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당한 뒤 차 씨가 직접 찍은 사진. 사진=차오름 씨 제공
―지난 기사에서 차 아무개 씨로 보도됐다.
“이름은 차오름이고 29살이다. 전 피겨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고 지금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피겨스케이팅 코치다.”
―최근에 기사가 보도되면서 굉장히 큰 이슈가 됐다.
“그분은 셀럽이지만 이렇게까지 크게 될 줄은 몰랐다.”
―치료는 많이 됐나.
“일단 붓기는 많이 빠졌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붓기가 빠지면서 더 아플거라 했다. 그 말처럼 눈이 특히 너무 많이 아프다. 아파서 눈을 뜰 수가 없다. 병원에서는 백내장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했다. 선글라스를 껴야 하는데 코 골절이 와서 많이 휜 상태라 선글라스도 쓸 수 없어 그냥 걸쳐 놓고 다닌다. 코뼈와 안와골절만으로 전치 6주가 나온 상태다. 팔이 빠진 뒤에 맞춰놓긴 했는데 연골이나 인대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어 걱정이다. 미미하지만 뇌출혈도 있다. 아직 기본적인 진료도 너무 많이 남았다. 윗니가 ⅓쯤 상해 치과도 가야 한다. 신경외과, 정형외과, 안과, 치과 등도 가봐야 한다.”
―다친 곳 중에서 가장 걱정 되는 곳은 어딘가.
“팔하고 눈이다. 눈도 크게 다쳤지만 아이들에게 피겨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데 팔로 애들을 들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그거 아니면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나는 지금 밥벌이조차 못하고 있고 병원비만 나가고 있어서 너무 힘들다.”
―처음 양호석 씨와 알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 피겨 운동하던 곳과 태릉의 가운데 위치라서 어린 나이에 강남구에 살게 됐다. 양호석 씨는 주변 지인들을 통해서 알게 됐다. 10년 전에는 그 사람의 위치가 여기까지 올라갈지 전혀 몰랐다. 처음에는 마음이 잘 맞았다. 세계 챔피언 2연패를 달성하기 전까지 미국을 같이 못 간 거 빼고는 시합장에 같이 안 간 적이 없다. 나와 전혀 관계가 없어도 양 씨 제자라는 이유만으로 시합장에 가서 모든 준비 과정을 도와줬다.”
―10년이면 별별 모습을 다 봤을 것 같다.
“워낙 친하다보니 과거 6개월 정도 같이 산 적도 있었다. 양 씨가 시합을 앞두고 예민해지는 모습도 다 봐 왔다. 서로 힘든 일을 격려해주면서 10년을 지냈다. 그런데 머슬마니아 세계챔피언 이후부터 양호석 씨가 바뀌어갔다. 세계챔피언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성격이 변해갔다. 내가 뺨 맞은 적도 많다. 내가 폭행을 당하고 양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때 ‘한두 대 맞고 끝날 일 아니었냐’는 말이 그동안 제가 너무 많이 맞아왔기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그런 모습을 방관한 내 잘못도 크다.”
―사건은 어떻게 일어났나.
“최근 양호석 씨가 본인 PT(개인 지도)센터를 자기가 차리게 됐다. 그 센터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고 하면서 ‘좀 싸게 할 수 없냐?’고 하길래 아는 동생을 소개시켜줬고, 누구한테 알아봐도 가장 싼 가격에 계약했다. 양 씨도 만족을 했는지 내가 ‘피곤하다’고 ‘집에 가자’는 말에도 ‘잠깐만 기다려봐’라며 전화를 하더니 ‘두 명 간다’고 예약을 했다. 그곳이 술집이었다. 거기서부터 모든 상황이 다 시작됐다.”
머슬마니아 세계챔피언 양호석 씨.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나는 처음 가봤는데 종업원들이 양호석 씨 대하는거 보면 자주 갔던 곳인 것 같았다.”
―폭행은 어떻게 시작됐나.
“일단 술을 마시다가 과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몇 개월 전 클럽에서 양호석 씨가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근데 그때 클럽 직원이 양 씨를 넘어지게 할 뻔한 적이 있었다. 너무 위험해 보여서 뒤에서 겨우 잡은 적이 있었다. 그 영업진에게 ‘왜 이렇게 사람을 대하냐’라고 항의를 하니까 양 씨가 갑자기 내 뺨을 때린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때 솔직히 섭섭했다’고 얘기를 했다. 양 씨가 표정이 변하더니 ‘그만해, 그만하자’고 말했다. ‘알았어, 형. 그만하자’고 하고 넘어갔다. 술자리가 끝나갈 때쯤 내가 둘 다 친한 지인 한 명에게 ‘이 사람도 지금 술먹고 있다는데 같이 마시자’며 전화를 한다고 했다. 양 씨가 ‘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전화 해 볼게’라고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너는 왜 형이 하지 말라는 것만 하냐’며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앞서 클럽에서 괜히 얻어 맞았던 게 생각나서, 술도 먹었겠다 ‘더 때려봐’라고 했다. 그랬더니 셀 수도 없을 만큼 수십 차례 안면 가격을 당했다. 지인들에게도 SNS에서도 항상 ‘내 동생, 오른팔’이라고 하더니 어디까지 때리나 오기가 생겨 ‘더 때려보라’고 말했다.”
―얼마나 때리던가.
“체급 차이가 있는데, 그 분 힘을 이길 수는 없다. 양 씨는 복싱으로 전국체전 2등 출신이다. 몇 대 때리다가 바로 위로 올라타서 제압을 하고 얼굴을 가격했다. 이후 양주병을 들고 머리를 가격했다. 목을 누른 상태에서 제압을 하고 계속 때렸다.”
―말리는 사람은 없었나.
“그 업소 종업원 중 높은 사람이 ‘이러다 사람 죽겠다. 계산하고 나가라’고 했다. ‘너 밖으로 나와’라고 하고 양 씨가 계산을 한 뒤 밖에서 2차 폭행이 시작됐다. 그건 CCTV도 확보가 돼 있다. 밖에서 맞다 넘어지면서 팔이 빠졌다. 얼굴도 아팠지만 그땐 팔이 너무 아파서 소리를 계속 질렀다. 양 씨는 ‘쇼하지 말라’면서 얼굴을 발로 뻥 찼다. 그러더니 유유히 사라졌다. 나는 안와골절이 와서 앞도 안 보이고 손도 떨리니까 어찌하다가 112를 겨우 눌렀다. 지나가는 행인이 신고를 도와줘서 응급실로 가게 됐다. 경찰이 ‘누가 그랬는지 아냐’고 해서 ‘누가 그랬는지 알지만 오늘은 신고 접수를 안 하겠다. 내가 얘기를 나눠보고 추후에 신고를 하든가 하겠다’고 넘어갔다.”
―그때 왜 신고를 안 했나.
“몸과 마음에 상처가 심했지만 10년 된 형동생 사이로서 지금 이런 자리까지 오고 싶지가 않았다. 진심어린 사과를 원했고, 내가 눈 뜨면 양 씨가 병원에 와있을 거라 생각했다. 10년간 누구보다 많이 붙어 다녔는데 술도 깨고 정신도 차리면 당연히 사과하고, 용서를 빌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어떻게 됐나.
“눈을 떠보니 가족만 있었다. 양 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안 받더라. 그래서 양 씨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형 좀 바꿔달라’고 했더니 양 씨가 받았고 “여기 OO병원이다. 빨리 와서 사과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는 욕을 하면서 “신고해, 야 이 XX야”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형, 그냥 얼굴 보고 좋게 풀자’라고 했더니 답장은 ‘다친 거 치료 잘하고 병원비 청구해. 그리고 신고해. 너는 형동생 선을 넘었다’고 자신의 폭력을 합리화했다.”
―사과는 없었나.
“하루 이틀 정도 진심 어린 사과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치료 잘하라’, ‘병원비 청구하라’, ‘신고를 하라’는 등 계속 그런 말밖에 없었다. 그러다 오기가 생겼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나의 방관, 주변 사람의 방관이 이 사람을 이렇게까지 망쳐왔구나. 이 사람은 호되게 한번 당해봐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도가 나간 뒤 연락이 왔나.
“기사화가 되니까 그제서야 ‘오름아 이렇게까지 해야겠냐’는 식으로 얘길 했다. 나도 악에 많이 받쳐서 ‘거봐, 너는 지금 이 상황에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하잖아’라고 카톡을 보냈다. 그랬더니 돌아왔던 답장이 ‘니가 돌아선 상황에 형이 사과를 하는 것보다, 자기 입장에서는 자기 상황에 임하는 게 형으로서 해야 될 일인 것 같아서 사과를 안 했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인지도 모르겠다.”
―보도가 나가면서 크게 다친 사진도 봤을 텐데 별말 없었나.
“가장 걱정은 눈이다. 양 씨에게 ‘안과에서 이게 백내장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양 씨는 ‘너 그렇게 약한 놈 아니야, 형이 알아. 그렇게까지 될 일 없을거야’라고 했다. 이해가 참 가지 않았다.”
차 씨가 양호석 씨와 나눈 카톡 대화. 가해자라는 이름이 양호석 씨다.
“최근 양 씨가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 어이없는 게 경찰 측에서 양 씨가 ‘한 대도 맞지 않고 일방적으로 때린 것은 인정했지만 구타 와중에 내가 양주병을 들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자신이 정말 양주병으로 안 때렸다고 생각한다면 ‘안 때렸다’고 하면 그만이지 내가 양주병을 들었다는 이야기는 왜 하는지 모르겠다.”
―지인들이 많이 겹칠 것 같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참 착잡하고 속상한 일이긴 한데, 주변에서 대부분 ‘10년 동안 우리 형, 우리 형 그러면서 지내온 형인데 이렇게까지 해야겠냐.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몇몇만이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한다. 나는 내가 잃을 거 다 각오했기 때문에 신경 쓰진 않는다. 다만 최근에 지인들 사이에서 나와 가장 친한 양호석 씨의 지인 A 씨가 짜고서 양 씨를 매장하려는 계획이었다는 소문이 돈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양 씨 회사 직장 상사분께 직접 그렇게 들었다. 누군가를 매장하려고 때리지도 않는 주먹에 얻어맞을 수가 있나.”
―어찌됐건 폭력사건이 발생했다. 합의 여부도 중요할 것 같다.
“나한테 불리한 얘기지만 하겠다. 불과 며칠 전 같이 아는 지인이 연락이 와서 ‘너희 둘이 합의했으면 좋겠다’고 중재를 하려고 했다. 나는 ‘절대 합의 볼 생각 없으니 그럼 내 눈 앞에 5000만 원 갖고 와라. 그럼 내가 합의를 봐주겠다’면서 ‘그런데 양 씨는 절대 그렇게 못 가져 온다. 그럴만한 그릇도 안 되고 돈도 없는 사람이다. 전하려면 전하고 말려면 말아라’고 했다. 그랬더니 양호석 씨에게 연락이 왔다. 양 씨는 ‘지금까지 어떠한 입장도 얘기하지 않았고 가만히 있었다. 형도 많이 다쳤고 추락했다’고 했다. ‘5000만 원 얘기한 건 합의할 생각 없다는 거야. 못 준다는 거 아니까’라고 했다. 그랬더니 ‘5000만 원만 주면 합의한다는 거잖아. 처음부터 얘기 했으면 있는 거 다 줘서라도 했겠다. 형은 이제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형이 5000만 원 주면 형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라는 거냐? 좋게 잘 생각하길 바랄게. 부탁한다’고 답이 왔다.”
―양 씨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제 더는 바라는 게 없다. 정말 그 뻔뻔함과, 자기 합리화와, 인스타그램과 현실을 구분 못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더 이상 무엇을 바라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대한민국 법이 공정해서 그 사람이 모든 죗값을 다 받았으면 좋겠다. 그 사람이 두 번 다시 이쪽에서 다른 사람들 다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