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7일 소집 첫 훈련. 선수들은 한 달만의 재회에 웃음 꽃을 피웠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4년에 한 번 열리는 2019 프랑스 여자월드컵 개막(6월 7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회에 나설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은 정확히 개막 1개월을 앞둔 지난 7일 소집, 담금질에 들어갔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월 7일부터 개최국 프랑스를 비롯해 나이지리아, 노르웨이를 차례로 상대한다. 역대 세번째로 월드컵에 도전하는 대표팀은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까.
#월드컵 본선 D-1개월
7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된 여민지, 전가을, 장슬기 등 주요 선수들은 큰 대회를 앞두고 밝은 표정이었다. 지난 4월 아이슬란드와의 친선경기를 위해 한차례 모였던 이들은 1개월만의 재회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서로를 반갑게 맞았다.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민아와 지소연, 조소현 등은 오는 11일과 14일 합류할 예정이다.
대회를 앞둔 여느 팀들이 그렇듯 대표팀은 체력 훈련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인터뷰에 나선 윤덕여 감독도 “체력적인 부분을 가장 우선시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훈련을 예고했다. “체격이 큰 선수들을 상대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의 예고대로 이어진 훈련에선 전술적인 면을 다듬기보다 체력에 중점을 둔 훈련이 진행됐다. 선수들은 웃으며 담소를 나누는 등 몸을 푸는 과정에선 가볍게 임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자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진지한 자세로 1개월 남은 월드컵을 준비했다.
파주 NFC에서 봄볕 아래 훈련에 열중하는 선수들.
하지만 대표팀은 소집되기 전부터 악재를 맞았다.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들이 연이어 부상으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이례적인 부상 행렬이 이어지며 대표팀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윤 감독은 “굉장히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는 말로 상황을 전했다.
가장 먼저 비보를 전한 주인공은 윤영글이다. 1987년생(만 31세)인 그는 지난해에서야 대표팀 1번 골키퍼로 올라섰다. A 매치 경력은 많지 않았지만 월드컵 예선 격으로 열린 여자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이 본선 티켓을 따내는 데 큰 공을 세우며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윤영글 체제는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올해 초 입은 부상으로 수술을 해야 했고, 월드컵에도 참가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윤덕여 감독은 베테랑 김정미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는 윤영글이 주전으로 자리를 잡으며 대표팀에서 물러나 있었다. 지난 2월 1년여 만에 대표팀으로 복귀, 후배들과 주전 경쟁을 펼쳤다.
김정미와 함께 경기를 번갈아 나서던 강가애에게도 부상이 엄습했다. 지난달 소속팀 경기에서 허벅지 부상을 입은 그는 근육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1개월 앞으로 닥친 월드컵 참가 여부를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윤덕여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그를 소집해 회복 추이를 살피고 있다.
14년간 대표로 활약, 대표팀이 소화한 모든 월드컵 경기에 나서며 센추리 클럽에도 가입한 김정미다. 하지만 그 또한 부상의 마수를 피해가지 못했다. 소집 직전 팀 훈련에서 아킬레스건을 다치며 월드컵 참가가 불가능해졌다. 골키퍼만 3명이 연이어 부상을 당한 것이다.
골키퍼 4인(강가애, 김정미, 전하늘, 정보람)을 불러 점검·훈련을 계획했던 윤 감독의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그러자 대한축구협회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미 제출한 월드컵 예비엔트리와 관련해 FIFA에 문의한 끝에 서둘러 김민정을 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 김민정은 동료들보다 하루 늦은 8일 오후 대표팀에 합류했다.
지소연은 만 28세의 이른 나이에 이미 A매치 115경기 출장을 기록중이다. 지소연 이후 ‘에이스 계보’를 이을 선수는 누가 될까. 사진=대한축구협회
골키퍼 부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과 함께 이번 대표팀 명단을 놓고 ‘대한민국 여자축구가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 선수풀이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대표팀 명단에는 지난 2015 여자 월드컵에 나섰던 주요 선수들이 대거 그대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번 28인의 훈련 명단과 지난 대회 23인 최종 명단을 비교하면 12명이 중복된다. 이는 골키퍼 연쇄 부상으로 줄어든 수치다.
선수들의 연령대 또한 다양하지 못하다. 조소현, 전가을, 이은미 등 1988년을 전후로 태어난 세대와 2010 U-20 월드컵 3위(지소연, 정설빈, 이민아, 임선주), 2010 U-17 월드컵 우승(여민지, 이금민, 이소담) 멤버들이 그룹을 형성하듯 수년째 대표팀을 이끌어 오고 있다. 이번 명단에서 1995년 이후 태어난 선수는 28명 중 단 3명이다. 이들의 A매치 기록은 합계 23경기, 이마저도 손화연만 20경기에 나섰다.
역대 여자 A 매치 최다출전 기록을 보유한 상위 10명 중 7명이 이번 대회에도 나설 예정이다. 부상이 아니었다면 김정미(A 매치 116경기)까지 8명이 됐을 상황이다.
이에 2012년 12월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윤덕여 감독을 향한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6년이 넘는 기간, 2번의 월드컵을 치르며 세대교체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를 변호하는 목소리 역시 존재한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대표팀 감독으로선 현재 있는 자원에서 최대의 전력을 도출하기 위한 선수 선발을 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여자축구 인프라가 워낙 열악하다. 새로운 황금세대가 나타나기 어려운 현실이다. 2010년대에만 WK리그 2개 팀이 해체됐다. 윤덕여 감독으로서는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다만 지금 세대의 선수들이 물러날 미래가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태극낭자들이 상대할 월드컵 조별리그 3팀의 전력은? 어렵게 훈련을 시작한 대표팀은 이번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에서 프랑스, 나이지리아, 노르웨이를 만난다. 절대 쉽지 않은 조편성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특히 개최국 프랑스를 만난 것은 조별리그 이후 높은 곳을 바라보는 대표팀에게 악재다. 지난 2015년 대회 당시 대표팀은 사상 최초로 16강에 올랐지만 프랑스를 만나 0-3 패배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개최국 프랑스는 홈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에선 프랑스 소속 클럽팀들이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는 점도 이들을 경계해야 할 이유다. 2010년대 들어 열린 대회 중 단 1회를 제외하면 모두 프랑스 클럽(올림피크 리옹, 파리 생제르망)이 결승전에 올랐다. 노르웨이는 프랑스보다는 피파랭킹(12위)은 낮지만 무시 못 할 유럽의 강호로 꼽히는 국가다. 지난 일곱 번의 월드컵 본선에 모두 출전했고, 1995년 대회에선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대표팀이 그나마 해볼 만한 상대로 꼽히는 국가는 나이지리아다. 피파랭킹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14위 대한민국보다 순위(38위)가 낮다. 아프리카 지역예선을 뚫고 항상 대회에는 나섰지만 지난 2015년 대회 16강에 올랐던 한국과 달리 이들은 조별리그를 통과한 경험이 없다. 김상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