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일요신문’은 과거 윤지오 씨의 수사기록, 윤 씨의 법원 증인신문조서, 윤 씨와 장 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 씨의 피고인 신문조서, 장자연 문건을 최초 보도한 김대오 기자의 증인신문조서 등을 검토해 봤다. 사건 발생 후 만 10년이나 지난 지금 윤 씨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기억에 한계가 있고,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 장자연 씨와 윤지오 씨가 함께 골프를 치러 가던 날 찍은 사진. 사진=윤지오 인스타그램
장자연 씨는 2009년 3월 7일 사망했다. 장 씨가 친필로 남긴 문서 중 현재까지 남아 있고, 재판 증거기록 등으로 사용된 것은 같은 달 13일 KBS 취재진이 유장호 씨의 사무실 쓰레기통에서 입수한 4장이 전부다. 이 문건 내용에는 생전의 장 씨가 친필로 적었다는 접대 리스트는 남아 있지 않다.
윤지오 씨는 현재 남아 있는 문서 4장 외에도 접대 리스트를 담은 편지 형태의 3장이 더 존재하고, 이를 직접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 당시 시점으로 시간을 돌려 보면 장 씨가 사망한지 8일 후(2009년 3월 15일) 윤 씨는 경찰 진술에서 “유족을 만난 날 복사본도 보고 원본도 보았다. (리스트는) 문서 형식의 글 4장에는 없고. 편지 형식의 3장에 있다.”고 밝혔다.
2010년 6월 25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공판에 윤 씨는 증인으로 출석했다. 공판 조서에 따르면 윤 씨는 리스트 내용과 관련해 “(장 씨가 당한) 피해사실이 적혀 있는 것도 있고, 성함과 성상납 강요를 받았다고 기재돼 있는 것도 있다. 어떤 장에는 성함만 기재되어 있으면서 어떠한 언론사에 누구, 어디 무슨 사의 누구라는 식으로 기재된 것도 있고, 한 페이지에는 이름만 쭉 나열돼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윤지오 씨의 주장은 장 씨와 윤 씨의 전 매니저였던 유장호 씨의 진술과도 모순되지 않는다. 유 씨는 생전 장 씨의 문건 작성을 도왔고, 윤 씨에게 이후 문건 전체를 보여준 인물이다.
유 씨는 장 씨의 사망 직후 분당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윤지오 씨의 주장과 동일하게 7장이라고 진술했다. 또한 유 씨가 장 씨 사망 직후 윤 씨에게 “내가 그리고 자연이 이거 경찰서 넘길 때도, 목록(리스트)이랑 그런 건 넘길 생각이 없었어”라며 리스트의 존재를 직접 확인한 통화기록도 있다.
2010년 6월 25일 융지오 씨 증인신문조서.
윤지오 씨와 유장호 씨, 그리고 장 씨 유족은 사건 직후 조사에서 장 씨 사망 닷새 후 장 씨가 쓴 문건들을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봉은사에 동석했고, 유 씨가 유족들 보는 앞에서 문건들을 태웠다는 일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장 씨 오빠는 사건 직후 진술에서 “2009년 3월 12일 11시 경 유장호 씨가 저에게 전화로 문서를 봉은사에 묻어 놓았으니 봉은사에서 만나자고 했다. 봉은사로 찾아갔더니 유 씨가 저희들을 주차장 공터로 안내했고, 유 씨의 지시를 받은 경호원이 땅을 파더니 땅속에서 봉투가 나왔고, 유장호가 봉투 속에 든 문서를 건네 주었다. 이후 유 씨가 그 문건을 태웠다.“고 주장했다.
이후 유장호 씨는 리스트를 제외한 장자연 문서를 공개하면서 장 씨 소속사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유 씨는 법원에서 모욕죄가 인정돼 2011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 받았다.
주목할 점은 유 씨가 이 재판과 관련해 2010년 10월 법원에 제출한 변론요지서 내용이다. 유 씨는 변론요지서에서 장자연 씨가 사망하기 직전 자신이 쓴 편지(A4 용지 3장)를 줬고, 편지와 문서로 작성한 내용은 다 사실이고 (유 씨에게) 법률적으로 잘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문서는 장 씨가 주민등록번호와 지장을 찍은 4장의 문서이고, 편지는 리스트를 말한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윤지오 씨의 증언이 오락가락하면서 ‘신빙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신빙성 논란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과거에 위증을 해 유가족에게 피해를 줬다는 지적이다.
윤 씨는 검찰에서는 회사 대표의 협박에 못 이겨 술자리에 나갔다고 진술했지만 2010년 6월 25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법정에서는 아무런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이 진술로 인해 장 씨 유가족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왔다.
유장호 씨 증인신문조서
다른 하나는 윤 씨가 장 씨와 친분이 없음에도 책을 출판하고 후원펀드로 돈을 벌려고 본 적 없는 장자연 리스트를 봤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윤 씨는 4월 23일 자신의 책 ‘13번째 증언’의 출판을 도와준 김수민 작가로부터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김 작가의 법률 대리인 박훈 변호사로부터 사기 혐의로 추가 고발을 당했다.
김대오 기자는 장 씨가 사망한 2009년 3월 당시 노컷뉴스 연예부 팀장 시절 장자연 문건을 최초 보도했다. 김 기자는 자신이 본 문건에서 리스트 형식으로 된 것은 없었고, 윤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김수민 작가의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한 당일 박훈 변호사와 함께 기자회견에 동석한 김 기자는 윤 씨가 출간한 책을 인용하며 “윤지오 씨가 주장하는 일목요연한 ‘장자연 리스트’는 절대 원본 문건에 없었다는 걸 밝힌다. 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린다. 50여 명의 리스트는 원본 속에 없다. 오히려 윤지오 씨는 나중에 리스트 명단 수를 50명에서 30명으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윤 씨가 장 씨 유족 이전에 문건을 봤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윤지오 씨는 소속사 대표 유장호 씨 차 안에서 사본을 봤다, 원본을 봤다 등 말이 계속 바뀐다”며 “당시 원본은 유장호 씨가 사전에 봉은사 특정 장소에 묻어 놨었다. 사본이든 원본이든 윤지오 씨가 봤다고 하는 거, 차 안에서 봤다는 건 설명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대오 기자의 이러한 주장은 장자연 사건 직후인 2009년 12월 9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한 자신의 진술과 다소 모순되는 점이 발견되고 있다.
당시 김 기자의 증인신문조서를 보면 “(나는) 장자연이 쓴 문서 형식으로 된 맨 마지막에 있는 지장, 이름, 서명만 봤고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2008년 3월 13일 KBS가 장자연 문건을 보도했을 때 개략적인 내용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방학썬(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 특검촉구 비대위 소속 이민석 변호사는 “김 기자는 10년 전 법정에서 장자연 문건과 관련해 구체적 내용을 아무것도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김대오 기자는 자신이 본 원본 문건에 장자연 리스트가 없었고, 윤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기자의 주장은 엄연히 과거와 현재가 다른 주장으로 보인다”며 “당시 사건 기록을 꼼꼼히 검토하면 장자연 리스트를 봤다는 윤 씨의 증언은 신빙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당시 사건 기록을 검토해 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