 자리를 잡았다. 순위표 아래쪽에 머무른 구단은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KT 위즈였다.
순위표의 위아래는 언제나 존재해 왔다. 하지만 2019시즌 판도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중위권 다툼이 실종된 까닭이다.
4월 30일까지 5위 키움은 1위 SK를 2경기 차이로 추격하고 있다. SK와 키움 사이엔 3팀이 끼어있다. 그야말로 치열한 선두권 다툼이 펼쳐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5위와 6위의 간극은 상당히 크다. 5월을 맞이하는 시점 5위 키움과 6위 한화는 4.5경기 차 간격을 유지했다.
지난해와 전혀 다른 흐름이다. 2018년 4월 30일 기준 KBO 리그의 중위권 경쟁은 ‘대혈투’를 예고했다. 4위 KT와 9위 롯데의 격차는 2경기에 불과할 정도였다. ‘대혈투’는 현실이 됐다. KBO 리그 순위표는 5월 이후에도 격하게 요동쳤다.
2018시즌 4월까지만 해도 2, 3위에 랭크됐던 LG와 KT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4월까지 5~7위에 머무르던 한화, KIA, 키움은 반등에 성공하며 가을야구를 만끽했다.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 순위 다툼은 KBO 리그가 3년 연속 8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데 큰 동력이 됐다.
KBO 리그 ‘가을야구 커트라인’은 5위다. 2015년 ‘와일드카드 시리즈’가 도입되면서, ‘5위 경쟁’은 KBO 리그의 새로운 흥행카드로 떠올랐다. 시즌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가을야구 막차 티켓 경쟁’은 야구팬들에게 적잖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하지만 올 시즌처럼 양극화된 순위표에선 ‘가을야구 막차 티켓 경쟁’이 다소 싱겁게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말이 싱거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은 적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순위표의 양극화는 KBO 리그 흥행에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 인기 구단의 집단 부진, KBO 리그 흥행 빨간불 켜지나
2017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KIA 타이거즈는 2년 만에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최고 인기팀으로 꼽히는 KIA의 부진은 리그 흥행에 분명 큰 악재다. 사진=연합뉴스
‘순위표의 양극화’는 분명히 KBO 리그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인기 구단들의 집단 부진이다.
KIA, 롯데, 삼성, 한화는 충성도 높은 지역 팬을 다수 보유한 구단이다. 야구계에서 네 구단은 명실상부 ‘인기 구단’으로 꼽힌다. 하지만 4월 30일 기준 KIA를 비롯한 네 구단은 순위표 아래쪽에서 ‘5약’이란 평가를 듣고 있는 상황이다. 인기 구단들의 성적하락은 리그 흥행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 시즌 KIA, 롯데, 한화의 평균 관중은 하락세를 띠고 있다. 2018년 4월 30일 기준 KIA의 홈 경기 평균관중은 1만 2243명이었다. 하지만 2019년 4월 30일 기준 KIA의 홈 경기 평균 관중은 1만 661명으로 줄었다.
롯데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관중이 1만 3430명이었지만, 올해엔 1만 2273명으로 많이 줄었다. 한화의 평균관중은 8,858명에서 8,721명으로 소폭 하락했다. 삼성의 평균 관중은 9348명에서 9688명으로 소폭 상승했다. 삼성은 지난해 4월을 리그 최하위로 마친 바 있다.
인기 구단들의 관중몰이가 주춤하면서, KBO리그 전반적인 누적 관중수 역시 줄었다. 2018년 4월 30일 기준 KBO리그 302경기 누적 관중은 170만 7039명이었다. 반면 2019년 4월 30일 KBO리그 306경기 누적 관중은 165만 6610명에 불과하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싸움에 불이 붙지 않는다’는 상황을 가정하면, 누적 관중수의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은 ‘결말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말을 예측할 경우의 수가 많아질수록, 프로 스포츠의 흥행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2019 KBO 리그’ 초반 흐름은 뻔한 결말을 암시하는 예고편처럼 보이는 듯한 우려를 자아낸다. 시즌 중 순위표 아래서부터 역주행을 시작하는 도깨비팀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2019시즌 KBO 리그 순위표는 현상태로 고착될지 모른다.
과연, ‘5강 5약’ 양극화 흐름을 보이는 KBO리그 판도를 뒤집을 도깨비 팀은 등장할까. 시즌 초반 5약으로 꼽히는 팀들의 ‘반전 드라마’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