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 트레이너와 류현진. 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말 그대로 지옥과 천국을 오간 시간들이었다. 엄청난 책임감과 심적 괴로움이 뒤따랐던 것 같다.”
지난 4월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류현진이 2회 말 투구 도중 왼쪽 내전근 부위에 통증을 느끼고 스스로 교체 신호를 보낸 다음 마운드에서 내려왔을 때 그의 전담 트레이너인 김용일 전 LG 트레이닝 코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고 회상했다.
“선발투수가 보통 부상이 아니고선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책임감이 강한 류현진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부상이 뒤따른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류현진이 약간 타이트해지는 증상을 느끼고 혹시나 싶어 벤치에 사인을 보냈다고 하더라. 류현진과 함께 한 시즌을 보내기로 한 후 여러 가지 돌발 변수를 예상했지만 경기 중 자진 강판은 전혀 예상조차 못 했던 일이라 크게 놀랐다. 한동안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던 것 같다.”
김 전 코치는 자진 강판을 선택했던 류현진의 대처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사실 그 정도의 부상은 참고 던질 수도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참지 않고 바로 내려온 덕분에 류현진이 지금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좋은 공을 던진다고 본다. 좋은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여러 가지 요인에는 ‘욕심’이 존재한다. 그러나 현진이는 더 잘하려고 애쓰지 않고 루틴대로 훈련하면서 철저하게 몸 관리에 나선다. 가까이서 지켜보면 볼수록 현진이가 얼마나 영리하고 지능이 높은 선수인지 깨닫게 된다.”
4월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중 내전근에 통증을 느꼈던 류현진. 사진=연합뉴스
김 전 코치는 이번 류현진의 몸에 나타난 통증은 지난해 류현진을 괴롭혔던 내전근 부상과 부위는 물론 증상에도 차이가 있었다고 말한다.
“부상 부위가 완전 틀리다. 지난해에는 사타구니 안쪽이었다면 이번에는 사타구니와 무릎 사이의 근육 부분이었다. 현진이처럼 체격이 크고 하체 위주의 피칭을 하는 선수한테 나타날 수 있는 부상이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 11일 만에 다시 등판을 이어갔지만 돌이켜보면 그 10일간의 휴식이 현진이에게 더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훈련하면서 잘 쉬었고, 몸 상태를 다시 한 번 재점검하면서 구위를 가다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깨, 팔꿈치 수술의 이력을 갖고 류현진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재발 여부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수술 부위에 별다른 이상 증세가 나타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앞으로 두 경기 정도 더 던지고 나면 6일 간격의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그때 좀 더 쉬면서 몸을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현진이의 장점은 순리대로 풀어가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루틴을 지키고, 욕심부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역할을 해나가는 모습 때문에 다저스 구단 관계자들이 류현진을 더 믿고 신뢰하는 게 아닐까 싶다. 옆에서 볼 때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