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일요신문배 세계 어린이 바둑대회. 1200여 명의 어린이들이 참가해 바둑 실력을 겨루며 봄날의 바둑축제를 즐겼다. 박은숙 기자
[일요신문]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어린이날, 일요신문배 어린이 바둑대회가 열렸다. 올해는 특별히 ‘세계로 미래로’라는 슬로건처럼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이 참가해 눈길이 끌었다. 이처럼 국제화된 올해 대회에 1200여 명의 어린이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대회 참가 선수뿐만 아니라 부모와 형제자매 등 가족들까지 현장을 찾아 어린이날에 열린 바둑 축제를 즐겼다. 미래의 이세돌, 박정환을 볼 수 있었던 일요신문배 세계 어린이 바둑대회 현장 속으로 들어가 봤다.
5일 오전 10시 서울 올림픽공원 내 SK 핸드볼경기장에서 ‘제8회 일요신문배 세계 어린이 바둑대회’가 개최됐다. 이번 대회는 일요신문사와 아시아바둑연맹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대한바둑협회, 한국초등바둑연맹이 주관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 케이토토, 교원이 후원했다.
이날 대회에는 신상철 일요신문사 대표이사(아시아바둑연맹 회장), 정봉수 대한바둑협회 부회장, 강준열 대한바둑협회 부회장, 김삼배 한국초등바둑연맹 회장, 김원양 일요신문 편집이사 등이 참석했다. 대회의 세계화를 맞아 반타니 나 아마온 티(Vanthanee Namasonthi), 탱 추안 탄(Tan Teng Chuan) 아시아바둑연맹 부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대회심판위원장으로는 프로기사 유재성 사범, 심판위원으로는 이민진, 김혜민, 박지연, 임병만, 김병모, 박재일 사범이 나섰다.
대회를 주최한 일요신문사의 신상철 대표이사가 개회사를 했다. 박은숙 기자
대회를 주최한 일요신문사의 신상철 대표이사는 개회사에서 “올해 8회를 맞이한 일요신문배 바둑대회는 국내 최대규모 어린이 바둑대회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세계로 미래로’라는 슬로건으로 아시아 각국 선수들을 초대했다. 어린이들이 바둑을 사랑하는 마음은 하나일 테니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반상 위에서 우정의 꽃을 피우길 소망한다. 또한 이번 대회 슬로건처럼 우리 어린이들 모두가 세계로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축사를 맡은 정봉수 부회장은 “바둑은 창의력과 상상력, 호기심을 키워줄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다. 이 자리에 있는 어린이들이 10년 뒤, 20년 뒤 대한민국의 인재가 되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본격적인 대국 시작에 앞서 참가 어린이들은 긴장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바둑 실력을 연마했다는 김영진 군은 연신 바둑돌을 어루만지며 “질 것 같아서 떨린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김 군의 어머니 김윤주 씨는 “경험을 해본다는 차원에서 나왔지만 1승이라도 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나란히 대회에 참가한 남매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빠 조재완 군과 함께 대회에 나선 조유안 양은 “6개월 전부터 오빠를 따라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 오빠와 나 모두 16급이고 첫 대회다. 샛별부는 상금이 없지만 8강에 나가면 아빠가 따로 상금을 준다고 했다. 그래서 좀 떨린다”고 전했다.
프로기사라는 큰 포부를 밝히는 어린이도 있었다. 8살부터 바둑을 두기 시작해 3년간 실력을 갈고 닦은 유현선 군은 “오늘 목표는 1등이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매일 5판씩 대국을 했다”면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인상 깊게 봤다. 롤모델인 이세돌 9단처럼 되고 싶다”고 말했다.
치열한 대국이 진행된 오전 일정이 끝나고 어린이들은 함께 대회장을 찾은 부모님, 지도자와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경기장 주변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도시락을 먹으며 화창한 봄 날씨를 만끽했다. 바둑 대회와 함께 봄 소풍도 즐기는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대회는 본 경기 외에도 페이스페인팅, 부모님과 어린이 참가자가 팀을 이뤄 ‘페어 바둑’을 두는 ‘환상의 짝궁’, 프로기사 1명과 다수의 어린이가 대국을 펼치는 지도 다면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대회 티셔츠, 교양 도서, 과자음료세트 등 기념품이 전달됐다. 행운권 추첨으로 100명의 참가자가 선물을 받아가기도 했다.
개회식 이후 곧 어린이들의 대국이 시작됐다. 박은숙 기자
점심식사를 마친 오후부터는 각 부문 수상자들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회의 막내 우승자는 새싹부 1학년 김동현 군과 샛별부 1학년 고현석 군이었다. 지난해 6월부터 혼자서 책을 보며 바둑공부를 했다는 김 군은 “바둑선수가 되고 싶다”며 당당히 꿈을 밝혔다. 고 군은 “지난 밤에 1등 하는 꿈을 꿔서 느낌이 좋았다”며 “위험한 순간도 있었는데 상대가 실수를 해서 이길 수 있었다. 할아버지와의 연습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샛별부 2학년 우승자 이윤결 군의 우상은 박정환 9단이다. 이 군은 “6살 때부터 학원에 다녔는데 재미있어서 꾸준히 하는 중”이라며 “오늘 다섯 번째 판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 이겼다”고 설명했다.
샛별부 3학년 우승자 최건 군은 8강전에서 역전극을 만들어내며 1위에 등극했다. 최 군은 “8강에서 대마를 잡혀 질 뻔했다”며 “끝까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새싹부 5~6학년 우승자 추금광 군은 “10위 이내에 드는 것이 목표였는데 우승까지 하게 됐다. 오늘이 처음 참가한 대회인데 얼떨떨하면서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설 3년차를 맞은 여학생부에서는 1~3학년에 이채린 양, 4~6학년에 홍서진 양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강원도 영월에서 대회 참가를 위해 올라온 이 양은 도 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실력자였다. “늘 초반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항상 어떻게 역전할지 생각하면서 대국을 치른다”며 자신의 스타일을 밝혔다. 홍 양은 “우승해서 기분이 좋다. 다음 대회에도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급부 1~3학년 우승자는 김민찬 군이었다. 김 군은 지난해 샛별부에서 우승을 경험해 2년 연속 우승자 타이틀을 달게 됐다. 그는 “처음부터 우승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중급부 4~6학년 우승자 권도영 군은 “천안에서 왔는데 올라오면서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면서 “우승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튼튼하게 두기보다 집으로 승부해서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선 가족이 함께 대회에 나서 흥미를 돋우기도 했다. 재미로 참가한 대회에서 우승을 해 얼떨떨하다는 샛별부 5~6학년부 우승자 유준서 군은 “사실 수학 선생님이 꿈”이라면서 샛별부 1학년에 나선 동생 민서 군의 존재를 밝혔다. 민서 군은 이날 3위를 차지했다.
고급부 4강전에서는 오빠와 동생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동생 이윤 양이 오빠 이진 군에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해 준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 양은 “오빠와 결승에서 만나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들의 부모님은 “오빠는 바둑을 6년 했고 동생은 3년 했다. 오빠가 져줬을 것”이라며 웃었다.
오후 늦은 시간으로 접어들며 기력이 높은 유단자부, 최강자부에서도 우승자가 가려졌다. 유단자부 우승자 성원초 6학년 김요한 군은 “오늘 둔 8판 중이 다섯 번째 판에서 상대방이 실수를 했다. 덕분에 우승을 할 수 있었다”면서 “방과 후 학원에서 하루에 5시간 정도 바둑 공부를 한다. 프로기사를 목표로 매일 기보를 외운다. 가장 존경하는 기사는 최원용 전 사범님이다”라고 말했다.
유단자부 준우승자 최서비 양은 지난해에도 여학생부에 출전한 이력이 있는 대회 경험자다. 최 양은 “작년엔 상을 못탔는데 1년 만에 실력이 많이 올라온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대회 최고 기력을 자랑하는 최강부 우승자는 서준우 군이었다. 서 군은 “지난해 대회에서는 8강에서 탈락해서 아쉬웠다. 그 이후로 연습방법을 따로 바꾸지는 않았지만 오전에 학교수업만 듣고 오후에는 계속 바둑 공부를 했다”며 “결승전 초반에 바둑 포석이 유리하다고 생각했고, 중반에 상대의 실수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적을 잘 내는 바둑기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최강부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해 준우승을 차지한 손믿음 군은 “결승전에서 불계로 졌다. 실력 차이도 있었지만 실수가 있어 조금 아쉽다. 그래도 지난해 유단자부 본선 첫 경기에서 패배해 1년을 기다렸는데, 이번엔 결승까지 올라 만족스럽다”며 “매일 도장에 가 8시간씩 교육을 받고 바둑을 둔다. 롤모델인 신진서 9단 같은 프로 기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전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
김명선 비즈한국 기자 line23@bizhankook.com
차형조 비즈한국 기자 cha6919@bizhankook.com
‘수담은 역시 만국공통’ 신설된 아시아어린이부에선…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일요신문배 어린이바둑대회는 올해부터 아시아바둑연맹과 손잡고 해외 바둑 유망주들을 초청해 더욱 풍성한 대회를 치렀다. 아시아어린이부에는 태국, 브루나이,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호주, 프랑스 등 8개국 어린이 14명이 출전했다. 프랑스에서 온 주희 레비(Juhee Levy) 양은 7살로 최연소 참가했다. 프로기사와 아시아 8개국 바둑 유망주 어린이들의 다면기 대결. 박은숙 기자 대회 시작에 앞서 대만에서 온 황유텅 군은 “매일매일 바둑을 10시간씩 연습했다. 선생님과 8시간, 혼자서 2시간을 한다”며 “6년 전부터 바둑을 두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당연히 우승이다. 프로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말도 생김새도 다르지만 바둑을 대하는 태도는 모두 진지했다. 행사장에서 뛰놀던 아시아 어린이들은 대국이 시작되자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대국에 임했다. 한국바둑협회 소속 프로기사와 다면기 대국을 벌이기도 했다. 아시아어린이부 우승은 황유텅(대만), 준우승은 와란팟 보르나발라이(태국), 공동 3위는 푸린치 람스리찬(태국)과 차이야난트 치라시리(태국)가 각각 차지했다. 하루 10시간 연습에 힘입어 우승을 거머쥔 황유텅 군은 “저우쥔신 9단을 포함해 4명의 선생님께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바둑을 배운다. 이후에도 인터넷으로 어떤 수를 잘못 뒀는지 복기하고, 사활문제를 풀며 공부한다”며 “선생님이 우승을 하면 선물을 준다고 했는데 뭘까 기대된다”고 전했다. 준우승을 차지한 태국 출신 와란팟 보르나발라이는 “5세에 바둑을 시작해 지금은 2단이다. 가장 좋아하는 기사는 박정환 사범님이다. 블랙핑크와 한국음식을 좋아한다. 이번 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을 했지만 바둑을 즐겁게 두고 좋은 국제 경험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형조 비즈한국 기자 |
수상자 명단 △아시아 어린이부 우승 황유텅 (대만), 준우승 와란팟 보르나발라이 (태국), 공동 3위 푸린치 람스리찬 (태국) 차이야난트 치라시리 (태국) △최강부 우승 서준우 (전주효자초), 준우승 손믿음 (해밀초), 공동 3위 김대의 (백송초), 이주원 (성서초) △유단자부 우승 김요한 (성원초), 준우승 최서비 (서이초) 공동 3위 김도형 (용연초), 이은학 (작전초) △고급부 우승 김종훈 (어은초), 준우승 이윤 (키바), 공동 3위 최예원 (신기초), 이진 (키바) △중급부 1-3학년 우승 김민찬 (초당초), 준우승 전준영 (포항제철초), 공동 3위 오경민 (천안서초), 이지훈 (연제초) 4-6학년 우승 권도영 (천안불무초), 준우승 양정윤 (자양초), 공동 3위 김채연 (서산 석림초, 이정준 (시흥 능곡초) △여학생부 1-3학년 우승 이채린 (영월초), 준우승 유세율 (양성초), 공동 3위 이효민 (미양초), 옥다경 (잠일초) 4-6학년 우승 홍서진 (송현초), 준우승 허서현 (천안 수곡초), 공동 3위 나다혜 (어룡초), 박순주 (지도초) △샛별부 1학년 우승 고현석 (귀인초), 준우승 이현승 (천옥초), 공동 3위 장예성 (수리초), 유민서 (잠산초) 2학년 우승 이윤결 (눌빛초), 준우승 이현경 (화동초), 공동 3위 이효준 (원천초), 유태현 (잠신초) 3학년 우승 최건 (회덕초), 준우승 임준서 (어룡초), 공동 3위 주연준 (송현초), 김기원 (세검정초) 4학년 우승 송하람 (송현초), 준우승 오서준 (잠실초), 공동 3위 김민성 (덕성초), 조승헌 (공진초) 5-6학년 우승 유준서 (잠신초), 준우승 장우진 (등현초), 공동 3위 김성윤 (동암초), 이성범 (현화초) △새싹부 1학년 우승 김동현 (군포 신기초), 준우승 전우성 (정선초), 공동 3위 장우채 (학동초), 배민준 (정선초) 2학년 우승 김진서 (관양초), 준우승 이건우 (민백초), 공동 3위 원요빈 (우장초), 오진호 (개웅초) 3학년 우승 윤규민 (동암초), 준우승 김결 (오금초), 공동 3위 이은혁 (불곡초), 정시환 (발산초) 4학년 우승 윤호정 (동암초), 준우승 이세민 (용인 고기초), 공동 3위 이민규 (동암초), 서동건 (당서초) 5-6학년 우승 추금광 (성남초), 준우승 김건민 (방산초), 공동 3위 김지형 (신천초), 이슬비 (청옥초) △일반부 우승 이재헌 (서이초), 준우승 이우진(도농초), 공동 3위 전민성 (우이초), 김지호 (광주 신암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