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할 이재영. 이재영은 이번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 올스타전, 정규리그 MVP를 모두 쓸어담았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V리그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 한 달 이상이 훌쩍 지난 시점, 국가대표 일정이 다가오고 있다. 김호철 감독의 ‘이중 플레이’로 표류하고 있는 남자 대표팀과 달리 여자 대표팀은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대한민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은 지난 1월 세계적인 젊은 명장으로 꼽히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을 선임했다. 새로운 감독과 함께 대표팀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상최초 외국인 지도자 선임
대표팀은 지난해 부침을 겪었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아시안게임,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등 빡빡한 일정 속에서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돼 갔다. 체력이 떨어지며 부상 선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부진한 성적이 따라왔다. 아시아권 대회인 아시안게임에서도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세계선수권에서는 44년 만에 본선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부진했던 성적으로만 지탄을 받은 것이 아니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감독을 보좌하던 코치가 교체됐는데 이 과정에서 전임 코치의 성추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선수들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고, 큰 대회를 앞두고 있었기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차해원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했다.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맡은 외국인 지도자가 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연합뉴스
라바리니 감독은 세계무대에 내놔도 뒤쳐지지 않는 커리어를 갖고 있다. 국내 선수출신 감독들이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나이(1979년생)에 많은 것을 이뤘다. 이탈리아 청소년 대표팀, 이탈리아 리그 클럽 등 다수의 팀을 거쳤다. 2017년부터는 브라질 미나스 테니스 클럽 지휘봉을 잡고 리그와 컵대회 우승, 남미 클럽 챔피언십 우승 등을 차지했다. 이는 10대 시절부터 배구 지도자로 활동한 덕이다. 그는 선수생활을 하지 않고 곧바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이후 라바리니 감독은 지난 2월 처음으로 입국해 계약을 마무리 짓고 V리그 현장을 찾아 선수들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 한국 선수들을 충분히 알지 못한다”며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향후 팀 운영 방향에 대해 힌트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팀 운영 전략과 관련해 “공격적 배구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공격적인 서브를 주문했다. ‘공격수 4명이 모두 공격에 가담할 준비가 돼있는 배구’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라바리니 감독을 보좌할 강성형 수석코치가 밝힌 부분과도 궤를 같이 했다.
#돋보이는 신-구 조화
앞서 지난달 18일 배구협회는 2019 VNL을 대비해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고, 28일 진천선수촌에 선수들을 소집했다. 체력훈련을 위주로 진행하며 그간 휴식을 취했던 몸을 끌어 올리고 있다. 최근에서야 브라질 리그 일정을 마친 라바리니 감독은 이탈리아로 건너가 비자 발급 등 절차를 거쳐 오는 10일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간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단골손님’들이 대거 소집된 가운데 김세영과 정대영의 대표팀 복귀가 눈길을 끌었다. 1981년생 동갑내기 베테랑 센터인 이들은 2010년대 초반 차례로 대표팀에 더 이상 나서지 않고 있었다. 이후 출산을 위해 선수생활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공백이 무색하듯 여전히 V리그 대표 센터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2시즌간 통합 우승을 한 번씩 주고받은 바 있다. 오랜만에 복귀한 대표팀에서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대표팀 일정에서 ‘고교 3인방’으로 불리던 이주아(흥국생명), 박은진(KGC 인삼공사), 정지윤(현대건설)은 1년이 흐른 현재 모두 프로선수가 됐다. 지난 1년 사이 프로 무대에 데뷔, 각자의 소속팀에서 경험을 쌓았다. 고교시절부터 유망주로 불렸던 만큼 프로에서도 주목받는 신인으로 경쟁을 해왔다. 경험치를 쌓은 이들의 대표팀 활약 또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터키 리그에서 활약중인 김연경은 VNL 3주차부터 대표팀에 합류한다.
대표팀은 올해 또한 VNL,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대륙간 예선전), 아시아선수권 대회 등 많은 일정을 앞두고 있다. 이 중 대표팀이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대회는 오는 8월 초로 예정된 올림픽 예선전이다.
과거의 월드리그와 그랑프리가 통합된 VNL에서는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오는 19일 첫 경기가 시작되지만 지난달 선수 소집에서 대표팀 간판인 김연경(엑자시바시), 양효진(현대건설), 박정아(도로공사) 등은 빠졌다. 50일에 가까운 긴 호흡으로 치러지는 대회이기에 다양한 선수들이 나설 예정이다. 배구협회는 이번에 소집한 18명을 포함해 김연경 등이 포함된 25인 후보엔트리를 함께 발표했다. 김연경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속팀의 터키 리그 일정을 마치고 VNL 3주차부터 팀에 합류한다.
대표팀의 최종 목표는 2020 도쿄 올림픽 본선진출 티켓이다. 러시아, 캐나다, 멕시코와 맞붙는 대륙간 예선전에서 1위를 차지하면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대표팀은 이 대회에 정예 멤버를 파견할 예정이다. 러시아에 비해 객관적 전력에서 뒤쳐지지만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대륙간 예선전 결과는 이후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대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회 최초로 서울 개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배구협회는 대회 흥행을 위해 대표팀의 올림픽 조기 진출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대륙간 예선전의 실패가 올림픽 진출 실패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는 2020년 1월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이 남아 있다. 아시아 내의 경쟁이지만 우승팀 1팀에게만 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주어지기에 부담스러운 대회다. 라바리니 감독의 계약기간 또한 이 대회까지다. 배구협회는 아시아지역 올림픽 예선전을 마치면 결과를 토대로 평가한 후에 재계약을 논의할 방침을 갖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