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공사 혁신결의 보고대회에서 박윤희 사장이 좌석에 앉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박 사장이 이날 직접 보고를 하지 않았고, 또한 결의문 역시 함께 낭독하지 않아 마치 직원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대목이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지난 3월 15일 오전 10시 양평공사 강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양평공사 경영혁신 연구용역 최종보고회가 양평공사 노조의 저지로 장소를 옮겨 양평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노조원 50여명은 “군수님의 눈과 귀를 막는 정책실장은 물러나라” “양평공사 적폐보다 공무원 적폐 청산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한국미래산업연구원의 최종용역보고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것.
그로부터 1달 보름여가 지난 5월 3일 양평공사 노사는 본사 대강당에서 혁신결의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정권이 바뀌고 민선7기 들어 나온 공사의 첫 번째 혁신계획안인만큼 그 기대가 남달랐다. 박윤희 사장은 취임 후 줄곧 ‘100일 후 혁신대회’를 개최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혁신보고안 발표와 결의문 낭독 순으로 진행된 이날 보고대회는 정동균 양평군수와 유필선 여주시의회 의장, 이영주, 이종인 이영주 경기도의원, 백종덕 민주당 위원장, 유상진 정의당 위원장, 최형근 세미원 대표이사, 백승배 친환경 농업인회장 등 농업인단체, 경실련 등 시민단체, 주민, 공사 직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보고회에 앞서 공사 박윤희 사장은 “우리 양평공사에는 돈 몇 십억이 소리 없이 사라져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며 그 원인을 모른다”면서 “온갖 비리, 부패의 주범으로 양평의 공공의 적, 악의 근원이 되어 버렸다”고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박 사장은 이어 “오늘 이 자리가 무슨 대단하고 거창한 계획이나, 비전을 내놓은 자리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우리 양평공사가 어떤 비전을 내세울만한 그런 처지도 아니다”면서, “다만 공사의 현실을 군민 여러분께 가감 없이 말씀드리고, 어떻게든 공사를 살려보고자 하는 우리 양평공사 200여 직원들의 혁신결의를 발표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이어 정동균 군수는 “민선 7기 취임 후 10개월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양평공사에 무 자르듯 칼을 대기가 어렵다. 바닥을 봐야하는데 끝이 없다. 군수 취임 후 아직도 현황을 다 파악하지 못했다. 요즘에 와서 보이고 있다. 정말 우려와 걱정이 크다.”면서 “양평군은 양평공사의 감독자로서, 동반자로서 함께 할 것이다. 군민의 지혜를 모아서 양평공사와 양평군이 함께 혁신결의 보고대회를 통해서 거듭 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최영보 양평공사 노조위원장은 결의문 낭독에 앞서 “앞으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 양평군과 양평군의회, 범군민대책위에서 해산결정을 내린다면 200여 직원들의 생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딸린 식구들, 양평공사와 연관된 1300여명의 생산자들과 그 식구들, 우리 아이들의 급식 등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생길 것”이라면서,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저희 양평공사에 기회를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박윤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10여년간 경영손실 503억원… 자기자본잠식비율 73% “해산 위기”
“200억 출자하면 재기 발판 마련할 수 있어”… 결국 출자 요구(?)
이날 보고회에서 발표된 혁신안은 크게 △양평공사 적폐보고 등 경영 총론에 대한 혁신보고와 △각 사업별 혁신보고로 나뉜다.
먼저 재무회계팀은 양평공사 적폐보고 발표를 통해, 10여년간 인사비리, 채용비리, 납품비리, 분식회계에 이어 경영손실이 503억원에 달하는 양평공사의 적폐는 역대 사장만의 문제가 아니며, 또한 직원감축과 급여동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결국 양평공사 경영상 위기는 양평공사만의 책임이 아닌 양평군과 연대책임이라는 한국미래산업연구원의 최종용역보고안과 궤를 같이 한다.
공사는 또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법 시행령 개정(2016. 3. 29)에 따라 2회계연도 연속 자본잠식율이 50% 이상인 지방공기업은 행안부장관이 해산을 요구할 수 있다며 공사가 해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했다. 양평공사의 2016년 자본잠식률은 55.2%, 2017년은 51.7%, 2018년은 73.4%이며 2019년은 73.4% 이상 될 것으로 내다 봤다.
그러면서 재기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200억원(현금 50억, 현물150억)의 출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200억원이 출자되면 자본잠식률이 43.7%로 행안부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것.
양평공사의 진로를 양평군과 양평군의회, 범군민대책위 등 3자협의회의 논의에 따른 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공사는 또 2018년 당기순이익(손실)이 자산재평가액 30억4,800만원 포함 총 -63억5,500만원이라면서, 2019년도 목표를 당기순이익 무손실 0원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각 사업별 경영지표 혁신계획으로 경영기획팀은 인건비 절감(성과급 및 수당 3억1천만원), 재무회계팀은 경상경비 위탁수수료 절감(9천1백만원)과 입찰원칙 준수(2억원 이상 절감), 학교급식팀은 관내물류직영화(1억1천만원)와 친환경감자 수매가 조정(3천2백만원 절감) 등을 내세웠고, RPC팀은 인증미 공급사업 매출이익 확대(3억3천만원 매출 이익), 공공환경시설은 대행사업수수료(8억원) 등으로 총 30억3천5백만원 손실 감축으로 손실 없는 원년을 기록하겠다는 복안을 내세웠다.
이밖에 경영기획팀은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 △사업성과 위한 독립채산제 △재무구조 건전성 확보 △전략 재정립 △규정, 제도의 신속한 개선을 혁신안으로 내세웠다.
재무회계팀은 2019년 흑자전환 기틀을 마련하여 5년동안 64억1600만원의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했다.
또 장기부채 연도별 상환계획으로 2019년 6억2400만원은 현금 유동성으로 상환하고, 2020년에는 김포와 파주 가평 토지를 매각하여 48억2400만원을 상환하는 등 2027년까지 총 177억7200만원을 상환하겠다고도 했다.
친환경사업본부는 유통사업의 민간이양시 농가반발 심화가 예상된다며, 공익을 추구하는 유통사업의 지속수행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사회적책임경영본부는 체육 휴양시설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으로 완전대행사업을 통한 양평군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공공환경시설본부는 하수도 업무 전문성을 제고하여 대군민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양평공사 직원이 혁신결의안 발표를 하고 있다.
그동안 행감 답변이나 사과문 내용과 흡사… 주민들 회생대책 반신반의
사안의 중요성 감안 팀장들이 아닌 사장이 직접 발표했어야..
한편, 이날 발표한 혁신결의안 내용이 지난 10여년간 해왔던 행감 답변 내용이나 사과문의 재탕 삼탕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날 혁신결의안 발표를 팀장이 아닌 사장이 직접 발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직원들에게만 떠 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양평공사는 지난 10여년간 행감이나 대 군민 사과문 등에서 수차례 자구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2012년 양평공사는 사장 대신 팀장이 발표한 사과문의 자구방안에서, “공사경영정상화 방안 제시와 함께, 2012년 행안부 경영평가 성과급 200%(1억 5천만원)를 전액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사회생을 위한 자체 TF팀을 구성하여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사업사전심사제를 도입하여 불요불급한 지출성 예산을 모두 줄이겠다”고 했다.
또 “2011년 차입한 10억원부터 상환을 시작하여 2017년까지 모든 차입금을 상환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믿어 달라”고 했다.
이처럼 당시 발표된 내용과 그동안 수차례 행감 등에서 답변한 내용들이 이날 발표한 혁신결의안과 결과적으로 흡사한 내용들이 많아 일각에서는 양평공사의 회생대책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보고대회에 참석한 한 언론사 기자는 “양평공사는 그동안 문제가 터질 때 마다 쇄신방안을 내놓고 재발방지를 다짐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유야무야로 끝나곤 했다”면서, “군민들은 이날 발표된 혁신결의안이 단순히 구호에만 그치면서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5일 임명된 양평공사 박윤희 사장은 성남시의원(민주당 비례대표) 출신으로 양평공사 사장 공모 최종 후보 3명에 선정됐고, 정동균 군수에 의해 최종 낙점되면서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양평군의회 전진선 의원은 지난 1월 29일 5분 자유발언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군민들과 공직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행정을 펼쳐줄 것”을 정동균 군수에게 촉구하면서, 양평공사 사장 임명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박윤희 사장은 지난 3월 29일 개최된 양평군의회 2018년도 행정사무감사 조치결과 보고의 자리에서도 의원들로부터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양평공사의 이번 혁신결의안 발표가 박윤희 사장 체제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사말을 하는 정동균 군수.
이날 양평공사 직원들이 발표한 혁신결의문은 다음과 같다.
양평공사 200여 직원은 지난 10여 년간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되풀이하지 않고 공정하고 공평한 양평공사를 만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경영진이나 외부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요구에 대해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법과 규정, 원칙에 따라 공사업무에 임한다.
하나. 우리는 양평공사의 이익이 양평군과 양평군민의 이익이라는 원칙하에 뼈를 깎는 경영혁신과 비용절감으로 2019년을 반드시 적자 없는 해로 만들 것을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양평군청, 양평군의회, 범군민대책위의 양평공사 적폐청산에 적극 협력한다.
하나. 우리는 양평통보 사용 등 양평지역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설 것 이며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하여 반드시 양평군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양평공사로 다시 태어난다.
양평공사 직원 일동
2012년 11월 13일 대 군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양평공사 직원들. 이들은 당시에도 대 군민 사과문과 함께 자구방안을 내놓았으나 유야무야 됐다.
양평공사의 총 부실액이 503억원이라는 적폐보고서.
지방공기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양평공사가 해산 위기에 처해 있다는 보고서 내용.
해산위기를 벗어나 재기의 기회를 위해서는 총 200억원의 출자가 필요하다는 혁신결의안 내용.
정동균 군수와 박윤희 양평공사 사장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박윤희 사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는 정동균 군수. 사진 왼쪽으로 이종인 도의원과 유필선 여주시의회 의장이 앉아 있다.
박윤희 사장이 직원들의 혁신결의안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박 사장 옆으로 백종덕 민주당 위원장과 이광우 특수협 공동위원장이 앉아 있다.
최영보 양평공사 노조위원장이 결의문 낭독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결의문 낭독 후 사죄의 큰 절을 하는 팀장급 직원들.
양평공사 적폐보고서를 발표하는 재무회계팀 대리.
양평공사의 혁신 조직개편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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