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에 반대해 원·하청 공동집회를 하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은 조선 기자재 자회사인 현대힘스를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허큘리스홀딩스에, 현대중공업터보기계를 금융 컨소시엄 팍스톤매니지먼트에 각각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4월 26일 현대중공업은 현대힘스 우선주 2220만 주(75%)를 975억 원에 허큘리스홀딩스에 넘겼다. 보통주 25%는 현대중공업이 계속 보유한다.
현대힘스는 선박 기자재 및 부품공급 전문회사로 2008년 6월 설립됐다. 기자재 중 선박블록을 주로 제작,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에 납품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288억 원, 영업이익은 92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터보기계는 산업용 펌프 및 압축기, 스팀터빈 등 주로 대형 플랜트에 들어가는 기자재를 생산하는 회사로, 2016년 4월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721억 원, 영업이익은 69억 원을 거뒀다. 현대힘스와 현대중공업터보기계는 각각 1300억 원과 800억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현대중공업이 자회사 매각을 결정한 것은 우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대우조선 인수가 완료될 경우 현대중공업의 조선 기자재 자회사가 대우조선 협력사 일감까지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통한 협력업체와 동반성장을 위해 기자재 자회사 매각에 나섰다”며 “계열사를 통해 대우조선 물량까지 가져갈 것이라는 지역 협력업체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 자회사들이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 탓에 현대힘스와 현대중공업터보기계는 금융 컨소시엄에 매각돼 자회사가 아닌 협력업체로 전락한 것인데, 다른 협력업체들을 돕겠다며 멀쩡히 있던 자회사를 매각한 것”이라며 “직원들 입장에서는 허탈감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대우조선해양 본사. 박정훈 기자
한편에서는 현대힘스·현대중공업터보기계 매각이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의 3세 경영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당초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승계 발판은 현대힘스였지만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사 체제 과정에서 현대힘스의 알짜 사업부를 현대글로벌서비스로 넘겼다”며 “더 이상 현대힘스가 그룹 내에서 필요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대우조선 인수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 명목을 내세워 팔아버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터보기계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실제 벙커링(선박연료유 공급) 사업은 현대힘스에서 연매출 900억여 원을 올리던 알짜 사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사업재편을 통한 경영효율성 제고 목적으로 현대글로벌서비스에 24억 원에 양도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지난해 매출 4133억 원에 영업이익 76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3.5%와 27.7% 증가한 액수다. 호실적의 바탕에는 현대힘스에서 넘겨받은 벙커링 사업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 발표 이후 거제 등 경남지역 협력업체들의 불안감이 높아졌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현대힘스·현대중공업터보기계는 현대중공업 자회사로 있으면서 독립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로 경쟁력을 갖고 다양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회사의 매각이 경영승계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 유지보수와 기술 서비스, 선박 기자재 공급, 스마트선박 개발 등을 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벙커링 사업도 그 중 하나여서 양수한 것”이라며 “벙커링 사업이 매출이 크긴 하지만 이익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본계약 체결했지만’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는 첩첩산중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 8일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중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 6월에는 해외 경쟁국에도 기업결합신고서를 낼 예정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에는 아직 난관이 많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양사 노동조합의 반발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와 민주노총 등이 참여한 ‘재벌특혜 대우조선 매각 저지 전국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대책위는 “대우조선해양의 기업정보를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에 유출시키는 기업실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노동자·지역사회·조선업계 전문가들도 알지 못하는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현대중공업으로의 인수는 밀실야합, 재벌특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물적분할 소식이 전해지면서 반대하고 나섰다. 노조는 현재 현대중공업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법인분할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대우조선의 공공입찰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입찰이 제한되면 향후 대우조선의 방산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대우조선 인수로 방산 분야 경쟁력 향상을 노리던 현대중공업의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해외 경쟁국의 결합심사는 최대 난관이다. 신고서를 제출한 경쟁국 가운데 단 한 국가라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인수는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여러 난제에도 매각을 주도했던 산업은행은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인수는 현대중공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산업은행은 진행상황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