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과연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특례시를 지정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하는 점과 ‘특례시가 아닌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분권과 자치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자는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그 목적과 취지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완성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합리성의 문제이고, 후자는 가치와 지향점에 대한 문제다. 특히, 전자의 경우 국민들이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고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장의 과제로 직면해 있다. 그 논란의 중심에 성남시가 있다.
성남시의 민원 행정수요는 12만 2207건으로, 특례시로 예고된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보다 많고 재정자립도는 2018년 기준 63.5%에 달하지만, 인구는 95만여 명(2019년 3월 기준)으로 100만 명에서 다소 부족해 지금의 기준대로라면 ‘특례시’ 지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성남시와 시의회, 그리고 시민들은 단순 주민등록상 인구 기준만으로 특례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행정수요, 재정자립도 등의 여러 측면을 고려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성남이 생각하는 ‘성남특례시’의 당위성은 무엇인가.
일요신문은 박문석 성남시의회 의장을 만나 합리적인 ‘특례시’ 기준은 무엇이며, 성남이 특례시가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박문석 성남시의회 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박문석 성남시의회 의장은 ‘성남특례시’의 당위성에 대해 강조했다. 사진제공=성남시의회
―성남이 ‘특례시’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은 무엇인가?
“지난해 11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서 담긴 특례시 지정기준은 인구 100만이었다. 이 기준이면 경기권의 수원시, 고양시, 용인시는 특례시가 되지만, 성남은 불과 몇만 명의 차이로 특례시가 되지 못한다. 문제는 인구수를 제외하고는 실제 민원 수, 재정자립도, 예산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성남시가 이들 3개 도시를 앞선다는 점이다. 성남시의 민원 행정수요는 12만 2207건으로 용인시 9만 4894건, 고양시 7만 105건, 수원시 6만 9127건보다 많다. 지방재정통합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재정자립도는 63.5%이며, 예산 규모도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세출예산 3조 원을 넘어 인구수 100만 명이 넘는 수원시, 고양시, 용인시보다 월등히 높다. 주민이 원하는 지방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규모와 역량에 맞는 기능과 권한이 필수적인 만큼 특례시 지정기준을 단순 ‘인구수’만으로 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
―어쨌든 기준은 있어야 하지 않나? 가장 합리적인 ‘특례시’ 지정기준은 무엇이겠나?
“오늘날의 도시는 단순하게 ‘거주인구’만으로 평가할 만큼 단순하지 않다. 민원이나 행정수요를 반영하려면 유동인구, 주간인구, 사업체 수, 법정 민원 수, 재정 규모 등을 고려해야 한다. 성남시의 경우 원도심을 바탕으로 분당, 판교, 위례가 새롭게 도심을 형성하면서 성남하이테크밸리, 판교테크노밸리 등 첨단 IT산업과 제조업이 집중해 있고, 이곳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다양한 행정수요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이들의 80% 이상이 관외(인근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질적인 행정수요는 이미 100만을 넘어섰지만, 행정 인프라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저출산 인구감소 시대에 돌입하면 단순 인구수 기준의 특례시 지정은 그 의의를 상실할 수도 있다.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향후 30년이 지나면 89개 시·군, 1503개 동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지방 소멸이 우려되는 인구감소시대에서는 지방자치, 지역의 균형발전 등을 생각한다면 지방의 거점도시(인구 50만 이상으로 도청 소재지 등 그 지역의 중심이 되는 도시)도 특례시 지정의 대상으로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도시로의 인구집중 현상은 일자리와 각종 기회가 대도시에 집중되었기 때문인데, 특례시 인구 기준을 100만 명으로 정하면 대도시로의 인구 쏠림과 지방 소도시의 몰락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포화상태인 서울시의 인구를 경기권으로 분산하고, 지방의 인구 이탈을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 인구 기준은 다소 낮추더라도 국가 균형발전과 같은 정책적 사항, 지방 소멸이 우려되는 인구감소시대의 지방자치의 위기 등을 고려하여 ‘지방 거점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의 특례시와 같은 20개의 지정시가 있는데,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수도권인 동경권에 4개, 비동경권에 16개 도시가 지정시로 지정된 사실은 참고할 만하다.”
―그동안 ‘성남특례시’를 실현하기 위해 성남시와 시의회가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앙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다 보니 그 노력들이 내용 면에서 너무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있다. 동의하나?
“동의하지 않는다. 특례시 문제는 지역 현안으로 여야를 떠나 모두 한마음 한뜻이다. 또한 지역의 국회의원들, 시민들 모두 특례시에 대해 기대와 열망을 가지고 있는 점, 아울러,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핵심은 자치와 분권이며, 문재인 대통령도 강력한 지방분권 추진과 준광역시 수준의 특례제도를 언급하였듯이, 특례시 문제도 자치와 분권을 위한 방향에서 다뤄진다면 합리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박문석 성남시의회 의장은 ‘특례시’ 지정기준과 관련해 “단순 거주인구 수 만이 아닌 유동인구, 주간인구, 사업체 수, 법정 민원 수, 재정 규모 등을 고려해야 하며 인구 50만 이상의 지방 거점도시도 특례시 지정 대상으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성남시의회
―‘성남특례시’ 실현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의회에서는 지난해부터 특례시 관련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특례시 지정기준 변경을 위해 입법 예고에 따른 의견을 제출했으며, 시 집행부와 함께 성남시 특례시 지정을 위한 시민 토론회를 개최하여 시민들에게 특례시 문제를 알리고 함께 힘을 모아 성남 특례시 지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또한, 최근 3개구를 순회하며 지역 단체와 주민들을 만나는 ‘찾아가는 민생현장 간담회’를 개최하면서도 지역 현안인 특례시 문제도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만일, ‘성남특례시’ 실현을 위한 요구가 무산된다면 대응 방안은?
“지금은 성남시가 특례시가 되는 데 모두가 힘을 쏟을 때이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민들과 함께 단순 인구수 기준의 문제점을 알리고, 실제 행정수요, 예산 및 재정, 대도시 경영능력 등 포함하여 자치단체의 규모와 역량에 맞는 기능과 권한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인구감소시대의 지방자치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의 거점을 통한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특례시 지정기준이 단순 인구수만으로 졸속으로 처리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 대응하겠다.”
―끝으로 ‘성남특례시’ 실현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금도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애써 주시고 있음을 알고 있다. 주민들이 원하는 지방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의 규모와 역량에 맞는 기능과 권한이 필수적이다. 지역의 현안인 특례시 지정 문제에 한 번 더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라며 우리 시의회는 살기 좋은 도시 성남,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감사합니다.”
손시권 기자 ilyo22@ilyo.co.kr