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
[일요신문] ‘세계 최초의 기본소득 공론화 축제의 장’ 경기도 기본소득 박람회가 마무리됐다. 경기도는 영국 시민기본소득트러스트 애니 밀러 의장, 스위스 라이나우시 기본소득 실험 책임자 레베카 파니안,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사라트 다발라 부의장, 핀란드 사회보험국 선임경제학자 시그네 야우히아이넨 등 해외 기본소득 전문가를 초청해 아직 낯선 개념인 기본소득의 이해를 도왔다.
이번 행사는 크게 기본소득 컨퍼런스와 지역화폐 전시로 나눠졌다. 컨퍼런스는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해, 지역화폐 파트는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접근했다. 물론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경기도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는 분리할 수 없는 관계다.
경기도는 기본소득이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불어 잘 사는 대동세상’을 이끄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 대동세상 같은 개념은 일반인에게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이런 모호한 개념을 발표와 토론, 전시를 통해 일반인에게 구체화했다는데 이번 프로그램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4차산업혁명의 부정적 일면으로는 일자리가 줄어들고 부는 소수에게 편중되는 저성장 사회를 꼽을 수 있다. 안동광 경기도 정책기획관은 “고전적인 경제성장이나 논리가 무너졌다. 과거에는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많이 생겼고.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중산층 소득이 두둑해져 경제가 선순환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는 기업에 고용을 독려하고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만든 단기 일자리를 제외하면 일자리의 양과 질은 악화되고 있으며 청년실업률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안 정책기획관은 기본소득의 재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땅과 건물을 꼽았다. “부동산을 공평하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소수가 많은 부분을 가지고 있다. 특히 토지나 건물에 대한 보유세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율이다. 땅은 모두의 자산이고 특정개인의 자산이라 볼 수 없다. 부동산을 통해 이룬 부를 국토보유세 형식을 통해 세금을 그 세금으로 기본소득의 재원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이 경기도가 생각하는 대동세상의 열쇠이자 이번 기본소득 박람회의 핵심이다.
개막식 기념촬영
컨퍼런스 현장
“기본소득은 증세를 통한 단순 퍼주기 정책이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은 분배에 치우친 정책이 아닌 자본주의 시스템의 선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성남시장 시절 실시했던 청년배당이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23.3% 증가시켰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이 지사는 소수에 집중된 부를 공동체를 위해 공유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애니 밀러 의장은 “비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평등을 없애는 정의로운 사회가 중요하다”며 사회정의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불과 몇 년 전 성남시가 청년배당을 시작하려 하자 박근혜 정부의 보건복지부는 불수용 입장을 내며 반대했다. 청년배당이라는 용어와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절이다. 하지만 성남시는 청년배당을 강행해 청년들의 정책 참여도 상승,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결과를 내며 살아남았다. 성남시에서 싹튼 기본소득의 씨앗은 청년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올해 경기도 31개 시군으로 확대됐다.
경제규모 세계 11위, 과학기술 투자 세계 1위, 무역규모 세계 6위, 평균 근로시간 세계 2위, 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불평등과 양극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경기도는 기본소득을 통해 정의의 가치를 말하고 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