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서울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에서 열린 지주 출범식에서 출범사를 하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우리금융은 비은행 분야를 적극 확대해 중장기적으로 은행과 비은행의 비율 6 대 4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먼저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업 분야인 동양자산운용·ABL자산운용·국제자산신탁 등을 인수해 마무리 단계에 있다.
우리금융은 또 증권사, 보험사, 카드사 등을 인수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금융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증권업 진출을 위해 유안타증권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안타증권 한국지사의 전신은 동양증권이다. 2014년 ‘동양사태’가 터지면서 매물로 나온 동양증권을 유안타그룹이 2750억 원에 인수했다. 한때 동양사태 피해자들이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부실채권 매매 책임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하면서 유안타증권 매각설이 불거진 바 있다. 유안타증권의 최대주주는 지분 54.62%를 보유하고 있는 유안타파이낸셜서비스다. 유안타증권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증권사 중 최대주주 지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유안타증권 내부에서도 심상찮은 움직임이 감지된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3월 황웨이청 공동대표를 대만 본사로 복귀시키고, 후임으로 궈밍쩡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 기업금융 총괄임원을 선임했다. 황 대표는 대만 유안타증권이 동양증권을 인수한 2014년 6월부터 4년 7개월 동안 유안타증권 한국지사 공동대표를 맡아왔다. 이번에 신임 대표를 맡은 궈밍쩡 대표는 유안타벤처캐피털 CEO, 유안타금융지주 법인금융사업 집행장 등을 역임하며 ‘M&A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매각작업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유안타증권과 우리은행은 모두 M&A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매각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대만 본사 차원에서도 한국 유안타증권 매각은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보내왔다”며 “궈밍쩡 대표는 지난 3월 신임 대표로 취임한 이후 오히려 사업 강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 역시 “최근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 분야 인수합병을 통해 외연 확장에 나서고, 증권사 필요성이 대두되니 유안타증권 인수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상반기에는 현재 진행 중인 인수합병을 잘 마무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유안타증권 본사. 고성준 기자
금융업계 관계자는 “유안타증권은 대만 1위 증권사로 아시아시장 확장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며 “사모펀드가 대주주라면 모를까, 외국 증권사가 한 번 철수하면 금융당국에 미운 털이 박혀 한국시장에 재진입하기 어려운데다 실적이 좋기에 굳이 팔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올 증권사가 없다보니 잠재적 매물인 유안타증권 및 삼성증권 매각설이 계속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하던 당시엔 10여 개의 증권사 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골든브릿지증권이 매물로 나왔지만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매각설이 돌았던 교보생명,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은 매각 계획을 부인하거나 미루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실탄 확보 문제보다 증권사·보험사 쪽에 매물다운 매물이 없는 실정”이라며 “시장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리즈 시절 진용을 갖춰라’ 우리금융지주 외연확장 나선 까닭 우리금융지주는 2001년 4월 세워진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사다. 당시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은행, 평화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하나로종합금융 등 5개 금융사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기 위해 지주사를 설립했다.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소유한 예금보험공사였다. 이후 민영화 방침을 발표하고 2010년, 2011년, 2012년 연이어 주식 매각을 추진했지만, 여론과 현실적인 문제로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방법을 바꿔 통매각이 아닌 지주사 내 금융기관들을 NH농협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에 쪼개서 팔았다. 지주사 내에 우리은행과 그 계열사만 남게 되면서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돼 사라졌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독자생존의 모토를 내세워 다시 우리금융지주 설립에 나섰고, 지난 1월 분리매각 4년 2개월 만에 다시 지주사 체제를 출범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규모는 많이 축소돼 있다. 국내 계열사는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에프아이에스,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등 8개다. 자산규모는 2013년 341조 원에서 지난해 340조 원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같은 기간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87조~176조 원 증가했다. 과거 우리금융지주는 분리 매각 과정에서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투자증권 등 계열사를 떠나 보냈다. 4년 2개월 만에 다시 지주사체제를 갖췄지만 이미 매각한 계열사들을 다시 찾기는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을 통해 과거 종합금융그룹의 진용을 갖추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최근 자산운용사와 부동산신탁업 분야인 동양자산운용․ABL자산운용․국제자산신탁 인수를 위한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 이들 인수에 약 3000억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 인수전에는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20% 지분 출자 방식으로 참여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향후 증권사와 보험사, 저축은행, 캐피털 인수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여러 사업을 지켜보고 있다”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